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코스미안의 만파식적 별곡

이태상

 

2021811일자 미주판 한국일보 오피니언 칼럼 '[만파식적] 에비아섬' 필자한기석 서울경제 논설위원은 "1981년 좌파정권이 집권한 이후 재정을 물 쓰듯 쓴 끝에 국가 부도 위기를 맞"은 그리스를 한국의 반면교사로 아래와 같이 경종을 울리고 있다.

 

고대 그리스는 기원전 8세기 무역으로 힘을 키우며 에게해 일대를 주름잡았다. 그리스 문자도 덩달아 세계 각지로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로마자가 발달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오늘날의 그리스 문자는 이오니아 문자에서 비롯됐지만 당시만 해도 지배적인 것은 에우보이아(현대 그리스어로 에비아) 문자였다.

 

로마자와 알파벳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에비아는 그리스에서 크레타 다음으로 두 번째 큰 섬이다. 길이는 180정도로 그리스 본토 오른쪽에 남북 방향으로 길게 붙어있다. 그리스 본토와 에비아섬 사이에는 에우리포스 해협이 있다. 해협이라고는 하지만 육지와 섬 사이가 워낙 가까워 두 개의 연육교로 연결돼있을 정도다.

 

이 섬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죽기 1년 전 여생을 보낸 곳으로 유명하다. 기원전 323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사망하자 아테네에서는 반마케도니아 운동이 다시 일어났다. 아테네 사람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한때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그에게 불경죄를 뒤집어씌웠다. 2의 소크라테스가 될 위기에 처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가 철학에 같은 죄를 두 번 짓게 할 수 없다며 어머니의 고향인 에비아섬의 칼키스로 떠났다. 칼키스와 지척인 에레트리아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도 나오는 유서 깊은 곳이다.

 

그리스 당국이 최근 에비아섬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지 못해 주민과 관광객 2,000여 명이 배를 타고 피신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프랑스와 영국은 그리스에 화재 진압용 비행기와 소방관 등을 긴급히 파견했다. 화재는 에비아섬은 물론 수도인 아테네 등 곳곳에서 2주일 이상 이어지고 있다. 그리스가 화재 진압에 실패해 다른 나라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 것은 어려운 재정 형편 탓에 소방 인력과 장비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1981년 좌파 정권이 집권한 이후 재정을 물 쓰듯 쓴 끝에 국가 부도 위기를 맞기도 했다. 재정을 낭비해 정작 위기 상황에서 국가의 존재 이유인 국민 안전도 지키지 못하는 그리스가 남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만파식적설화(萬波息笛說話)를 이렇게 정의한다.

 

나라에 근심이 생길 때 이 피리를 불면 평온해져서, 만파식적이라 이름을 붙였다. 그 뒤 효소왕 때 이적(異蹟)이 거듭 일어나, 만만파파식적(萬萬波波息笛)이라 하였다고.

 

, 이제 한 여름 '더위식힘' 납량納涼으로 지난 202167일 코스미안뉴스에 올린 우생의 칼럼 '코스미안 통신 3'을 다시 한번 이 만파식적 별곡으로 우리 다 함께 불어 볼거나.

 

 

1: 당평身尙平(중국어 발음은 탕핑)

 

202164일자 중앙일보에는 베이징 신경진 특파원의 기사 국경 없는 오포족 (취업, 결혼, 연애, 출산, 내집 마련 포기)가 실렸다.   

평평하게 누워 살자뜻 당평운동 세 자녀 허용 정책 발표 뒤 거세져 노인 셋, 아이 셋  

부양하란 말이냐공산당 불복종 운동 징후 보이자 중국 당국 당평검색 금지어 지정

 

지난달 31일 중국 최고권력기구인 중앙 정치국이 셋째 출산 허용 정책을 발표한 뒤 젊은이들 사이에 당평(身尙平, 중국어 발음은 탕핑)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평평하게 드러누워 살자는 뜻의 당평은 올해 중국 최고의 유행어였는데, 중국 정부가 청년들의 힘든 삶은 외면한 채 애를 많이 낳으라고 주문하자 청년들의 소극적 저항운동이 거세진 것이다.

 

마치 이를 꾸짖기라도 하듯 이런 기사가 눈에 띈다.

 

최근 미 동부 지역 대부분을 매미 떼가 덮쳤다. 17주년 주기로 나타나는 브루드X’라는 이름의 매미가 떼 지어 나타난 것이다. 당국은 올여름 동부 지역에 나타난 매미 떼가 수십 억, 많게는 수백 억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방이 매미로 뒤덮인 상황에서 연방 식품의약청(FDA)62일 이색적인 경고를 내놨다.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은 매미를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FDA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말씀드립니다. 해산물에 알레르기가 있으면 매미를 먹지 마세요. 매미는 새우, 랍스터와 같은 종류입니다라고 올렸다. 갑각류와 곤충이 모두 절지 동물에 속하고 갑각류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서는 매미를 먹을 때 유사한 단백질에 따라 비슷한 알레르기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NYT)는 소개했다.

 

NYT는 매미를 튀겨먹거나 샐러드에 토핑으로 올려 먹는 이들이 있다고 전했다. 매미를 곁들인 스시를 내놓는 식당도 있다고 한다. [연합뉴스]

 

지난 연말에 세상을 떠난 영국에서 반세기 가깝게 살던 친구 김원곤 씨 [코스미안뉴스 창간 이후 한동안 칼럼을 연재한 바 있음]로부터 201588일 받은 다음과 같은 이메일 내용을 코스미안뉴스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아래와 같이 옮긴다.

