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나는 타자다

고석근

새는 알 속에서 빠져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기를 원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헤르만 헤세

 

대화가 부족해!’ 우리는 항상 대화에 굶주려 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대화가 정말 대화일까? 일본의 석학 가라타니 고진은 말한다. “대화란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우리는 대화를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는 아예 상종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고진은 그런 대화는 독백(monologue)이라고 말한다. ‘하나(mono)의 말의 법칙(logue)만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음이 맞는 대화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사실 독백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도 많은 대화를 했건만 돌아서고 나면 마음이 허전했던 것이다. 대화(Dialogue)(dia)의 말의 법칙(logos)’이 만나야 가능했던 것이다. 대화란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는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자꾸만 마음이 맞는 사람과 만나고 싶어 할까? 편하게 살고 싶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편하게 사는 것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한다. “행복은 자신의 이성(理性 logos)’을 탁월하게 가꾸어야 가능하다.”

 

자신의 이성을 탁월하게 가꾸어갈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깊은 내면에서 충만해 오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성을 탁월하게 가꾸어가려면 우리는 끊임없이 남(타자)과 대화를 해야 한다. ‘말의 법칙(理性 logos)’이 다른 사람과 만나 서로 배우고 가르쳐야 한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만나고 싶은 것은 유아(乳兒)의 유아(唯我) 심리일 뿐이다. 오로지 자신밖에 모르는 아기는 끊임없이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만 좋아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안의 아기와 단호히 결별해야 한다. 전혀 다른 우주를 가진 사람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성숙한 한 인간이 된다.

 

한 쌍의 질문을 새장 속에 가둔다. 시금치를 먹고 크는 질문 한 쌍. 멸치를 먹고 크는 질문 한 쌍. 모이를 줄 때마다 궁금한 얼굴로 묻는다. 우리는 언제 날 수 있죠? 언제 대답이 되죠?......질문들은 스스로 대답을 낳는다. 새장 속에 한 개의 둥근 대답이 있다. 스무 날 품은 대답. 의혹이 품은 대답. 대답 속에서 촉촉한 질문 하나가 태어난다.

 

- 조말선,매우 가벼운 담론부분

 

하나의 알 속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독백만하는 삶. 그래서 우리들의 삶이 무미건조하고 허무하기만 했던 것이다. 우리는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그리고 날아올라야 한다.

 

나와 네가 만나 무궁무진하게 생성해내는 세계로.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6회 민들레 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hanmail.net

 


전명희 기자
작성 2021.11.11 12:26 수정 2021.11.1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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