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오 헨리의 '손질된 등불'에서 보는 자기 선택

민병식

 

오 헨리가 1907년에 발표한 손질된 등불이라는 소설은 낸시와 루라는, 도시로 상경한 두 시골 처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단편이다. 둘은 친한 친구이고 루에게는 사랑하는 남자친구인 댄이 있다. 루는 세탁소에서 일을 하는데 일주일에 18달러 50센트를 받고 이는 루가 여유 있게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반대로 낸시는 백화점에서 일을 하는데 일주일에 8달러를 받는다.

 

확실히 루에 비해서는 적은 금액이지만, 백화점에 오는 수많은 상류층 손님들을 통해서 교양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낸시의 목적은  백만장자를 만나서 결혼하는 것이다. 어지간한 남자로는 성이 차질 않아 이미 부자인 몇몇 남자의 청혼도 거절했다. 루는 반대로 소박하다. 세탁소에서 버는 벌이에 만족하며 세탁소에서 만난 남자친구 댄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그녀에게 단점이 있다면 화려한 옷을 좋아하고, 댄의 후줄근한 옷에 불만이 있는 정도다.

 

어느 날 낸시는 평소처럼 일이 끝나고 루와 댄과 함께 극장에 가기 위해 그들을 만나러 가는데  댄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루가 야반도주를 했다는 것이다. 유럽으로 떠났다고 한다. 바로 낸시가 그렇게나 원하던 백만장자와 말이다. 낸시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댄은 애써 밝게 웃으며 낸시에게 쇼의 입장권을 보여 주고 친구와 연인에게 버려진 두 사람은 그렇게 같이 극장에 가게 된다.

 

낸시가 루와 다시 만나게 된 건 3개월이 지난 후이다. 화려한 옷과 보석들로 몸을 한껏 치장한 루가 거리에서 낸시를 부른다루가 낸시의 초라한 차림을 보고 말하길,

 

그런데 네가 생각했던 그 큰 물고기는 어떻게 됐니? 아직도 못잡았구나!’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물고기를 잡았어. , 이제는 말해도 괜찮겠지? 나 댄하고 결혼하게 됐어. 그는 이제 나의 댄이야.’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루는 곧 눈물을 터뜨리고, 분명 자신이 버린 남자친구임에도 불구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소설은 그런 루를 위로하는 낸시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소설의 제목 손질된 등불과연 이 제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낸시는 몇 번의 청혼을 받고 그것을 거절했다. 좀 더 돈이 많은 남자를 원하면서도 돈 만이 아닌, 인품이 좋은 사람을 찾았던 것이다. 반면, 스스로의 경제력을 중시하던 루는 결국 백만장자를 선택한다. 그러나 정작 그것이 자신의 힘으로 이뤄낸 것은 아니다.

 

반면, 낸시 지금까지 자신이 생각하던 백만장자가 아닌 가난하지만 성실한 댄이다. , 낸시 모두 자신이 원래 생각하던 목적과는  다른 목적을 이룬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추구한대로 최종 목적을 이룬다그리고 어떠한 등불 아래서도 루를 기다리던 댄은 루에게 버려지고 새로운 등불을 만난다바로 낸시제목의 손질된 등불은 바로 낸시였던 것이다.

 

루가 마지막에 눈물을 흘리는 것은 자신이 백만장자와 결혼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자신이 버린 것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눈물을 흘린 것  아닌지루의 눈물을 통해서 소설은 루의 선택을 그리 긍정적으로 비추지는 않으나 현실적으로 루의 선택을 비난하기에는 물질의 중요함과 달콤함을 모두 알고 있기에 루를 미워할 수 없었고 자신의 사랑을 선택한 낸시에게 열렬한 지지와 박수를 쳐주고 푼 작품이었다.

 

나의 등불은 무엇일까. 선택은 스스로에게 달렸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

민병식 sunguy2007@hanmail.net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8.25 10:49 수정 2021.08.2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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