 

이 형, 이휘호 여사께서 오라오라해서 노구를 이끌고 힘들게 방북을 하셨는데 초청한 손주뻘 되는 녀석은 얼굴도 안 비추고 만찬장에도 나오지 않고 결국 손주뻘 되는 초청인 을 알현도 못 하고 돌아왔답니다. 그래서 생각이 났는데 남쪽의 종북세력 뜻대로 남쪽 의 5 천만을 딱 1년 만이라도 김정은의 품으로 돌아가서 딱 1년만 7,500만 남북 인민들 을 통치하게 하면 아마도 둘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모두가 지상낙원에서 살게 되든지 아니면 폭동이 일어나서 결국 통일된 나라에서 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더라도 좌우로 갈라져서 지지고 볶을까요. 우리 생전에 그런 꼴 한 번 보고 갔으면 좋겠는데

 

롯데 그룹이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습니다. 왜정시대 19세의 나이로 단신 밀항선을 타고 도일하여 크게 성공해서 한국에 외화가 부족하던 시절 거금을 투자하여 국민 경제에도 기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배구조가 70차 방정식보다 어렵다고 하네요. 거기에다 총괄회장이란 94세의 신격호 씨가 황제 경영 이란 이름으로 이 생명 다하도록 경영권을 놓지 않으려다가 두 형제의 격투가 벌어지면서 드디어 정부가 칼을 빼 들고 엄청난 세금 폭탄을 투하할 기세입니다.

 

그래도 기업이 몽땅 망해서 사라지기에는 너무 덩치가 커서 계속 살아남아서 청년실업 문제나 해결해 주기 바랍니다. 청년 실업 문제도 그렇습니다. 곱게 자란 요즘 젊은이들이 100만이 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와서 자기네 밥그릇 다 뺏어 먹는다고 불평하면서 왜 외국 노동자들이 하고 있는 일들을 못 합니까. 모조리 좁디좁은 문의 대기업 에만 가려고 합니까. 요즘 젊은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그들의 부모세대까지 조국에 일자리가 없어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서독 광부다 간호사로 취직해 갔었고 어떤 이들은 미국으로 건너가 접시 닦기, 채소 장사, 청소부를 하면서 대학 나왔다는 자부심은 찾아볼 수 없이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을 왜 모를까요.

 

쯧쯧쯧 한국의 젊은이들 생각의 변화 없이는 선진국은 고사하고 저출산 저인구로 나라가 망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대기업만 찾는 젊은이들을 김정은 대원수 품으로 딱 1년만 보냈다가 화들짝 정신이 든 다음 사경을 넘어서라도 탈북하게 하여 하나원에는 보내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일등시민이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김원곤 배

 

이상과 같은 글을 이메일로 받아 보고 나는 그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말과 우리 나라에서 전래傳來되어 오는 매미의 오덕五德을 생각했었다.

 

 

201579일 볼리비아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돈을 악마의 똥에 비유하며 돈에 대한 무분별한 추종이 세상을 지배하고 공익을 위한 헌신은 내버려졌다. 자본이 우상이 돼 사람들의 판단을 좌우하고, 탐욕이 전체 사회경제 체제를 주도하게 되면 사회는 망가진다. 돈은 남자와 여자를 노예로 만들고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게 만들어 우리의 공동체를 무너뜨린다.”라고 그는 신랄하게 비판했다.

 

옛 조선의 임금님들이 머리에 쓰던 관을 익선관翼善/蟬冠이라고 하는데 그 형상이 매미를 연상케 한다. 이 익선관의 를 착할 이나 매미 자로 쓰는 이유는 매미가 다섯 가지 덕을 갖춘 곤충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매미의 오덕으로 문, , , , 을 말하는데 임금은 항상 배우고 익혀, 탐욕 貪慾과 사념邪念을 버려야 하며, 염치廉恥를 차리고, 검소儉素해야 하며, 신의信義를 중 히 여겨 선정善政을 베풀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미 동부 덮친 수십억 또는 수백억 매미 떼의 맴맴맴 소리가 무척이나 반갑다.

 

2: 성별性別

 

202164일자 한국일보에는 여군 성폭력 실태 전군 조사로 확대하라는 사설이 실렸다. 공군 이 중사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군의 대처가 허술하기 짝이 없었던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피해자가 현장 블랙박스까지 제공했는데도 가해자 조사는 신고가 있고 2주 지나서 시작됐다. 군의 성범죄 대응 지침에도 있는 피해자 가해자 분리도 그때서 야 됐다. 사실 규명에 필수인 가해자 휴대폰 확보는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뒤였고, 피해자의 죽음을 국방부에 보고할 때 성범죄 피해 사실은 언급도 하지 않았다. 공군이 조직적으 로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이와 같은 기사를 접하면서 19612월 내가 군에 입대할 때 모든 남성 입대자들의 남성 호르몬을 중화(군 복무기간 동안 화학적으로 거세)시키는 여성 호르몬 주사를 맞았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마도 이런 조치가 더 이상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새삼 의문이 생긴다.

 

202164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이런 기사가 또 눈에 들어온다. ‘플로리다 50대 여성 결혼식 직후 남편 전 부인에 신장 기증이란 제목의 기사이다.

 

서로를 위해 기도, 우린 자매

올여름엔 다 함께 가족여행

 

플로리다에서 한 50대 여성이 결혼식을 올리고 이틀 뒤 남편의 전 부인에게 신장을 이식해줘 화제다. 2AP통신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오갈라에 거주하는 데비 닐스트릭랜드 (56)는 최근 남편 짐 머스의 전 부인인 밀레인 머스(59)에게 자신의 신장 하나를 내어줬다.

 

오랜 기간 신장병으로 투병한 밀레인은 작년 11월 입원했을 당시에는 신장 기능의 8%만 정상일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그전에는 친오빠의 신장을 기증받으려고 했지만, 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이때 뜻밖의 기증자가 나타났다. 바로 전남편의 애인 데비였다.

 

데비는 짐과 결혼하기 전부터 밀레인과 가족 모임에서 만난 뒤 스스럼없이 지내며 우정을 쌓아왔다. 이혼한 지 20년이 되어 가지만, 짐과 밀레인이 슬하의 두 자녀를 함께 돌보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데비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누군가에게 장기 이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식을 받지 못하면 살 수 없다는 것이라 “(장기 기증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고 말했다.

