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헨리의 작품에는 공원, 광장, 노숙자 등이 많이 등장하는데 공원이나 광장은 만남과 소통의 장소이고 노숙자는 인류애를 실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추수감사절과 두 신사'에서도 광장과 노숙자가 등장한다.
작년 추수감사절과 마찬가지로 스터피는 올해도 오후 1시가 되자 유니온스퀘어 공원의 분수 맞은편 벤치에 앉았다. 매년 이때가 되면 항상 어떤 노신사가 진수성찬을 대접하기 위해 이 자리로 그를 찾아왔다. 이것은 노인에게 있어서 꼭 지켜야 할 관습이며 전통이었다. 그는 스터피를 데리고 식당으로 가서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음식을 시켜놓고 스피터가 먹는 모습을 뿌듯하게 지켜보는 것이었다.
오늘은 일 년에 한 번씩 곯은 배를 호강시키는 날이었다. 그러나 오늘 그는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았다. 5번가의 어느 대저택 앞을 지날 때 문 앞에 있던 하인이 스터피를 부르더니 그 집 두 할머니에게 인도했고, 할머니들은 그에게 칠면조 요리와 구운 감자, 호박파이, 그리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푸짐하게 대접했기 때문이었다. 그들 역시 전통을 존중하는 할머니들이어서 정오가 지나 맨 처음 자기 집 앞을 지나가는 굶주린 사람에게 성찬을 대접했던 것이다.
지금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스터피는 배가 너무 불러 숨소리가 씩씩거리고 여기까지 걸어오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가 이 자리에 찾아온 것은 성찬을 한 번 더 대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그동안의 습관 때문이었다. 스터피 역시 전통을 존중하는 사람이어서 노신사가 9년 동안 이어온 호의를 올해도 변함없이 베풀 수 있도록 해주고 싶기 때문이었다. 역시 노신사는 어김없이 그에게로 걸어왔다. 그는 검정 외투에 오래된 안경을 쓰고 있는 깡말랐으며 머리칼은 작년보다 더 하얗게 세어 있었고, 지팡이에 몸을 더 의지하고 있었다. 그는 해마다 하는 똑같은 말을 했다.
“잘 지냈소? 추수감사절 관습은 우리들에게 참 좋은 일이오. 식사하러 갑시다.”
전엔 눈물겹도록 고마운 말이지만 지금 스터피는 매우 고통스러웠다. 자신의 위가 음식을 더 받아들여 줄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공손히 대답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영감님. 전 지금 무척 배가 고픕니다.”
노신사는 매년 가는 식당으로 그를 데리고 갔다. 웨이터들은 칠면조, 고기 스프, 파이등을 날라와 식탁에 수북이 쌓아놓았다. 스터피는 음식 냄새를 맡자 속이 울렁거렸지만 하나하나 해치우기 시작했다. 마주 앉아 가만히 그를 바라보고 있는 노신사의 얼굴에 행복의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 행복한 얼굴을 보고 스터피는 자신이 역시 음식을 사양하는 무식한 짓을 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한 시간 후에 그는 정신이 혼미해져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잘 먹었습니다 영감님. 올해도 변함없이 이렇게 대접해주셔서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노신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은화로 1달라 30센트를 음식값으로 지불하고 웨이터에게 5센트짜리 동전 세 닢을 팁으로 주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은 식당을 나와 노인은 남쪽으로, 스터피는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로부터 한 시간 뒤 스터피와 노신사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스터피는 과식이었고 노인은 영양실조였다.
추수감사절은 수확물에 감사하며 온 가족이 모여 누구나 배불리 먹는 감사의 명절이다. 이 명절에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스터피를 위해 노신사는 9년 동안 성대한 식사를 대접한다. 자신은 비록 굶을지언정 긍지를 갖고 자신의 전통을 지키는 노신사, 어떤 상황에서도 노신사와의 전통을 꿋꿋이 지키고자 했던 스터피의 이야기를 통해 오 헨리 작품의 유머와 결말의 극적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가진 것이 없음에도 삼일을 굶고 약속을 지키고 기품을 유지한 노신사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우는가. 노블리스 오블리주다. 비록 가진 것이 많지 않더라 하더라도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따뜻한 마음, 그것을 오 헨리는 외치고 싶었을 것이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