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톨스토이의 '홀스또메르'에서 보는 인생무상

민병식

 

'홀스또메르'는 말을 주인공으로 하여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명암을 그려냄과 동시에 인간 삶의 명암을 함께 비교하며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낯설게 하기기법을 사용, 말의 시각에서 인간의 부조리, 소유욕 등을 꼬집는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초라한 얼룩빼기 말의 시점으로 시작된다. 늙고, 털이 군데군데 빠져 볼품없는 거세마 홀스또메르는 한쪽 다리를 절고 군데군데 털이 사라졌고 채찍 자국이 얼룩져 있으며 지난날의 끔찍한 상처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모습으로 어느 저택의 마구간에서 말치기 네스떼르의 말로 살아가고 있다.현재 그의 주인인 저택의 주인도 그를 실제로 타고 다니는 말치기 네스떼르도 심지어 그 마구간의 다른 말들도 홀스또메르를 함부로 대한다. 현재 늙고 초라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젊고 활기 왕성한 젊은 말들과 그들이 낳은 망아지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던 어느 날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야기는 첫째 날부터 다섯 째날까지 계속된다.

나는 류베즈느이 1세와 바바의 아들. 족보상 내 이름은 무지끄 1세이다. 홀스또메르라는 별명이 있다. 러시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보폭이 길고 활달한 걸음걸이 때문에 주변에서 붙여준 이름이다. 혈통으로 치자면 전 세계적으로 나보다 더 귀한 태생이 없다. 그러나 단지 '얼룩빼기'였기에, 체격이나 힘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이상하다'는 취급을 받게 된다. 사람들은 내 얼룩을 싫어했으나 말들은 환장할 정도로 좋아했다. 모두들 나를 둘러싼 채 넋을 잃고 바라보았고 나와 함께 놀아주었다. 난 내 얼룩에 대해 수군거리던 사람들의 말들을 잊고 행복을 느꼈다.

홀스또메르의 이야기는 몇일 밤 동안 계속 되고 둘째 날은 이런 이야기를 해준다

"백작이 얼룩빼기를 정말 대장한테 넘겨줬단 말이야?"
백작 소유의 마구간, 마구간에 여러 마구간지기가 있겠죠, 백작이 얼룩빼기를 마구간대장에게 주고, 마구간 대장은 자기 소유이기에, "백작 말들은 죄다 굶겨 죽여도 괜찮지만 내 망아지를 어떻게 감히 굶길 수가 있냐"며 자기 망아지를 하루에 두 번씩 찾는다고...

나의 말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표현은 홀스또메르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런 개념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타고 다니는 사람도, 먹이를 주는 사람도 다른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작품은 늙은 말의 시점으로 인간 세상을 묘사한다.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부터 죽음에 이르는 삶의 마지막 모습까지 우리 인간사와 비교되어 이어진다. 톨스토이가 주인공 홀스또메르를 통해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첫째, 인간의 지나친 소유욕에 대한 비판이다.
둘째, 홀스또메르를 통해서 덧없는 인생사를 조망한다.

홀스또메르를 소유했던 사람들은 그를 자신의 말이라고 불렀지만 소중히 다루지 않았다. 원하는 만큼 함부로 다루다가 다치고 병들면 내다 팔았다. 홀스또메르가 젊고 활기찼던 시절에는 좋은 곳에 팔려 호시절을 누렸지만 결국 늙어서는 초라한 죽음을 맞는다. 인간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나이를 들어가며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초라해진다. 재산, 이성, 명예 등 가져갈 것이 있나. 늙고 병들어가다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놓아두고 떠나야함을 알면서도 영원히 살 것처럼 집착하고 사는 욕심과 인생의 덧없음을 100쪽이 조금 넘는 이 작품에서 본다.

우리가 오늘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왕이면 최선을 다해서, 이왕이면 욕심을 조금만 떼어서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바꾸고 나누고 살면 어떤가. 인생은 유한하고 아무리 풍족한 삶을 살아도 결국 끝은 빈 손이다.

홀스또메르 : 러시아어로 아마포를 재는 사람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

민병식 sunguy2007@hanmail.net


전명희 기자
작성 2021.12.22 11:10 수정 2021.12.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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