 

이식 수술 날짜는 코로나19에 따른 절차 중단으로 짐과 데비의 결혼식 이틀 뒤로 잡혔다. 한쪽 신장을 떼어 준 데비와 이식을 받은 밀레인은 수술 후 의식을 회복하자마자 곧바로 상대방을 애타게 찾았다. 결국 남편 짐 이 신부를 휠체어에 태운 뒤 자신의 전 부인의 병상으로 데려다줬다고 한다. [연합뉴스]

 

이 기사를 읽노라니 몇 년 전 본 기사 하나가 생각난다.

 

2015310일자 미러지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소노마에 사는 멜린다와 대니는 2010년 결혼한 사이다. 한 사람이 남자이고 다른 한 사람이 여자라고 생각되겠지만 두 사람 모두 여자이다. 그리고 이들은 남편 조나단을 공유하고 있다.

 

이야기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 음악 축제에서 만난 멜린다와 대니는 첫눈에 반해 함께 살기로 했다. 이들은 캘리포니아가 동성 결혼을 금지함에도 부모를 설득해 양가 상견례까지 마쳤다. 그리고 2010626, 친지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식으로 부부가 됐다.

 

서로를 사랑해 결혼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멜린다는 남편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니에게 멜린다가 자기 생각을 털어놨고, 멜린다의 이야기를 들은 대니는 잠시 실망했으나 멜린다의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남편을 갖고 싶다는 멜린다와 대니의 꿈은 결혼식을 올린 지 2년이 되던 해인 2012년에 이뤄졌다. 이들은 건설회사 오너인 조나단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그에게 남편이 되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조나단은 두 여자가 결혼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내게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다. 어느날 멜린다와 대니가 내게 보낸 편지를 읽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결심을 했다고 한다. 세 사람이 일주일에 걸쳐 함께 떠났던 여행은 이들이 남은 인생을 함께 하기로 결정하는 데 가장 큰 계기가 됐다. 이후 조나단은 부모를 설득해 멜린다와 대니 두 여자와 결혼식을 올렸으며, 멜린다와 대니는 조나단의 아기를 임신해 그 지난해 9, 아들 올리버를 낳았다. 대니도 한 달 후 딸 엘라린을 출산했다. 이렇게 세 사람이 살던 집 은 이제 다섯 식구가 됐다.

 

주변에서 멜린다와 대니의 자녀가 혹시라도 놀림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나중에 자녀들이 놀림감이 되면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고 묻지만, 우리는 아이들이 충분히 컸을 때 사실대로 말해 줄 것이며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우리 가족을 외면하지 않는 사회에서 살고 있고, 두 엄마와 한 아빠는 아이들이 사랑으로 가득 찬 가정에서 자라는데 큰 도움이 되라라고 믿는다.”고 멜린다는 웃으며 말한다.

 

오늘날엔 메나지 아 트로와Menage a Trois’라 하면 세 가지 다른 종류의 포도를 섞어 만든 포도주 상표로도 사용되고 있지만이 메나지 아 트로와1856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프랑스어로, 직역하면 3인으로 구성된 가정을 말한다. 하지만 그 실제 뉴앙스는 한 쌍의 결혼한 부부와 그중 한 사람의 애인이 같은 집에 살면서 세 사람이 성관계를 갖는 걸 의미한다.

 

20151127일자 중앙일보 week& 페이지 강신주-이상용의 영화 속 철학 산책 줄 앤 짐JULES et JIM’(1961)에서 강신주 대중철학자는 그 사람이야, 나야?”하는 거친 이분법 버려야 한다며 의지로 유지하는 사랑은 허위, 한 마디로 가짜 사랑, 알맹이 없이 쭉정이 만 남은 사랑일 뿐이라고 한다.

 

1912년 파리에 온 오스트리아 청년 줄은 프랑스 청년 짐을 만나 우정을 쌓아간다. 어느 날 두 청년은 카트린이란 여자를 만나 동시에 사랑에 빠진다. 1차 세계 대전이 터지면서 줄과 짐은 참전한다. 종전 후 줄과 카트린은 딸을 낳아 기르며 살고 있는데 그들을 찾아간 짐은 둘 사이가 시들해진 것을 감지한다. 카트린과 짐 사이에 새로운 사랑이 싹트고 셋은 한집에 같이 살게 되는데 세 남녀의 동거 생활은 짐이 정리하지 못한 다른 여인의 존재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줄을 사랑한다면, 짐은 친구로 존중받을 것이다. 반대로 짐을 사랑한다면 줄은 친구로 존중받을 것이다.”

 

이렇게 이 영화 속 카트린이 꿈꾸던 사랑과 삶을 요약하면서 강신주는 강조한다. 카트린의 이 실험이 성공하려면 줄과 짐이라는 두 남자도 독점욕과 질투를 버리고 나야, 아니면 짐 (또는 줄)이야라는 이분법을 카트린에게 강요하지 않아야만 한다고 말한다.

 

내가 주제넘게 판단해 보건대, 우리가 사랑이란 걸 어떻게 정의하고 이해하는가의 문제인 것 같다. 특히 남녀관계에서 말이다. 사랑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정복할, 그리고 일단 쟁취한 다음에는 목숨을 걸고 지켜 독점할 내 사유재산인가, 아니면 상대방의 행복을 끝 없이 한없이 빌어주고 내 목숨 바쳐서라도 상대방을 위해 주는 것일까.

 

 

머빈 러로이Mervyn LeRoy가 제작 감독하고 앤 브라이스Ann Blyth와 하워드 킬 Howard Keel 그리고 페르난도 라마스 Fernando Lamas 가 출연한 미국 음악 영화 로즈 마리Rose Marie’ (1954)가 있다. 젊었을 때 이 영화를 보고 나는 그 끝장면에 무릎을 치면서 스토리의 결말이 좋아 쾌재快哉를 불렀다.

