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의 양심선언] 시인의 의자·29

김관식

시인의 의자·29

-형상화

 

  

시인의 의자는 웅덩이 지킴이 할아버지의 업무가 바빠 늘 비어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시인의 의자는 혼자 외로움의 시를 중얼거렸습니다. 외로움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여태까지 무얼했는가?’등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성찰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지난날이 부끄러워지게 되고 그 부끄러움을 글로 남기려는 생각이 들 겁니다. 글이 뭐 따로 있겠습니까? 자신을 냉철하게 성찰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가면을 벗고 진실로 자신과 대화를 하다 보면 좋은 글이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자신을 돋보이려 하거나 자신을 능력 이상으로 과장하려는 허위의식이 없으면 글에 생명력이 자라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거지요. 그런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자신의 겉모습을 치장하는 도구로 글을 이용하려 드는 시인이 바로 가짜라는 겁니다


어느 매체로 문학을 시작했건 간에 문예지의 당선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느냐 안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 종이인쇄업자가 등단이라고 사칭하여 시인이라고 인정한다고 해서 시인이 되는 것이 아니지요. 그런데 문예지 등단업자가 자신의 영달과 세력 확장을 위해 실력을 따지도 않고 무조건 등단 칭호를 준다고 시인노릇을 제대로 하겠습니까


시인 노릇을 하지 못하니까 시인인 척 남에게 보이려고 가면을 쓰니까 얼마나 피곤한 삶을 살고 있겠어요. 이런 거짓 문인 노릇은 상놈이 양반 자리를 사서 상투 틀고 양반 행세를 했던 조선시대 풍속도와 유사하지요? 자유스럽게 생활하다가 양반의 굴레를 씌어놓으니 얼마나 답답했겠습니까? 그때야 그 감옥살이 같은 양반 노릇을 자식들의 앞날을 위해 참고 견디었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다르지요.


종이인쇄업자가 남발한 시인 자격증이 당장 현실에서 시인 노릇을 보장하게 해줄지 모르지만 문학이라는 자체는 진실하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지요. 그러기 때문에 가짜 자격증으로 시인 노릇을 한들 시 한 편 제대로 쓰지 못하고 시인 노릇으로 자신을 속이고 있기 때문에 혼자 얼마나 외롭겠습니까? 자신의 무능함과 위선적인 자화상을 들여다보며 얼마나 수치심을 느끼고 있는지 자신은 속일 수 없을 겁니다


이렇게 진실로 지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성의 시간을 갖는 순간만큼은 시인의 마음으로 돌아간 것이지요. 이런 진솔한 마음을 적으면 시가 되는 것이지만 어찌 그것을 밝힐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가짜 시인 노릇을 하고 당당했겠습니까? 도로아미타불로 다시 헛소리 지껄이고 말겠지요. 거창하게 인생이 어떻고 유행가 한 구절 흉내 내듯 사랑 타령, 자신의 착한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 널리 알리는 일기를 문학작품이라고 끄적거리고, 문학단체 감투 자랑이나 하겠지요?

 

글은 솔직하게 진실하게 자신의 내면과의 대화를 기록하면 독자의 공감을 얻게 되는데. 절대로 뜻이 넓은 말(관념어)로 말하면 그 진실성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구체적이고 다른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경험을 끌어와 그것을 재료로 생생하게 오감을 사용하여 감각적인 이미지로 보여주어야 독자가 빨려 들어가는 것이지요.


