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28일 남해와 삼천포를 잇는 ‘창선-삼천포대교’가 충무공의 탄신일에 맞추어 개통했다. 그리고 그해 오월 배우 맹호림이 창선-삼천포대교를 지나 남해에 들어온다.
배우 맹호림은 젊은 날 거제에 땅을 많이 사 두었다고 했다. 노년에 거제의 자연에 묻혀 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거제도에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들어오면서 거제도가 도시화 되는 것을 보고 후배가 “남해에 가 보세요.” 하길래 “남해가 어디야?”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때까지 배우 맹호림은 남해도란 섬을 잘 몰랐고 그냥 남해 바다만 연상했다고 한다. 그리고 후배가 알려주는 대로 찾아오니 마침 ‘창선-삼천포대교’가 개통된 즈음이었다. 그 다리를 건너 남해로 들어오다 본 바다는 호수같이 잔잔하고 아름다워 첫눈에 반했고 또 공교롭게도 처음 찾은 곳이 남해독일마을이었다.
그런데 운명인지 맹호림이 독일마을을 둘러보고 언덕에 올라서니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테마마을을 만들기 위해 터 닦기 작업을 했는데 살고 싶다는 신청자가 없다는 뉘앙스의 대화를 하는 것을 듣고 “여기 와서 살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하고 물었다. 그 사람들은 친절하게 남해군청에 가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고 하여 남해읍으로 가서 증명사진을 찍고 남해군청에 신청서를 쓰고 갔다고 한다.
그리고 집으로 가서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 전화를 했더니 신청자가 선생님 혼자라 어떻게 하지를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아내와 상의하자 고려대 원예과를 나오고 ‘손바닥정원’의 회원인 아내의 조언을 받아들여 ‘원예예술촌’으로 조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원예예술촌의 최대 이슈는 ‘박원숙카페’라고 할 수 있는데 배우 박원숙은 개인적으로 오빠라고 불렀던 배우 맹호림이 남해에 마을을 조성한다는 소문을 듣고 자신도 같이 하고 싶다는 뜻을 내어 같이 원예예술촌을 조성하는 팀이 된 것이다.
이런 비하인드스토리는 정현태 군수 시절 남해에 ‘일일명예군수’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남해에 큰 이슈가 되는 분들을 한 달에 한 번씩 군수직을 경험하게 했다. 그때 배우 맹호림이 일일명예 군수가 되었을 때 내가 남해를 안내했었기에 이런 비하인드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5만 평의 땅에 16개국의 정원이 조성되어 있는 원예예술촌은 사계절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고 맹호림과 박원숙의 스토리가 있어 남해의 큰 자랑거리이다. 어제도 원예예술촌에서 해설을 하는데 노부부께서 물었다.
“박원숙카페를 갈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매표를 하고 가시다 보면 박원숙 카페가 중간쯤에 있습니다.”
“매표를 안 하면 못 가나요?”
그렇다고 했더니 그 노부부 그냥 가시려고 했다.
“박원숙 카페도 볼거리지만 원예예술촌은 5만 평의 부지에 다양한 꽃들과 16개 다른 나라의 정원들을 보는 가치가 오백만 원쯤 됩니다.”
안타까워 말을 보태었더니 그분들 미심쩍어하면서 입장을 하였다. 5만 평의 정원에 다양한 꽃들, 이색적인 건축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산책하는 정원은 언제 가 보아도 신선하고 편안하여 눈도 즐겁고 마음도 상쾌해지는 곳이다.
남해 원예예술촌에 가면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정원에서 살고 있는 주인장들이 방긋방긋 웃으며 그대를 반기고 기분 좋아 사뿐사뿐 걷다 보면 덩달아 아름다운 꽃이 된다.
[서재심]
시인
남해군문화관광해설사
코스미안뉴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