 

백인 기마대가 어느 인디언 원주민 부락을 습격,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죄다 학살했는데, 어떻게 살아남은 한 어린 소녀를 이 기마대 상사가 자식 같이 키웠다. 이 아이가 커서 아리따운 처녀가 되자 상사는 이 처녀를 마음속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처녀는 상사 아저씨를 생명의 은인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존경하면서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가 원하면 그와 결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처녀는 뜻밖에 어떤 젊은 사냥꾼을 만나 둘이 서로 사랑하게 된다. 상사 아저씨를 저버리고 사냥꾼을 따라갈 수 없어 고민하는 처녀를 상사 아저씨가 말에 올려 태워 처녀를 기디리고 있는 사냥꾼에게 보내준다. 이것도 일종의 메나지 아 토로와가 아닐까. 비록 몸으로는 떨어져 있어도 마음으로는 늘 같이 있을 테니까.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부모형제, 친구, 부부, 연인과 애인, 할 것 없이, 만나면 또 다 헤어지지 않는가. 마치 우리 모두 각자가 어머니 배 속에 있다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몸으로는 엄마로부터 점점 멀어지지만, 마음만은 떠나지 않듯이 말이다.

 

내가 살아온 메나지 아 트로와 얘기도 좀 해보리라.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였었는지 아니면 인연이 짧아서였는지 1968년 결혼해 딸 셋을 낳은 애들 엄마와 20년 후에 헤어져 혼자 살다가, 옛날 젊어서 군복무 시절 펜팔로 만나 잠시 사귀다 헤어졌던 옛 펜팔소녀를 25년 후 뉴욕에서 25년 만에 다시 만나 재혼해 10개월 살다 다시 헤어진 여인이 있다.

 

한여름 바닷가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주문하고 기다리던 중 느닷없이 여인이 내게 묻는 것이었다. 메나지 아 트로와 한번 해보고 싶지 않으냐고. 처음엔 내 귀를 의심하다 내가 반문했다. 또 한 사람은 누굴 생각하느냐고. 그랬더니 여인의 대답이 프로페셔널한 직업여성을 고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이 말에 내가 어떤 세상인데 에이즈 등 병 무서워서도 그런 위험천만한 짓을 할수 있겠느냐고 하자 이 여인의 대안代案은 그 더욱 놀라웠다. 좋은 수가 있다며 자기보다 네 살 아래 여동생을 서울서 데려오자고 했다. 그 당시 여동생은 결혼해 어린 아들의 엄마로 대학교수 부인이었다.

 

좋아서 웃어야 할지 슬퍼서 울어야 할지, 이 기절이라도 할 만큼 흥분되고 자극적인 제안을 유감스럽게도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몇 년 전 이미 고인이 된 이 여인의 너무도 파격적인 뜻밖의 제안 그 자체만으로도 나는 아직도 무지무지하게 깊이깊이 감사하게 느끼고 있다.

 

그 후로 또 다른 여자와 재혼해 30여 년째 같이 살고 있는 내 현재 아내는 거의 60년 전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헤어진 첫사랑 남자와 좋은 친구로 지내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만나보기도 하고 안부를 주고받는다. 젊은 날 애절하게 아름다웠던 아내의 로맨스와 그 보배로운 추억을 나는 엄청난 축복으로 소중히 여겨 진심으로 존중하고 있다.

 

서너 살 때 우리 외손자 (내 피 한 방울 섞이지는 않았지만) 일라이자Elijah가 제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인 내게 큰 종이에다 정성껏 그림을 그리고 큰 글씨로 써 준  사랑해. 어떤 일이 있어도 I Love You. No Matter.’ 이 한 마디 이상 뭐가 있으랴. 네가 와도 가도, 네가 있어도 없어도, 네가 살아도 죽어도, 난 널 사랑한다는, 네가 뭘 하든, 어디 있든, 네가 언제나 늘 행복하기를 빌고 또 비는 마음이야말로 참된 사랑이어라.

 

 

그렇다면 네가 있고, 내가 있고, 이런 참된 사랑만 있다면, 이야말로 언제 어디에서나 최고 지진最高之眞, 최고지선最高之善, 최고지미最高之美의 메나지 아 트로와가 되리라.

 

우리말이나 영어로도 혼동되는 단어가 있다. 다름 아닌 오른쪽 또는 바른쪽 right side이라고 할 때 쓰이는 말이다. ‘오른옳은이나 바른, ‘틀린그른의 반의어 反意語로 혼동混同된다.

 

미국인이나 영국인과 대화를 하다가 상대가 내 동의를 구하느라고 내 말이 맞지. 그렇지 않아?”란 뜻으로 “Right?”하면 그래. 네 말이 맞아!”라고 “Right(Ya, you are right about that)!”라고 맞장구쳐주는 대신 나는 그름, ‘틀림을 믿지 않노라고, 왜냐하면 네 왼쪽은 내가 볼 때는 바른쪽이고 내 바른쪽은 네가 볼 때는 왼쪽이니까. 그리고 옳고 그름이 없고, 맞고 틀림이 없으며, 다만 겉으로 봐 다름이 있을 뿐이라고 나는 대꾸한다.

 

그러다가 대화가 이어지면 나는 또 한 마디 덧붙인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거론할 것도 없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고,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우리 지구가 둥글고 회전하고 있는 것이라면 동서남북이 어디며 좌우상하가 있겠는가. 이와 같은 내 소신所信과 지론持論을 피력披瀝하곤 한다.

 

, 이제 소유와 무소유의 차이점을 우리 생각 좀 해보자.

 

소유와 섹스는 마약과 유사하다고 한다. 마약을 처음 접하면 극도의 흥분을 느끼지만, 사람의 몸은 이 마약에 곧 적응되어 같은 양의 마약은 더 이상 아무런 자극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색다른 더 많은 양의 마약을 찾게 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이전의 소유에 익숙해 지면서 계속 새로운 소유를 추구하게 되고, 결국 더 이상의 소유를 획득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하면 불만만 가득 차게 된다는 것이다.

 

젊은 날 한 직장에 근무한 바람둥이 친구가 있다. 색마色魔란 별명을 내가 붙여 준 이 친구는 온갖 공을 다 들여 지극정성至極情性/精誠으로 접근해 제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그 즉시 상대방 여자에겐 흥미를 잃고 다른 여성편력遍歷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그 더욱 놀라운 것이 이 친구는 결혼한 다음에도 여전했다. 해외 출장이라도 갔다 오면 출장 중에 만난 외국 여성들과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을 아내한테까지 자랑삼아 보여주곤 했다. 이 친구 결혼식 사회를 본 내가 보다 못해 한 번은 이 친구 부인에게 물어 봤다.

