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전명희 [기자에게 문의하기] /
시인의 의자·22
-퇴물 교수 시인
시인의 의자에는 퇴물 교수 시인이 앉아있었습니다. 실직하여 할 일 없는 교수 시인은 밥벌이를 위해 문인 교습소를 열었습니다. 전문 시인 창작지도라기보다는 글짓기 대회 입상을 목표로 한 교습소였습니다. 교수라는 직함 하나로 밥벌이가 되었습니다. 강의료 지불하고 교수가 첨삭하는 글짓기 교습소에 시인이 되려는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습니다.
교습소 수강생들 중에서 전국, 지방 글짓기 대회 입상자가 생겨났습니다. 교수는 수강생들을 사설 문예지로 알선하여 시인, 수필가 칭호를 붙여주었습니다. 수강생들은 그때마다 교습료를 상회하는 두둑한 봉투를 내밀거나 선물 꾸러미를 내밀었습니다. 수강생들은 십일조를 정기적으로 교수님께 바쳤습니다.
“계속 지도 편달을 바랍니다. 교수님, 교수님 당신없이는 우리는 살 수 없습니다”
수강생들은 유행가 “사랑의 밧줄” 노래 가사 한 구절처럼 퇴물 교수를 꽁꽁 묶었습니다.
김용임의 노래가 날마다 시인 교습소에 흘러나왔습니다.
“밧줄로 꽁꽁 밧줄로 꽁꽁/단단히 묶어라/내 사랑이 떠날 수 없게……”
“밧줄로 꽁꽁 교수를 꽁꽁/단단히 묶어라/내 시가 떠날 수 없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