행복, 사랑, 효도, 예절, 축복, 미소, , 세월, 그대, 등 정말 뜻이 넓은 말이나 상투적인 낱말을 사용하여 글을 쓰면 무엇을 말하는지 독자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행복을 예로 들어봅시다. 왜 행복합니까? 자식이 고시에 합격했기 때문, 장가 가지 않으려는 아들이 참한 며느감을 데려와 결혼하게 되어서 등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 순간이 어떤 느낌이 들었는가요? 등등 경험상황을 끌어와 이미지로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 상황을 찾아서 적절한 시어를 선택하여 배열하여 표현하는 기술이 시적 표현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오 사랑합니다. 그대를이런 표현을 한 시인이 있습니다. 결혼도 하고 자식도 있는 시인이 이런 유치한 표현을 하면 거짓이지요. 아내가 있는데 또 다른 대상을 향해 사춘기 때처럼 이런 표현을 하는 시인은 따귀를 맞을 가짜 시인이라는 겁니다. 경험을 떠난 관념어로 헛소리를 늘어놓고 시라고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말은 7할이 한자어이고, 3할이 우리 말이죠, 시인은 우리말을 갈고 닦는 일에 앞장서야 하기 때문에 되도록 이면 우리말을 시어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요. 괜히 어려운 말로 유식을 가장한 시를 쓰는 것은 스스로가 무식을 폭로하는 것이고 머릿속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 형상화로 착각하여 시를 쓰는 사람은 형상화가 무언지도 모르는 시인들이지요.

 

형상화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실체로 드러내는 시적 작업이지요. ‘사랑은 관념어인데 사랑시를 쓰는데 사랑 소리를 막 내 밷는 시인은 헛소리를 하는 시인이지요. 사랑 그 넓은 의미를 담은 시적 경험을 감각적으로 보여주려면 자신의 경험 속에서 한 장면을 떠올려 보여주어야 하겠지요. 손톱으로 사랑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하여 보여준 마광수의 사랑노래로 마무리 지을게요.

 

사랑노래

 

마광수



나는 기다렸지.
네 손톱이 빨리 자라나기를
네 손톱이 1센티 길어질 때마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그 순간을
기다렸지. 드디어 네 뾰족한 손톱이
날카로운 비수처럼 요염하게 길어졌을 때
나는 네 열 개의 손톱에 정성껏
핏빛 메니큐어 칠을 했지.
그리고는 내 벌거벗은 몸뚱어리를
사정없이 할퀴고 찌르게 했지. 뚝뚝
떨어지는 검붉은 피 아름다운 피 달콤한
, , .
나는 네 손톱으로 내 모가지를 찔러
아름답게 죽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랐지.

 

이 시에 한자어가 비수” “요염등 몇 마디밖에 없지요. 우리말보다 느낌을 표현하는데 가장 절절한 한자어는 그대로 살려 표현한 것이지요. 모두 우리말로만 표현해도 사랑의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습니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성욕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의 실체를 드러내 보여주지 않습니까? 손톱이라는 촉각의 감각기관을 활용하여 감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공감하게 되는 겁니다. 약간 사디즘적인 용망을 사랑으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사랑의 속성을 감각적으로 제시하여 젊은이들이 애송하는 시였지요.


순간의 욕망이 영원해지기 바라는 사랑, 많은 사람들이 사랑 때문에 죽고 사랑 때문에 살고 사랑으로 우리들은 관계가 형성되고 사랑 때문에 서로가 미워하게 되는 것이지요. 인간의 역사는 사랑의 변천사라고 할까요. 여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짜 시인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습니다. 저도 인간에 지나지 않고 좀 깨우쳤다고 어리석은 만용을 부리는 것이만, 무딘 가슴에 충격을 주는 사명이 문학인의 일이기에 시인의 의자 연작시를 쓰고 있는 겁니다


사랑으로 아름답게 죽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절절한 사랑의 극치이겠습니까? 하나 못해 짐승들도 죽은 짝꿍의 사체을 끌어안고 떠나지 못하는 장면을 유튜브에서 보았을 겁니다. 그런 짐승보다 못하게 미움의 손톱으로 상대를 할퀴는 짓을 이제 그만 해야지 않겠나요? 시인의 의자는 그런 짐승 같은 가짜 시인이 앉을 자리가 아닌 겁니다


빈 수레 그만 굴리시고 이제 내면을 살찌울 책들을 가득 실어 끌고 가야지요. 오늘도 웅덩이 지킴이 할아버지는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를 수레에 가득 싣고 힘겹게 쓰레기장으로 가고 있더군요. 그의 뒷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렇게 가식 없는 진실한 생활 모습이 바로 시가 아니겠습니까?


하나님이 그 기르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여섯째 날이니라.(창세기1:31)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김관식 kks41900@naver.com

 

 

 

 

 

이정민 기자
작성 2021.10.18 10:14 수정 2021.10.1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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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