 

어떻게 남편의 이런 바람기를 눈 뜨고 봐줄 수 있느냐?”

 

그랬더니 부인의 통 큰 대답이 체념諦念이었는지 달관達觀이었는지 몰라도 가히 해심 海心이었다.

 

그래 봐야 섹스밖에 더했겠어요.”

 

그래서였을까. 그는 그 후에 정부 고위직에도 있었고 대학에서 교편도 잡았으며, 큰 대형교회 장로님으로 봉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드님 한 분은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님이 되었다고 한다.

 

성도덕性道德이나 성윤리性倫理를 떠나 생각 좀 해보면 이 친구는 남성으로서의 그의 유전자에 충실했을 뿐이 아니었을까.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서는 되도록 많은 여성에게 씨를 뿌려야 했을 테니까.

 

대부분의 남성들이 결혼을 했건 안 했건 간에 길에서나 어디에서 나 자신과 같이 있는 여자를 옆에 두고도 언제나 다른 더 예쁜 여자를 쳐다보게 되지 않던가. 반면에 여자는 여자들대로 더 건장하고 잘 생겼거나 돈 많고 권력 있는 유능하고 성공한 남자의 씨를 받고 싶어 하는 게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며, 따라서 승자독식勝者獨食도 가능해지는 것이리라.

 

폭력은 어디서 왔나라는 일본의 야마기와 주이치가 쓴 책을 보면 일본 원숭이 암컷은 털을 골라 주는 수컷하고는 교미交尾를 하지 않지만 공격적으로 덤비는 수컷하고는 교미를 한다. 흔히 여자는 자기에게 잘해주는 착한 남자보다는 못되게 구는 남자에게 더 매력을 느낀다는 나쁜 남자 콤플렉스란 말이 있는데 어쩜 사실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여기에는 진화적인 의미도 있는 것 같다.

 

근래 유행하는 진화 심리학 혹은 행동 생태학은 행위나 감정 등이 일시적이고 즉흥적인 현상이 아니라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유익한, 진화적으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일본원숭이에게 털을 골라주는 관계는 친밀한 사이로 많은 경우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이기에 암컷의 입장에서 보면 근친교배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은 친밀한 사이에서의 교미를 하지 않는 것이리라.

 

어떻든 사람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것보다는 갖고 있지 못한 것을 늘 아쉬워하면서 탐내지만, 그 누구라도 다 가질 수 없다. You cannot have them all.’ 이 엄연한 사실과 현실 을 인정하고, 없는 것을 한탄하는 대신 있는 것에 감사하고 만족할 일이이라.

 

있으면 있는 만큼 짐이요, 없으면 없는 만큼 가볍지 않은가. 또 한 편으로 사냥에 비유하자 면 모든 스릴과 신명神明, 자극과 흥분이 뭣이고 좇는 그 자체에 있지 않을까.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라면 그 무슨 재미가 있으랴. 그러니 뭣이고 소유한다는 것은 있는 것을 잃는 것이요, 없다는 것은 모든 것을 얻는 것이 되리라.

 

3: 국적國籍

 

202164일자 미주판 뉴욕 한국일보에 병역기피 아니다20년이나 문제 될 일인가유승준, 비자 발급 두 번째 소송 첫 재판 기사가 실렸다. 가수 유승준(45 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씨 측이 63일 한국 입국 비자를 발급해달라며 두 번째로 낸 소송의 첫 재판에서 과거 그 누구도 유 씨와 같은 처분을 받은 사람이 없다고 성토했다.

 

 

유 씨의 소송대리인은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5(정상규 부장 판사) 심리로 열린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대상으로 한 소송의 첫 변론기일에서 피고의 처분은 비례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유 씨 측 대변인은 애초에 유씨는 병역을 면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첫 입국 거부 처분이 거의 20년이 다 돼 가는데, 과연 20년 동안이나 이렇게 문제 될 사안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은 이런 처분을 받은 사람이 없다“2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방역 문제 얘기가 나오면 유 씨의 이름이 나오고 그의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방역 논란 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대리인은 또 피고 측은 논란이 있다는 이유로 유 씨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하는데, 원인과 결과가 바뀌었다이 사안을 20년 동안 논란이 되도록 만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 이제 우리 모두 남녀성별, 인종과 국적 불문하고, 지구촌 지구인 세계인 아니 우주인 코스미안 입장에서 도토리 키재기우물 안 개구리의 소인배정신小人輩精神을 탈피 脫皮할 때가 벌써 옛날 옛적에 지나야 했지 않았을까. 우리가 진정 단군의 홍익인간 弘益 人間과 홍익만물弘益萬物 그리고 천도교天道敎의 인내천사상人乃天思想을 물려받은 한 민족이라면  

 

혹시 전에 읽지 못하신 독자나 이미 읽으셨더라도 한 번 더 우리 모두 함께 다시 좀 깊이 되새겨보자는 뜻에서 2020818일자 코스미안뉴스에 올린 우생 愚生의 우문愚文을 아래와 같이 옮겨 본다. 우리 모두 우리의 진정한 정체성正體性과 자의식 自意識을 갖고 우리의 참된 인격人格과 천격天格 아니 우주적 우격宇格을 되찾기 위해서 말이어라.

 

김원웅(金元雄) 광복회 회장님께 드리는 글

 

안녕하십니까.

 

국민 통합의 계기가 돼야 했을 75주년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친일 인사 국립현충원 파묘친일청산을 강조하시면서 이승만 대통령을 이승만(전 대통령의 직함도 생략한 채)이 친일파와 결탁했고 민족반역자(안익태 선생)가 작곡한 노래 (애국가)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뿐이라고 하셨다는 보도에 경악(驚愕)을 금치 못해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 이렇게 몇 자 적습니다.

