등록기자: 전명희 [기자에게 문의하기] /
시인의 의자·17
-시집 광고
시인의 의자에 법이 있어야 살아갈 시인이 앉았습니다.
법이 없으면 의자에 앉은 채로 꼬꾸라질 시인이었습니다.
오직 시만 쓸 줄 알고 세상 밖의 일은 아무것도 모르는
착한 심성을 갖은 정말 시인다운 시인이었습니다.
날마다 의자에 앉아 골똘하게 시의 씨앗을 싹틔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좋은 시상이 떠오르면 그 시상을 펼쳐놓고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감각적으로 묘사하고 진술하기 위해
몇날 며칠 날밤을 새웠습니다.
그렇게 해서 써 놓은 시 한 편 한 편 모아서 유명한 출판사에서 인세를 받고 시집을 발간했습니다.
지역문학단체, 신문사 소도둑 같은 사람이 시인을 찾아왔습니다.
-선생님 시집 광고해드리겠습니다. 광고비는 이십만 원만 받겠습니다.
-제 시집은 광고가 필요 없습니다. 제가 자비 출판한 것이 아니라 출판사가 내 준 시집입니다.
-아니 왜 이러십니까? 광고를 해야 선생님이 널리 알려질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를 알리고 싶지 않습니다. 부끄러울 뿐입니다.
-정 그렇게 광고를 거부하시면 해꼬지 당하십니다
시인은 인세로 받은 돈을 하는 수 없이 광고료로 내놓아야 했습니다.
겁박으로 광고비를 뜯어가는 단체, 신문사 벼룩이 간을 떼먹지 시인들을 등쳐먹는
못된 놈들과 한 동네 이웃이라고 얼굴 맞대고 살아가야 했습니다.
더러운 세상을 시인은 허허허 웃어넘겨야 했습니다.
그때 유행가 가수 신유의 “시곗바늘”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세상살이 다 그런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