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드림의 싫존주의] 이 나라 젊은이들의 여행법


먼저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요즘 청년들이 높은 주거비, 등록금 대출, 불안정한 임금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하면서 '무슨 여행씩이나' 가느냐고 타박하는 시선이 있을 수 있다. 분명히 말한다. 이건 '살려고' 떠나는 것이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죽겠으니까'. 이런 식으로라도 한 번쯤 내가 처한 이 지옥을 빠져나오지 않으면 숨막혀서 견딜 수가 없으니까. 심지어 근래의 방송 예능을 보면 예전과 달리 약속이나 한 듯 해외로케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두 평이 채 되지 않는 고시원에 사는 젊은이에게 '열심히 일해야지'만 주입하는건 인도주의를 넘어선 처사라 생각한다.


아무튼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여행을 떠나온 이 청년들은 어떻게 여행을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은 몹시 체계적이고 시스템적인 여행을 한다. 마치 대기업 간부의 해외 바이어 미팅을 연상시킬 만큼 빈틈이 없다. 몇 시에 어떤 가게에 들어가 어떤 메뉴를 시키고(그 와중에 휴무와 브레이크타임까지 완벽하게 고려함), 그 옆의 해변에 있는 어떤 카페의 어떤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고, 해질녘에 이른바 포토존이라는 위치에 가서 기다렸다가 또 사진을 찍고, '이거 실화냐'라는 주석을 담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여기에는 '변수'가 들어갈 틈이 없다. 낯선 곳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 공간, 이야기 따위가 감히 들어갈 수 없다. 이들의 여정에서는 그런 것들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딱 정해진 것만 보고 정해진 것만 맛보고 돌아온다. 이들은 어떻게 이런 효율적인 여행을 하게 되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사회가 원한 것이다. 현 시대 젊은이들은 태어나자마자 경쟁을 배워야 했고, 태어나서 가장 많이 본 뉴스기사가 '청년실업'과 '불황'인 세대다. 풍요속에서 자랐다고들 얘기하지만 감히 함부로 '낭만'을 얘기할 수 없던 세대다. 사회는 이들에게 언제나 경쟁과 효율을 원했다. 하굣길에 흙장난을 한다든지 개구리를 잡는 다든지의 낭비(그러나 그것은 후일 낭만이었음을 알게 된다)를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학원에 가서 새로운 학습을 강요 받았다. 그렇게까지 했지만 취업은 점점 더 어려워진 시대가 되었다. 이들에게 감히 '요즘 애들은 이렇게 모험심이 없다니까!'를 말할 수 있을까. 이건 최소한의 싸가지의 문제다. 이 따위 시대를 물려준 앞선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가져야 할 최소한의 싸가지 말이다.


다시 돌아가자. 이 젊은이들은 이른바 인스타 성지라 불리우는 카페에 가서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고, 그 비싼 커피보다 더 비싼 케이크를 먹는다. 그리고 저녁은 또 컵라면으로 해결한다. 이것을 과연 '허세'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달 내내 편의점 도시락과 컵라면으로 겨우 한끼를 해결하다가, 여행씩이나 온 기념으로 한번 쯤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심으로써 자신을 다독이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진통제다. 이 마저 없으면 이 지옥같은 경쟁사회를 더 이상 버텨낼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우리 때는 더했다 그게 다 나약해서 그런 것이다'느니 하는 소리는 그만 좀 입에 담자. 각자가 지닌 고통은 몹시 상대적인 것이다. 그때는 다같이 가난한 가운데 희망이 비교적 지근거리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어느 정도는 사는 것 같은데 나만 못사는 것 같다. 그리고 희망은 어지간해서 잡을 수 없는 거리에 있다. 앞선 세대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내가 젊었을 때는 무전여행도 하면서 말이지' 따위를 거들먹거리기 전에 비싼 커피라도 한잔 사주고 말해라. 그것이 도의다.



강드림 


 


다르게살기운동본부 본부장

강드림역사기념관 관장

대한돌싱권익위원회 위원장

비운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편집부 기자
작성 2018.12.19 15:15 수정 2019.01.08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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