 

"인생은 짧다, 열심히 놀라.”

 

이 같은 광고 간판 문안이 몇 년 전 눈에 띄었습니다. 차를 타고 고가도로를 지나가는데 한국에서 만들어진 한국산인데도 영국 국기 그림을 붙인 영국 상표 리복(REEBOK) 운동화를 선전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산이라면 한국 상표를 달아야지 왜 굳이 외국 상표를 달아야만 할까. 혼자 잠시 생각했었지요.

 

그건 그렇고, 이 광고문구 그대로 놀기도, 살기도 바쁜 인생이고 세상인데, 우리 이제 제발 잠꼬대 같은 헛소리를 그만 좀 할 수 없을까 해서입니다. 30여 년 전 언젠가 서울대 남궁호경 (南宮鎬卿) 법학 교수는 서울대학보 대학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아래와 같이 주장했습니다.

 

대학가의 인공기(人共旗) 게양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학생들의 행위는 북한의 실체를 인정, 남과 북이 대등하게 한 민족국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을 단순히 인공기라는 도형의 형태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이는 헌법상 명시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평양냉면을 만들어 먹었다거나 북한에서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을 따랐다고 해서 문제 삼을 수 없듯이 국가보안법상 찬양 동조의 대상은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하는 활동에만 해당하며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한 처벌할 수 없다.” 따라서 남북합의서 교환 이후 북한의 국호가 공식적으로 불리는 상황 에서 학생들이 인공기를 내걸어 북한의 실체를 인정했다는 점을 놓고 실정법 위반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눈 딱 감고 보지 아니하면, 안 보면 북한의 존재가 당장 없어지기라도 한다는 뜻으로 보지 ()에다 안 보지 자를 갖다 붙여 소위 보안법이란 것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었지요. 1960년대 젊은 날 내가 한때 서울에서 한국일보 자매지 영자신문 코리아타임스 법원 출입 기자로 뛸 때 당시 피카소 크레용 제조업자가 반공법 위반으로 입건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사유인즉 스페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 1881-1973)가 좌경(左傾)이기 때문이란 말에 나는 담당 검사에게 이렇게 항의해 본 일이 있습니다.

 

아니, 그렇다면 같은 한반도에서 남한에 사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북한에 사는 우리 동포들이 마시는 공기를 같이 마시니까 또한 반공법 위반으로 걸려야 되는 게 아니냐? 그럴 경우 반공법()’ ()를 공중에 자유롭게 떠도는 공기 ()’ 자로 바꿔 써야 하지 않겠는가?!”

 

하기는 수많은 우리나라 애국자들을 때려잡던 일제 앞잡이 사냥개들의 버릇을 그대로 이어받아 부정부패한 독재정권의 시녀侍女나 졸개 노릇을 해온 것이 한국의 일부 공안 판-검사와 경찰 아니었습니까.

 

생각해보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로 역대 집권자들이 국민 위에 깔고 앉아 국민의 숨통을 조여 온 반공법국가보안법이란 방석이 저 한때 한국사회의 물의를 빚었던 사교(邪敎) 용화교(龍華敎) 교주 서백일(본명 한춘 1893-1966)이 수많은 여신도들을 농락 겁탈하고 그들로부터 뽑은 음모(陰毛)로 만들어 즐겨 깔고 앉았었다는 음모(陰毛) 방석과 다를 바 없는 또 다른 음모(陰謀) 방석이 아니었습니까.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김정은교()’ 교주들은 말할 것도 없이 말입니다.

 

 

1993년 개봉된 작가 이청준의 소설을 영화로 각색한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저도 한국 방문 중 서울의 단성사에서 보았습니다. 때마침 종로 3가에서 데모대와 대치 중인 경찰이 쏘는 최루탄 가스로 눈물 콧물 흘려가면서. 아름다운 우리나라 산천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너무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예부터 우리는 자자손손 대대로 가슴 속에 깊은 한()을 품고 살아온 민족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개인이고 민족이고 간에 한을 품어야 판소리 같은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말 사전에 보면 한할 한, 뉘우칠 한() ()는 한사(恨事), 유한(遺恨), 원한(怨恨), 다정유한(多情有恨)이라고, 원한을 품거나 유감으로 생각한다든가 회한(悔恨)이라 할 때처럼 뉘우치고 애석하게 여겨 후회한다는 뜻인데, 생각해보면 과거 지향적(過去指向的)으로 매우 부정적이고 건강하지 못한 감정인 것 같습니다.

 

미래지향적(未來志向的)으로 진취적인 꿈을 꾸는 희망이란 단어와 대비해 볼 때, 마치 흐르지 못하고 고여 썩는 물밑에 가라앉은 앙금 찌꺼기 같은 것이 아닐런지요. 그러나 서편제가 주는 아니 이 영화에서 내가 받은 한 가지 교훈은 한 사람의 소리꾼으로서도 그야말로 소리꾼 명창(名唱)’이 되려면 한()을 그대로 품고 있어서는 안 되고 그 한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201391세로 타계한 개리 데이비스(Garry Davis 1921-2013)1948525일 파리 주재 미국대사관에 나타나 그의 미국시민권을 포기 반납했습니다. 그 후로 세계시민으로 자신이 만든 세계여권1호를 소지하고 65년 동안 한 세계(One World)’ 운동을 벌여 왔습니다.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입국을 거절당하기도 하고, 체포되어 감금되거나 추방당하기도 하면서. 그의 주장은 단순 명료했습니다. ‘국가라는 나라들이 없다면 전쟁도 없을 거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나라 없는 사람이 아니고 다만 국적 없는 사람이라며 1953세계시민들의 세계 정부(World Government of World Citizens)’를 창설 설립해 세계여권, 세계시민증, 출생 신고서, 결혼증명서, 우표와 화폐까지 발행해 왔습니다. 에스페란토 (Esperanto)를 비롯해 7개 언어로 된 이 세계여권(World Passport)은 현재로선 부르키나 파소(Burkina Faso), 에콰도르 (Ecuador), 모리타니아(Mauritania), 탄자니아 (Tanzania), 토고(Togo) 그리고 잠비아(Zambia), 이렇게 6개국에서 공식적으로 이 여권을 인정하고 기타 185개국 에서 경우에 때라 개별적으로 (case by case) 존중해 주고 있답니다.

