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코스미안상 '은상'

광활한 바다를 향하여

조승우



[당선 소감]

은상으로 선정되어 영광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것에 대해 사색하고 써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은상 당선 작품] 광활한 바다를 향하여

 

 

바다. 지구 위에서 육지를 제외한 부분으로 짠물이 괴어 하나로 이어진 넓고 큰 부분이다. 바야흐로 4차산업혁명 시대는 대표적인 인공지능의 발전뿐만 아니라 디지털 문학의 활성화로 인해 수많은 사람에게 문학의 바다가 개척되었다. 문학의 새로운 영역, 운명을 처음으로 열어나가게 되었다는 것, 우리에게 새롭게 펼쳐진 문학의 바다는 무엇일까.

 

과거에는 작가가 책을 출판하기 위해 정말 크나큰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했다. 우선 작가의 작품이 근본적으로 출판사의 기호와 맞지 않는다면 출판의 첫 단추부터 끼울 수가 없었다. 책을 찍어내고 판매하며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출판사의 입장에서 작품을 고르는 것은 사실상 투자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출판사가 마음에 드는 작가의 작품을 발견했다고 해서 출판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작품 초고를 다듬는 작업부터 시작해서 과거의 출판은 결국 종이책을 찍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다르다. 디지털 시대의 작가들은 자신의 전자책을 다양한 플랫폼들을 이용해 출판사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제작하여 판매할 기회를 얻게 됐다. 이 부분을 하나씩 짚어보자면, 첫째는 전자책의 출현으로 기존의 종이책만이 출판 방법의 전부가 아니게 되었다는 것.”, 둘째는 다양한 디지털 관련 플랫폼의 출현으로 출판사의 마음에 드는 작품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출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디지털 문학특징을 텍스트로 하나하나 나열해보자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내용이 나오겠지만, 근본적으로 전자책디지털 플랫폼에서 산출된 부차적인 특징들이다.

 

이러한 디지털 문학이 어떻게 우리에게 새롭게 펼쳐진 문학의 바다가 된 것일까? 수천 년간 인간과 함께해온 종이책이 찢어지지 않고, 물에 젖지 않으며 한 권 두 권 무겁게 들고 다닐 필요도 없이 태블릿PC 하나면, 스마트폰 하나면 수백, 수천 권의 내용을 담아낼 수 있는 전자책으로 변신하였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문학은 정말 광활한 바다가 우리 눈앞에 펼쳐졌다는 표현이 가장 적합하다. 말 그대로 막힌 데가 없이 탁 트이고 넓은 문학의 영역이 펼쳐진 것이다. 과거 대형 출판사들이 이른바 입맛대로 골라 출판하던 시대에는 제아무리 문학의 장르가 다양했을지언정 주요 출판사들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면, 당시에 수익 창출의 가능성이 그들 눈에 보이지 않았다면 세상에 얼굴을 내밀지 못했던 작품들도 허다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아니다. 우선 출판사 중심의 출판 구조 자체가 파괴되었다. 기존의 종이책을 찍어내던 출판사부터 e-book 전용 출판사, SNS 등 수많은 플랫폼이 출현함으로써 세상에 얼굴을 내민 문학의 장르도 매우 다양해졌다. 실제로 과거였다면 이게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야?’라는 소리와 함께 외면당했을 공상과학 소설,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어떻게 이런 막장 연애, 막장 인간관계가 있을 수 있어?’라는 호통과 함께 퇴짜맞았을 로맨스 소설도 오늘날에는 쉽게 접해볼 수 있다.(당장 떠오르는 대표적인 플랫폼은 네이버 series on”이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장르의 작품을 접해볼 수 있다.)

 

수많은 장르의 개척이 문학의 바다의 전부가 아니다. “트랜스 미디어 스토리텔링도 광활한 문학의 바다라 볼 수 있다. 급진적 상호텍스트성과 복합성. 여기에 새로운 의미 확장이 가미되면 Trans media. 말 그대로 미디어 간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새로운 스토리텔링, 새로운 문학작품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직접 접해본 트랜스 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예시는 일본 문학작품이었는데, 바로 신카이 마코토감독의 작품과 소설 원작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최근에 날씨의 아이(Weathering With you)”라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는데 흥미롭게도 이 애니메이션의 뼈대라 할 수 있는 각본도 본인이 직접 썼다.

