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의 양심선언] 시인의 의자·33

김관식

시인의 의자·33

-시와 노래의 구별

 

  

시인의 의자는 날마다 시와 노래를 구별못하는 들쥐와 두꺼비들의 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필도 아닌 글 읽는 소리와 몸시, 그리고 바람에 날리며 온몸으로 각설이의 찢어진 옷가지 같은 비닐 조각들의 행위예술을 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구 또 왔네구성진 비닐 조각들의 품바 타령은 남의 집을 돌아다니며 구걸하는 각설이, 각설이는 한자어로 뜻풀이하면 覺說理깨달음을 전하는 말로 이치를 알려준다는 의미깊은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그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부처의 진리를 중생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바가지를 두들기며 법문을 교화한데서 유래한다고들 합니다. “얼씨구씨구로 노래가 시작하는데 얼은 정신, 또는 첩의 자식이나 그 자손을 뜻하는 말인데, 여기서는 아마 정신의 씨가 몸 안에 들어간다로 보아지는데, “첩의 자식인 서얼은 양반 대접을 못받아 천한 신분이 몸 안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각설이의 의미가 손상되지 않을 듯합니다


저얼씨구씨구또한 저 얼의 씨를 구한다는 뜻을 더 확대해석하면, “저 얼의 씨도 몸 안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를 포함하는데, “는 지시 대명사는 먼 곳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다른 의미로 얼씨구를 서얼의 의미로 해석한 바와 같이 절씨구절간에서 씨를 구한다는 스님을 비하하는 의미도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각설이는 가장 비천한 신분으로 체면 불구하고 남의 집을 가가호호 방문하여 얻어먹는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각설이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각설이 타령을 전통 민속 음악으로 전수하기도 하니 세상이 참 많이 변했지요. 그나마 젊은 층에서는 청바지에 일부러 구멍을 내고 갈기갈기 찢어놓고서 각설이 옷을 만들어 입고 다니면서 유행이라고 멋을 부리고 있으니 참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그나마 각설이는 신나게 장구를 두들기며 구성지게 야하고 천박스런 말이나 욕설을 서슴없이 내뱉고 장구를 두들기며 온몸을 들썩거리는 춤을 추며 구경꾼들의 폭소를 자아냅니다. 그들 중에는 각설이 분장으로 엿을 파는 엿장수, 잔치나 행사에 초청하여 각설이의 연주와 노래, 만담을 듣기도 하는 등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인의 의자에서 오늘날 이런 해괴하고 천박한 문화가 펼쳐지고 있으니 아무리 문학이 대중화를 지향한다고 통속적인 문학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라지만 해도 너무들하는 것 같습니다. 대중적인 향유문학으로 문학 인구의 저변확대는 문학의 질적인 추락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됩니다. 오늘날 많은 문인들이 대중들의 흥미와 오락적 기능을 충족시켜줄 엉터리 작품을 쓰면서 요란한 문학 활동만을 일삼는 문인들이 대중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기 위해 광대 짓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해대는 세태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시는 오랫동안 노래문화가 주가 되어왔습니다. 고대에서부터 중세와 근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가의 는 문학의 영역으로, ‘는 노래의 영역으로 분리되었습니다. 시뿐만 아니라 소설까지도 노래로 불러왔던 판소리가 발달되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노래는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항상 대중들과 가깝게 친연성이 있어 왔습니다. 그래서 서동요, 원효대사 대중들에 퍼뜨리기 좋은 노래로 불러서 사랑의 대상을 얻는 데 성공했지요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시는 음악적인 기능보다는 회화적인 기능에 치중하는 경향으로 변화했습니다. 시는 본래 언어의 음악적인 요소, 의미적인 요소, 회화적인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한 편의 시가 완성됩니다. 그럼에도 현대시는 대중들의 취향에 야합하여 진술로 풀어대는 각설이 타령과 같은 노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로 이미지로 느낌을 형상화하여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묘사에 치중한다는 점이 노래 가사와 현대시의 구별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래 가사는 관념어, 추상어 등으로 음악성을 살려 대중들이 듣고 따라서 흥얼거리기 좋게 의미만을 전달하면 잘 된 노래이지만, 시는 경험 상황을 이미지로 형상화하여 감각적으로 느낌을 묘사하여 전달해야 합니다. 따라서 충실한 현대시는 음악성이 거의 미미한 탓으로 낭송의 맛이 없다고 엉터리 감정토로의 시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있습니다. 노래에 충실한 시는 낭송의 묘미가 생생하게 살아나 듣는 사람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정서의 분위기를 잘 전달합니다. 그렇지만 자세히 그 의미를 따져보면 전혀 논리나 질서가 없이 뒤죽박죽 한다 하더라고 낭송자의 구성진 음성에 청자는 무조건 박수를 두들기는 것입니다.


