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11월의 무게

신연강

사진=신연강



은행잎이 노랗게 변할 무렵엔 점멸하는 황색 신호등이 보인다. 그 등 너머 안개 자욱한 도로 끝에 서 계신 어머니. 그렇게 어머니는 11월에 떠나셨다. 바람에 떨어지는 은행잎과 함께 기억의 파편들이 흩날리고, 마음을 동여맸던 끈이 풀리면 서툰 기억들이 쏟아져 나온다.

 

총과 총알을 생각하는 대신 바다로 가야겠다고 이슈마엘(모비딕의 주인공)이 말했던 11. 그의 말처럼 입가에 잔주름이 느는 계절이다. 자고 나면 황금비늘을 수북이 떨구는 은행나무와 청소부가 실랑이를 벌이고, 삶은 늘 어떤 대상을 향해 또는 어떤 주제를 안고서 엎치락뒤치락, 옥신각신하며 발 달린 짐승처럼 길을 재촉해간다. 그것이 한해의 마지막 한 달을 남겨두고, 허리를 펴면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되는 시점이다.

 

마지막 달인 12월은 회한과 아쉬움과 희망이 교차하는 번잡한 달. 그 시간은 이별의 날이며, 축제의 장이고,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시간이다. 너무도 바쁘고 정신없고 또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 쫓기는 시간이다. 그러기에 한해를 돌아보며 성찰하기엔 11월이 제격이다. 11월은 늘 그렇듯 변함없는 무게로 묵직하다. 이슈마엘처럼 꼭 바다로 가지 않더라도, 11월의 바다에서 삶의 지표를 바라보고, 때론 항로를 변경하고, 추억을 반사하며 소리 내 불러보고, 숨죽여 흐느껴 볼 일이다. 사랑하는 이름과 아끼는 사람, 떠나보낼 소중함을 위하여.

 

쉽게 저물지 않는 늦가을의 찬란한 빛을 온몸으로 느낄 때, 그렇게 11월의 무게는 가슴에 저며 든다.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박사


전명희 기자
작성 2021.11.19 09:19 수정 2021.11.1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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