 

다시 말해 본래 문학작품으로 탄생했던 날씨의 아이라는 소설에 그림을 덧붙여 만화로 만들고, 이 만화에 생동감을 더해 애니메이션을 탄생시킨 것이다. 텍스트 속 내러티브가 하나의 매체 안에 머무르지 않고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트랜스 미디어 스토리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트랜스 미디어 스토리텔링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텍스트로서만 존재하던 문학작품이 영화, TV, 게임 등으로 새롭게 현현하면서 문학의 형태가 매우 다양해졌다는 점에서 문학의 바다가 펼쳐졌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변화를 거듭하는 문학 형태의 뒷이야기를 살펴보면 어떤가? 근본적으로 트랜스 미디어 스토리텔링은 변화를 거듭하는 미디어 환경과 다양한 독자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나타난 창작 방식이다. 다시 말해 트랜스 미디어 스토리텔링은 작가 혹은 출판 플랫폼의 일방적인 문학 활동이 아닌 출판된 문학을 누리는 독자들의 성향과 의견이 함께하는 쌍방적인 문학 활동이라는 것이다.

 

작가가 창작하고 창작된 작품이 출판사를 통해 출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다르게 오늘날에는 작가와 독자가 소통하며 함께 작품을 만들어내고, 어제 독자였던 사람이 무한한 미디어 환경과 욕구에 영감을 받아 오늘 작가가 될 수도 있다. 독자가 단 하루 만에 작가가 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디지털 문학의 출현이다.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출판사의 구애를 받지 않고 원하는 장르의 작품을 자유롭게 출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새로이 펼쳐진 문학의 바다는 희망과 긍정으로만 가득 찼을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실제 바다를 떠올려보면 된다. 실제로 바다는 그 자체로 광활하고 깊은 곳 어딘가에 무궁무진한 매력을 품고 있기에 뭇 사람들이 광활한 바다에 대한 로망을 품기 마련인데, 현실적으로 망망대해에서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잘못된 항로로 빠지거나 난류에 휩쓸릴 수도 있는 불안함이 기저 한다.

 

문학의 바다도 마찬가지이다. 더욱더 다양한 장르와 수많은 출판 플랫폼을 마주한 사람들은 이전에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학의 지평에 감탄을 금치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학의 망망대해에 마주한 사람들은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 말 못 할 정도로 넓어진 문학의 지평에는 거짓되고 그릇된 문학과 정보가 떠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문학 시대가 도래함으로써 문학은 수많은 장르와 출판 플랫폼을 품게 되었지만, “정보 홍수라는 표현이 있듯이 이른바 문학 홍수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과도한 장르의 확장, 플랫폼의 확장은 결국 독자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독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문학작품과 정보 따위에 쉬이 접근할 수 없게 만든다.

 

또한, 문학의 바다는 우리에게 안일함과 독해 능력 저하라는 난제를 안겨 주었다. 과거에 전화번호부 따위로 많은 전화번호를 외웠던 사람들과 오늘날의 사람들을 비교해본다면, 오늘날에는 스마트폰 주소록에 전화번호가 모두 저장되어 있다 보니 구태여 누군가의 번호를 외우려고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독해 능력에 관한 수많은 연구에서는 근본적으로 전자책 독해의 수준이 오늘날 종이책 독해의 수준에 다다를 수가 없다.”라는 결과가 많이 나온다.

 

조금 더 비유하자면 과거에는 물이 너무 귀해 조금의 물이라도 얻게 된다면 최대한 신중하게 그 물을 조금씩 걸러내고 깨끗하게 담아내려고 했지만, 오늘날에는 사방에 널린 게 물인데 정작 개중에 깨끗한 물은 없고 바닷물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새롭게 펼쳐진 문학의 바다에 대하여. 바다는 한없이 광활하고 아름다우며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접해보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바다는 한없이 깊고 위험하며 우리 눈에 보이는 대로,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광활한 바다를 향하여. 디지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우리는 디지털 문학의 시대에 살게 되었다.

 

문학의 바다에서 우리는 새롭게 마주하는 다양한 이야기, 누구나 쉽게 책을 출판할 수 있는 플랫폼의 확대를 마다할 필요가 없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는 급작스러운 문학의 범람에서 무엇을 상실하였는지, 그리고 무엇을 상실해서는 안 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며 디지털 문학 및 예술 작품과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정민 기자
작성 2021.10.02 10:40 수정 2021.10.0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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