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구 칼럼] 사팔뜨기 저승사자

문경구

 

창밖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서로 다른 모습처럼 그들의 삶의 양식도 모두 다르다. 한 뱃속에서 나온 형제들도 성격 취미 심지어는 팔자관도 모두 다르다는 걸 믿고 살아간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들여다볼 수 없는 팔자라고 하는 속궁합은 그대로인데 겉으로 느껴야 될 얼굴의 겉궁합 모습이 모두 똑같다면 세상은 과연 어떻게 될까 궁금해진다. 마치 모레알처럼 많다는 사람들이 모래알처럼 모두 똑같은 거다.

 

똑같은 모습으로 걸어가는 남자, 여자, 어른, 아이는 물론 대통령도 영부인의 모습이 주물에 부어 찍어낸 듯 똑같다면 혼란스러움은 말로 표현이 될 수 없는 세상이 될 수도 있을 거다. 잡지 속에서나 인터넷 세상에서 만나보는 한국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친근한 우리의 친구들이나 이웃의 얼굴들이 아니다. 쉽게 말하자면 티 한 점 없이 깨끗하면서 유리알처럼 깎아 번들거리는 얼굴들이다


다가가 이야기 나누고 싶어지는 친근감 있는 얼굴이 아니다. 주름은 물론 기미 검버섯 잡티 정도는 좀 있는 얼굴이어야 친숙한 얼굴이 아닌가. 말끔하게 피부관리로 손질된 얼굴을 보면 보는 사람의 마음이 상쾌해져야 하는데 그렇게 느낄 수 없고 얼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은 이상한 기분이다. 마치 내 얼굴이 상대의 얼굴에 비칠 것 같이 거울처럼 반들거리는 얼굴로 금방 식상하게 하는 얼굴들이다. 똑같은 양의 보톡스로 채워진 얼굴들이 모두 똑같다.


팽팽하게 다려진 얼굴은 보톡스란 유약을 바르고 가마에서 갖 구워낸 도자기 얼굴을 만나게 되는 거다. 크고 작은 도자기들, 백자든 청자든 가격 차이는 어떤지 몰라도 온 세상 사람들이 온통 도자기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다니는 거다. 이제는 사람들이 늙어가는 모습을 갖지 않게 되고 주름도 잡티조차도 불만스러운 얼굴이 절대로 아니라는 거다. 행복할까, 그 얼굴로. 그런 세상 속 사람들이 지금쯤 얼마나 늙어가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기계는 이제 없다.


은은한 은색 색깔로 늙어지는 모습은 뒤집어쓴 도자기로 숨겨져 볼 수가 없다. 청춘조차도 가려져 진 혼란스럽고 실체감이 없는 형상인 거다. 멋쟁이 신사도 허름한 모습의 시인도 그들의 대본대로 연기 거리를 자랑하면서 살아온 세상이라는 무대는 모두 사라진 거다. 모든 진실은 쓰고 있는 그 백자 항아리 안에 있다. 그러니 얼마만큼 늙어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맞춰지면 오래 살 수 있을 거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백세를 넘기고 그 너머의 삶의 대책까지 세워놓아야 할 때가 온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세상 올 때 받아 든 돌아갈 날짜도 확실히 알 수 없어 언제 돌아가야 하는 건지 그때를 맞춰서 저승사자도 제시간에 찾아줄지 그런 상황이 복잡하고도 우습기만 한 이야기다. 제일 먼저 타격을 받고 있을 사람들이 있다. 해마다 음력 정월이면 사람들은 변두리 허름한 산동네에 자리 잡고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점쟁이를 찾아가 새해의 신수를 더이상 볼 수가 없게 되었다.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해도 궁합을 보러 관상쟁이 앞에 앉아도 원하는 점괘는 나올 수가 없다.

 

자식들의 사주단자를 위해 날짜를 잡고 싶은 부모들이 찾아가도 제아무리 족집게 소릴 듣는 점쟁이도 도자기들을 앞에다 놓고 무슨 수로 속궁합과 겉궁합을 맞추어 결혼 날을 잡을 수 있을까. 아무리 신당 할머니가 점괘를 일러줘도 횡설수설하는 소리로 머리가 돌아버릴지 모르는 일이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자신의 명을 다하고 다음 세상으로 갈 사람들을 데려가려고 온 저승사자가 명단에 있는 사람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는 거다. 그 얼굴. 그 얼굴이 모두 도자기인 얼굴을 보면서는 제아무리 칼 같은 저승사자도 별수가 없을 거다. 이 얼굴 저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봐도 모두가 점하나 없는 똑같은 두 얼굴로 보이니 무슨 수로 찾겠는가.

 

데려갈 사람은 결코 못 찾고 헛탕만 치게 되는 심한 스트레스로 저승사자의 눈은 옆으로 확 돌아갔을 테니 아무리 용한 명의로도 회복이 되지 않은 채 사팔뜨기 눈만 남게 되었을 거다. 저승에서 아무리 교육을 제대로 받아 신출귀몰한 저승사자도 속수무책인 거다. 그런 처지가 된 사팔눈으로 무슨 수로 데려갈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말이다. 어떤 사람이 얼마큼 죄를 지어 지옥으로 데려가고 누구를 천국으로 보내야 하는 분류조차도 그 눈을 가지고는 절대로 할 수가 없는 거다. 사람을 찾는 건 고사하고 그 눈으로 옥황상제 앞으로 제대로 찾아갈지가 궁금한 일이다.


잠시 기억만 남기고 하루아침에 사라진 한 여배우를 매스컴에서 만났었다. 30년 후에도 잊지 않고 찾아온 그 배우 얼굴은 참 거짓 한 점 없이 솔직함에 보는 사람이 대우를 받는 기분이었다. 거기다가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그녀의 흰머리와 그녀가 한 해, 한 해 갈 때마다 한 줄씩 그어댄 이마에 꽉 찬 주름 속 조화와 어우러져 마음의 찬사를 보냈다. 진정 행복이 보장된 그녀의 얼굴 속에는 세상 온갖 고난과 함께한 두려움도, 신의 축복도 받으며 살아온 그녀다. 그녀는 신께서 보내신 저승사자를 피곤하게 하지 않을 거다.

 

그녀가 찍어 둔 영화 속 그 갈대 길을 따라 세월 속 인고의 허물을 벗은 한 마리의 매미처럼 자유로운 몸으로 살포시 날아갈 거다. 시나 그림으로 보여주지 않았어도 그녀는 세상이란 무대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예술작품으로 남을 거다. 어딜 가나 그녀가 있는 자리는 명작의 영화가 되는 거다.

 


[문경구]

화가

수필가

코스미안뉴스 칼럼니스트

문경구 kimurgin@hotmail.com

 

전명희 기자
작성 2021.11.09 09:32 수정 2021.11.0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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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