 

한 세계(One World)’ 운동 지지자들 가운데는 알버트 아이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 -폴 사르트르(Jean-Paul 1905-1980) 등 지식층이 많지만 많은 안락의자 이론가(armchair theorist)와 달리 그는 평생토록 자신의 믿음과 생각을 몸소 실천 실행에 옮긴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90세에도 안주하지 않고 2012년 당시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동면(冬眠 holed up)’하고 있는 위키릭스(WikiLeaks)’의 창설자 줄리안 어산지(Julian Assange)에게 그의 명의로 발급된 세계여권을 전달했고 2013년 그가 임종하기 몇 주 전엔 러시아 정부 당국을 통해 미국의 스파이 정탐법 (espionage laws)을 위반한 혐의로 도피 중인 전() 미국 국가 안전요원(the fugitive former national security contractor) 에드워드 제이 스노든(Edward J. Snowden)에게 그의 세계여권을 발송했다고 합니다.

 

그는 노년에도 세계 각국 대학을 순방하면서 한 세계(One World)’ 운동에 대해 강연하고 집필활동을 계속했습니다. 다음은 그가 1990년 일본의 영자신문 일간 요미우리(The Daily Yomiuri)’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국가라는 나라(The nation-state)는 무질서와 혼돈을 영속화하는 정치적인 허구이고 전쟁의 싹을 틔우는 터(The nation-state is a political fiction which perpetuates anarchy and is the breeding ground of war)”이며 국가에 대한 충성은 합의 집단 자살 행위이다. (Allegiance to a nation is a collective suicide pact.)” 


 

개리 데이브스 씨의 하나로 통일된 지구촌에 대한 열망은 아주 어린 나이에 싹텄다고 합니다. 유복한 가정에 태어나 자라면서 누리는 여러 가지 혜택과 특혜를 불편하게 느꼈었고 제2차 세계 대전 때 타고 있던 해군 구축함이 이탈리아 연안에서 독일 잠수함의 공격을 받고 침몰해 그의 형이 전사하고 그 자신이 B-17 폭격기 조종사로 겪은 그의 전시 경험에서 촉발되었다고 합니다.

 

1961년 출간된 그의 회고록 세계가 내 나라다 (The World Is My Country) [후에 책 제목이 내 나라는 세계다(My Country Is the World)’로 수정되었음]에서 그는 이렇게 회고합니다.

 

독일 브란덴부르크 상공으로 첫 출격 이후 나는 양심의 격통을 느꼈다. (I felt pangs of conscience.) 내가 얼마나 많은 폭탄을 투하했나? 얼마나 많은 남자, 여자와 어린이들을 내가 살상했나?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나 자신에게 계속 반문했다. (How many bombs had I dropped? How many men, women and children had I murdered? Wasn’t there another way? I kept asking myself.)”  

 

그가 찾은 또 다른 길이란 (the another way) 국가 간의 국경을 없앰으로써 분쟁과 충돌을 없애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길이란 바로 우리 모두 우주 나그네 우주인 코스미안의 길 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이란 그리움이 준말, 절절한 숨 기()가 절로 응축된 것, 그렇게 그리는 그림이나 글이란 인생이란 화폭에 이란 붓으로 사랑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 쓰는 것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사랑,’ ‘죽음,’ ‘가슴,’ ‘눈물,’ 그리고 안녕이란 다섯 단어만 알면 오페라를 이해할 수 있다고 그 누군가가 일찍이 말했듯이, 진정코 노래란 목소리, 손짓, 발짓으로 부르는 것 이라기보다 넋소리 몸짓 마음짓으로 가슴 뛰는 대로부르는 것으로 이것은 미치도록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쓰는 ,’ ‘사랑의 숨숨소리,’ ‘삶의 노래가 될 것입니다. 극히 외람되나마 아래와 같은 우생의 즉흥적인 졸시(拙詩)를 김원웅 회장님과 나누고 싶습니다.

 

너는 너의 마음대로 도는 너의 마돈너춤을

나는 나의 마음대로 도는 나의 마돈나춤을

우리 같이 추어 볼거나.

암흑과 혼돈, 전쟁과 분단

분열과 파탄, 이별과 이혼

심신부조화, 영육불일치의

카오스적 시대 졸업하고서

밝고 아름다운 통일과 화합

평화와 사랑의 천지창조로

새로운 코스미안의 시대를

우리 각자 가슴 속에 열어

코스모스 만발한 지구촌

우리 모두 사랑하는 가슴

사슴같이 노루같이

뛰어 놀거나

모두 다 나모다나

모두 다 너모다너

우리 함께 추어 볼거나

하늘하늘 하늘이 돌도록

땅 땅 땅이 다 꺼지도록

 

삼국유사에 나오는 만파식적(萬波息笛)’ 이야기가 있지요. 신라의 신문왕(神文王)은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文武王)의 아들로 신문 왕 때 동해에 있는 거북 형상의 작은 산 하나가 왜병을 진압하기 위해 지었다는 절 감은사를 향해 왔다 갔다 움직였다고 합니다. 이에 왕이 배를 타고 그 산으로 들어가니 용이 검은 옥대를 바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산에는 대나무가 하나 있었는데 낮에는 둘이 되었다가 밤에는 하나가 되는 기인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왕이 용에게 물으니 용의 대답이 해룡(海龍)이 된 문무왕과 천신이 된 김유신 장군이 마음을 합쳐 왕께 보낸 보물이 바로 낮에는 벌어지고 밤에는 합쳐지는 대나무였다고 말을 했답니다. 이 대나무로 만든 피리가 만파식적으로 하늘과 바다와 땅이 만나 세상을 평안하게 하는 선물을 준 것이랍니다. 그리고 삼국유사에 따르면 이 피리를 불면 적병이 물러나고 병이 나으며 가물 때는 비가 오고 비가 올 때는 맑아지고 바람은 가라앉고 물결은 평온하였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이 피리를 만파식적이라 부르고 국보로 삼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용이한 말 중에서 흥미로운 것은 왕이 소리로써 세상을 다스리게 될 것이라 한 점입니다. 그것도 나누는 소리가 아니라 합해진 소리로 세상을 화평하게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만파식적이야기는 2020817일자 미주판 중앙일보 오피니언 페이지에 실린 조현웅 경희대학교 교수 <아름다운 우리말> 칼럼 글 피리를 불어라그 일부를 원용 援用한 것임)  

