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달라고 하면 잘 들어주는 우리나라 삼대 관음도량은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 강화도 보문사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돌아가신 분을 극락에 가게 해 달라고 하면 잘 들어주는 우리나라 삼대 지장도량은 남해 용문사, 철원 심원사, 고창 선운사 도솔암이라고 한다. 여기서 보면 우리나라 삼대 관음도량도 남해에 있고 삼대 지장도량도 우리 남해에 있다. 이것만 보아도 남해지역의 특수성을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세 곳에 용문사가 있다. 남해 용문사, 예천 용문사, 양평 용문사다. 용문이라는 것은 용화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이라고 개인적인 해석을 달아본다.
해설을 하다보면 남해 용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용은 물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용이 물을 향해 달려 내려오다가 남해 앵강만에서 좋은 사람을 보고 놀라 주저하는 사람들처럼 멈춰 선 곳에 용문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남해 용문사는 용의 머리, 예천 용문사는 용의 허리, 양평 용문사는 용의 꼬리라고 보면 됩니다.”
늘 습관처럼 용문사를 알리던 날 “해설사님 그건 아니고요. 양평이 머리, 예천이 허리, 남해가 꼬리지요.”라며 반박을 하는데 아뿔사 양평의 공무원들이 오신 것을 깜빡 잊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반박을 했다.
“아닙니다. 용은 물을 좋아하는데 어찌 내륙으로 달려가겠습니까? 용은 항상 물을 향해 달려갑니다.”라며 웃었다.
정말 용은 물을 좋아해 물을 향해 달린다. 그래서 풍수에서 내룡이나 청룡이 아래로 달리는 것이지 내륙을 향해 가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용의 머리에 있는 남해 용문사는 우리나라 삼대 지장도량에 걸맞게 대웅전에는 용이 17마리 조각되어 있다. 원래 극락에 갈 때는 반야용선이란 배를 타고 가는데 반양용선을 용이 끌고 간다고 한다. 그래서 의기양양하게 “용 17마리가 배를 끌고 가니 얼마나 안전하고 빠르게 극락으로 모시고 가겠습니까?”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이런 남해 용문사에는 보물이 두 개가 있다. 용이 17마리 조각되어 있는 ‘대웅전’과 ‘괘불탱화’다. 괘불탱화는 원래 야외에서 법회를 할 때 사용하는 석가모니불 대신 용도로 사용하는 그림이다. 이런 보물을 두 점이나 보유하고 있는 남해 용문사는 호랑이가 언덕에 기대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 호구산 자락에 있다.
그 아래 임진왜란 때 승병들이 활동했던 근거지로 수국 사찰로 명성이 자자하고 조선시대 부안의 기생 매창과 촌은 유희경이 주고받은 사랑 시가 목판본으로 제작되어 보관되어 있다. 촌은 유희경이 부안에 부임 받아 매창이란 기녀와 사랑을 나누고 떠난 뒤 매창이 유희경을 그리워하며 쓴 시 한수를 읊어 본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하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더라.
그 외에도 54편의 시가 목판본에 새겨져 있는데 호구산 아래 호젓하게 앉아 있는 용문사만큼이나 아름답고 애틋하다.
그리움이 쌓이고 쌓이면 시가 되고 역사가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오늘도 용문사 봉서루에 앉아 용문사 대웅전 처마 아래 조각된 용의 머리만 한참 바라보았다.
[서재심]
시인
남해군문화관광해설사
코스미안뉴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