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형 칼럼] 80세 붕어빵 할머니의 가르침

하진형

사진=하진형


IT 정보통신기술이 일상이 되면서 분야에 따라 엄청난 변화가 생겨났다. 욕심 같아서는 문명의 발전에 따라 좋은 일들만 많으면 좋을 텐데 세상의 섭리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이 굳이 생겨나지 않아도 될 것들도 맑은 날 걸을 때면 생겨나 뒤따르는 그림자처럼 우리들 곁에 머문다.

 

추억이란 것은 묘()하여 기억하고 싶은 것은 잊기도 하고, 잊고 싶은 것이 자꾸 떠오르기도 한다. 오늘은 IT 덕분에 고운 추억을 다시 만나는 행운을 맞이했다. 아침에 일어나 휴대전화로 날씨며 뉴스 등을 검색하고 있는데 ‘0002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라는 알림이 뜨면서 2년 전 SNS에 올렸던 화면이 나타난다.

 

순간....’ 그 할머니는 어디로 가셨을까? 집을 넓힌 아들을 따라 다른 곳으로 이사 가셨을까? 아니면 정말로 멀어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영원한 여행을 떠나셨을까. 시골 동네였다면 마을 이장에게만 물어봐도 금방 알 수 있을 텐데. 이럴 땐 세상이 발전했다고, 도시에 산다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퍼머머리를 하시고 굵은 주름이 얼굴에 팬 눈이 큰 할머니는 겨울 초입이 되면 아들이 입었음직한 겨울 점퍼를 입고 아파트 울타리의 모서리 공터에 나타나셨다. 지난봄에 비닐덮개로 덮어 놓았던 포장마차의 헌옷을 벗기고 털고 청소를 한다. 붕어빵 틀도 점검하고 어묵 기계도 깨끗이 닦고는 주변에 널린 쓰레기까지 모두 치우며 겨울을 준비하셨다. 그리고 붕어빵 손님들을 맞으셨다.

 

그즈음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면서 저녁 반주를 걸치는 날엔 버스로 퇴근하기도 했는데 혼자 저녁을 해결한 아내에게 미안하여 붕어빵을 사기도 하고, 어쩌다 저녁을 놓치는 날엔 어묵과 붕어빵을 같이 사서 해결하기도 했다. 이처럼 붕어빵 할머니는 나 같은 작은 소시민의 급한 끼니를 해결해 주는 고마운 분이었다.

 

겨울바람이 매섭던 그 날도 붕어빵 3천 원어치를 사면서 할머니에게 편안하게 말을 건넸다. “모친은 돈 벌어서 어디에 쓰십니까?” 돌아오는 말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와요, 할매라서 돈 쓸데가 없을까 봐서요? 손주 용돈도 주고 친구들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많지요.”, “~ 친구분들한테 인기 많으시겠네요.”, “, 친구도 많고 좋아요. 내가 5년만 젊었으면 좀 더 많이 벌어서 어려운 친구들과 나눠가면서 살낀데~.”, “모친은 아직 젊으시잖아요,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됩니까?”, “내 나이요, 올해 딱 80입니다.”, “예에~?”

 

큰 놀라움이었다. 자주 뵈어서 낯익기 때문인지 아마도 일흔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든이시라니. 순간 할머니의 파마머리와 손등에 튀어나온 거무스름한 핏줄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든의 나이에 손주와 친구들까지 챙기시며 ‘5년만 젊었다면~’을 외치는 우리의 붕어빵 할머니가 마치 성인처럼 보였다. 나에겐 큰 울림을 주는 가르침이었다.

 

그 할머니께서 2년 전 봄에 포장마차 덮개를 씌워두고 들어가셔서는 작년 겨울에는 나오지 않으셨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덮개 씌워진 포장마차도 치워졌다. 할머니께서 저녁 늦게 마칠 시간이 되면 와서 정리를 하고 같이 들어가던 아들의 행방도 알 길이 없다. 지금은 그 자리에 동사무소에서 거리 정비(?)한다며 가져다 둔 대형 화분이 붕어빵 할머니를 대신하여 지키고 있다. 할머니는 지금 어디에 계실까?

 

붕어빵 봉지를 주실 때마다 한 개 더 넣었습니다. 고맙습니다.’를 반복하시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시던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이제 겨우 예순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내뱉곤 하는 나를 되돌아본다. ‘그래 할머니는 그때 여든이셨어. 나도 지금부터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해 온 공부를 더욱 깊게 해 보자.’

 

주변에서는 ‘3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퇴직했는데 이젠 좀 쉬라면서 말리기도 하지만 늘 공부의 부족함을 아쉬워해 왔던 것을 생각하며 붕어빵 할머니에 비하면 아직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스스로에게 격려해 준다. 그러면서 또 스스로에게 다짐받아둔다. ‘너 지금 나이에라도 안 하면 나중 또 후회할 수도 있어!’

 

붕어빵 포장마차는 지금은 어디서 누구의 가슴을 데우고 있을까. 기온이 뚝 떨어진 오늘은 붕어빵 할머니가 더욱 그립고 보고 싶다.

 


[하진형]

수필가

칼럼니스트

행정안전부 등록 범죄안전 강사

이순신 인문학포럼 대표(이순신 국제센터)

3회 코스미안상 금상

bluepol77@naver.com



전명희 기자
작성 2021.11.26 11:04 수정 2021.11.2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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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