 

남태평양 이야기,’ ‘하와이,’ ‘이베리아,’ ‘알라스카, ‘커리비언등 많은 작품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독자를 갖고있는 미국의 인기 작가 제임스 미치너(James A. Michener1907-1997)1992년 출간된 그의 회고록에 세계가 내 (고향) 집이다(The World Is My Home: A Memoir)’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영국 사람으로 태어났으나 미국 국부의 한 사람인 벤자민 프랭클 린( Benjamin Franklin 1706-1790)의 권유로 미국으로 건너와 1776상식(Common Sense)’이란 팜플렛을 비롯 일련의 책자를 집필 발행, 영국에 저항해서 미국의 독립을 쟁취할 것을 선동, 격려했으며 프랑스 혁명에도 관여했고, 노예제도에 반대하고 여성의 해방을 주창한 토마스 페인 (Thomas Paine 1737-1809)이 기독교와 성서를 비판 공격한 그의 저서 이성(理性)의 시대 (The Age of Reason, 1794)’에서 그는 이렇게 천명(闡明)합니다.

 

세계가 내 나라이고, 온 인류가 내 형제이며, 선행을 하는 것이 내 종교다. The World is my country, all mankind are my brethren, and to do good is my religion.”

 

나는 한 하나님 이상을 믿지 않고, 이 세상 삶 너머 (다음 생)의 행복을 희망한다. 나는 모든 인간의 평등을 믿고, 우리의 종교적인 의무는 (사회) 정의를 구현하고,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 모든 피조물의 행복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I believe in one God, and no more; and I hope for happiness beyond this life. I believe in the equality of humans; and I believe that religious duties consist in doing justice, loving mercy, and endeavoring to make our fellow creatures happy.”

 

몇 년 전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14세의 소녀 마힌 루츠 양이 미국 북 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에 있는 페이지고등학교에 입학하려는데 문제가 생겼습니 다. 입학 등록 서류 양식의 인종란을 공백으로 놔두었다고 학교 측에서 등록을 시켜주지 않고 인종란을 반드시 기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미 교육성에서 모든 공립학교로부터 학생들의 인종에 관한 자료를 요구하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마힌은 인종란에 기재할 것을 거부했습니다. 마힌과 양친은 다 미국 태생으로 바하이교를 신봉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같은 우리 지구촌 한 인간 가족의 일원일 뿐이라고 우리는 굳게 믿기 때문에 인종이라면 오직 하나 곧 인류밖에 없다고 이들은 주장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학교 측에서는 잠정적으로 마힌의 입학등록을 받아 놓고 워싱턴으로부터 혼혈아의 인종 구별에 대한 정부 당국의 새 규정과 지침이 시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신문 보도였습니다. 이야말로 사해동포주의 (四海同胞主義)를 실천궁행하는 것으로 이러한 사람들이 바하이 신도들, 곧 코스미안들일 것입니다.

 

이들은 하느님은 한 분뿐이고, 세상을 어떤 특정 선민만을 위해서가 아니고 모든 사람을 위해 창조하셨다고 믿습니다. 또 이들은 우리가 인종과 국적과 남녀성별 그리고 종교를 초월해서 서로 눈에 보이는 이웃을 섬기는 것이 곧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섬기는 것이라 믿는답니다. 이 바하이교는 문()이라는 뜻의 (Bab)’이라 불린 창시자가 1844년부터 전파해 하느님의 영광이란 뜻의 바하울라(Bahaulah 1817-1892)’라고 불린 의 후계자 후세인 알라의 가르침을 따르나 어떤 고정된 의식도 성직자도 따로 없다고 합니다.

 

어쩌면 이와 같은 바하이()를 우리말로 바다 ()에다 또 바다 (하이가 준) () () ‘바다종교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고향은 바다 아니 우주 코스모스바다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 그래서인지, 우리는 언제나 바다를 그리는 향수에 젖어 저 아득히 멀고 먼 태곳적 파도 소리를 듣고 있나 봅니다. 끝으로 제가 나이 열 살 때 지은 이 동시를 또한 김원웅 회장님과 나누고 싶어 옮겨 봅니다.

 

바다

 

영원과 무한과 절대를 상징하는

()의 자비로운 품에

뛰어든 인생이련만

어이 이다지도 고달플까.

애수에 찬 갈매기의 꿈은

정녕 출렁이는 파도 속에 있으리라.

인간의 마음아 바다가 되어라.

내 마음 바다가 되어라.

태양의 정열과 창공의 희망을 지닌

바다의 마음이 무척 그립다.

순진무구한 동심과 진정한 모성애 간직한

바다의 품이 마냥 그립다.

비록 한 방울의 물이로되

흘러흘러 바다로 간다.

 

 

The Sea

 

Thou,

Symbolizing

Eternity, infinity, and the absolute

Art God.

How agonizing a spectacle

Is life in blindness

Tumbled into Thy callous cart

To be such a dreamy sod!

A dreamland of the gull

Of sorrow and loneliness full

Where would it be?

Beyond mortal reach would it be?

May humanity be

A sea of compassion!

My heart itself be

A sea of communion!

I envy Thy heart

Containing passions of the sun

And fantasies of the sky.

I long for Thy bosom

Nursing childlike enthusiasm

And all-embracing mother nature.

Although a drop of water,

It trickles into the sea.

 

망언다사(妄言多謝)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1230ts@gmail.com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8.13 10:03 수정 2021.08.1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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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