이제 노래와 시가 명확히 구별되었을 것입니다. 나는 지금도 관념어나 추상어 일상어 등 아무 말이나 사용하여 생각나는 대로 머릿속의 생각을 따라 시를 쓰고 있으며 낭송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면, 진정한 시인이 아니라 시인을 동경하는 동호인으로 습작기에도 못 미치는 시인으로 성급하게 종이장사들의 농간으로 등단한 분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그 반면에 한 편의 시를 창작하기 위해 여러 날 어떤 이미지로 형상화할 것인가


가장 적합한 정서를 표현하는데 가장 적절한 시어는 무엇일까? 고심하면서 언어를 아끼고 다듬고 압축하여 시적 정서를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시어를 선택하고 적절하게 배치하는데 여러 날을 고심해서 한 편의 시를 완성하고, 어떻게 하면 좋은 시를 써 볼까 시 창작서를 읽고 안목을 키우는 노력을 했다면 시인의 의자에 앉을 자격을 갖춘 시인이라고 보면 좋을 겁니다참고로 대중가요인 나훈아의 잡초가사와 시를 보면 그 구별점이 명확하게 드러날 겁니다.

 

잡초

 

        나훈아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발이라도 있었으면 님 찾아갈 텐데

손이라도 있었으면 님 부를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나훈아의 대중가요 잡초는 잡초가 있는 자리를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이라는 장황한 꾸미는 말로 언어를 압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래 부르기 좋도록 일정한 글자 수(7·7, 4·4)로 진술하고 있으며, 잡초를 이름 모를이라는 수식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이나 이름 모를이라는 수식어로 쓸쓸한 느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지구상에는 이름 모를 잡초는 없습니다. 다만 그 이름을 모를 뿐이고, 처음 발견된 식물은 식물학자들이 이름을 붙여 학계에 보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식물은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인이라면 식물의 이름을 모르고 시를 짓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에서는 잡초도 꽃이 피고 저마다 향기를 가지고 있음을 전혀 무시하고,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객관적 상관물로 잡초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주관적인 황량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로 식물의 생태를 무시하고 자신의 감정만을 토로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반하여 김수영의 은 풀이 바람에 불어서 흔들리고 밤에 이슬이 내리는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상징적으로 민중의 부대끼는 생활모습을 상징적으로 우회하여 시각화하여 진술하고 있습니다.

  

노래 가사와 시의 가장 중요한 구별점은 노래 가사가 주관적인 감정을 표현하여 눈으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데 반해, 시는 객관적인 상관물인 에 화자의 정서를 감정이입하거나 이미지로 형상화하여 감각적으로 운다’, ‘눕는다’, ‘일어난다등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시각화하여 보여준다는 점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차이는 노래는 화자의 느낌을 밖으로 직접적으로 토로하고 노래하는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도록 7·5, 4·4조 등 일정한 글자 수, 외형율로 표현하는 반면에 시는 자신의 느낌을 안으로 삭혀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감각적으로 구체화시켜 다른 사물과 유사성에 의해 빗대어 표현하는 은유, 언어의 상징성 등으로 묘사하고 진술합니다. 시어가 갖고 있는 내재율의 흐름에 따라서 자유로운 형식으로 복잡한 현대의 정서를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시가에서 노래로 불려지다가 모두 사라지고 아직까지도 살아남는 것은 시조의 장르뿐입니다. 본래 시조도 노래로 불려졌으나 현재는 문학의 한 장르를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현대시는 음악적인 요소, 의미적인 요소, 회화적인 요소를 모두 잘 살려낸 시겠지만, 완벽한 시를 빚어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그래서 현대시가 너무 회화성만을 추구한 나머지 난해한 시들이 많은 점을 사실이나 시를 이해하고 시를 잘 짓는 비결은 시를 보는 안목을 키우는 일일 겁니다. 안목이 없이는 노래 가사가 가사인지 인지 구별을 못하고 엉터리 시를 쓰면서도 문학상을 받았다고 우쭐거리는 촌극을 벌릴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용감하고 저돌적인 시인답지 않는 행동은 주위 사람들을 무척 피곤하게 만듭니다.

 

시인의 의자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돋아났습니다. 잡초들이 씩씩하게 자라나 서로 햇빛을 많이 받겠다고 발돋음을 하고 있었습니다바람이 세차게 불 때 시인의 의자는 우뚝 자라 키가 큰 외떡잎식물의 칼 같은 풀잎을 흔들거리며 풀과 함께 부대끼며 밤마다 이슬에 젖어 울먹이고는 아침이 되면 영롱한 눈물을 반짝거렸습니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김관식 kks41900@naver.com

 


이정민 기자
작성 2021.11.15 09:56 수정 2021.11.1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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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