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시로 읽는 ‘그곳에 가고 싶다'] 인도 카주라호 사원의 미투나에게 묻다

여계봉 대기자

 

인도 카주라호 사원의 미투나에게 묻다

 

 

힌두교의 신은 

창조(Generate)의 신, 브라만

유지 보호(Operate)의 신, 바시니

파괴(Destruction)의 신, 시바

 

이 신들의 

영어 첫 글자를 모으면 

희한하게도 GOD

 

오전 여섯 시

하늘은 어둠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지만 

여행자들은 느린 발걸음으로 

카주라호 사원의 새벽을 연다 

 

 

1,000여 년 전 

최고의 번영을 누린

인도 찬델라 왕조가 건설한 

힌두교 예술의 보고 카주라호 사원 

 

서부 사원인 락슈마나 사원 부조물 상단에는 

적나라한 카마수트라 성애 부조가 

외벽을 뒤덮고 있다

 

 

미투나는 

19금 남녀상열지사 보다 

더 야한 남녀 교합상 

 

허리를 180도로 꺾은 여성 

그 뒤에 서 있는 남성

이렇게 가뿐하게 

몸을 꺾을 수 있는 것은 

요가의 유연함 때문인데 

 

바로 옆에서 

코끼리가 싱긋 웃고 있다

 

인도 역사에서 

코끼리가 등장하지 

않는 곳이 없는데 

 

인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힌두 신 중 하나가 

얼굴은 코끼리인데 

몸은 사람인 

코끼리 신 가네샤 

 

 

카일라스산의 동굴에서 

깨달음을 얻은

시바 신에게 바쳐진 

칸다미야 마하데바 사원은 

 

탑 전체가 

힌두의 신들과 

남녀가 서로 얽혀 

노골적인 애욕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조물로 가득 

 

힌두교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독립된 상태는 

불완전성으로 인식하는데 

 

불완전성을 

해소하기 위해 

하나가 되는 순간을 

영원한 진리로 인식하는 

탄트리즘 사상이 깔려있다 

 

 

태양의 신 

수리아를 모신 

치트라굽타 사원의 

어두컴컴한 통로를 지나 

사원 안으로 들어가면

 

향내가 진동하는 

사원 중앙에 

원통 모양의 커다란 대리석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이 돌이 

힌두교가 숭상하는

생명의 근원인

시바 신의 링가(Linga) 

 

 

시바 신을 모신 

비슈바나타 사원은 

작은 탑들이 

힌두교의 성산 

카일라스를 상징하는 

시카라의 정점을 향해 

하늘을 향하고 있다 

 

 

이 사원도 예외 없이 

사랑의 조각 미투나를 

숨은그림찾기 하듯 

찾아내 살며시 말을 걸어본다

 

사원 밖에서 인도 처자가 

시바 신에게 바친 성수를 

바닥에 뿌리고 있는데

이 처자는 무엇을 소원하였을까 

 

 

자이나교 사원들이 모인

동부 사원에서 가장 큰 파르스바나트 사원

 

고행과 금욕주의 수도 생활을 통해 

진리를 깨우치는데

소유를 버려야 

자유를 구현한다 하여 

승려들은 나체로 수행한다 

 

 

인간 본성의 쾌락과 

정신적인 행복의 표본

카주라호 성애 사원은

에로틱 문화유산의 최고 진수

 

성(性)이란 무엇인가

몸에 들끓고 있는 

욕망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것을 극복하여 

해탈로 가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라는

힌두교적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서로에 대한 

사랑이 확인되는 성 

생명을 잉태하는 성은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카주라호 사원을 나오면서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성 해방을 외치며 

시대를 앞서나갔던 

자유주의자 마광수 교수

 

카주라호 사원의 미투나를 

본 사람이라면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카주라호(Khajuraho):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남동쪽으로 약 400k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도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힌두교와 자이나교의 영향을 받은 20개 이상의 아름다운 사원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 사원은 10세기에서 11세기인 찬델라 왕조 때 건립되었는데 힌두교 사원 건축의 절정이라 평가받는다. 이 사원들이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름다운 사원 기단과 외벽에 성적(性的) 교합의 순간을 리얼하게 담아낸 조각상들이 빽빽하게 새겨져 있어서다. 그래서 사원의 정식 이름보다는 ‘에로틱 사원’이라고 불리고 있다. 카주라호에 가기 위해서는 뉴델리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하거나, 타지마할이 있는 아고라에서 기차를 타고 7시간 정도 가면 된다.

 

 

 

[여계봉 대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 yeogb@naver.com

작성 2026.02.03 13:28 수정 2026.02.0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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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