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이정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인문기행을 통해 뻔하고 상투적인 인생을 찬미하다
전승선의 새로운 시집 ‘시를 걷다’는 인문기행을 통해 길어 올린 기행 시다. 낯선 세계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서 만난 뻔하고 상투적인 사람들의 삶을 위로하며 소통한다. 마라도에서 임진강까지 열 곳을 기행하며 기록한 간명하고 정직한 시어의 행간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물처럼 흐르고 있다. 낯선 것들이 친숙함이 되기까지 시인의 눈과 귀와 마음을 통해 상처를 어루만져 주며 공감을 이끌어 낸다. 마라도의 겨자씨 같은 아이들, 지리산 산신령 같은 할머니, 다도해의 섬 처녀, 죽변항의 외국인노동자, 청산도의 어미 소, 낙산사의 새로워지는 봄, 동강의 뱃사공, 진주남강의 맹렬한 적막, 경주남산의 아름다운 약속, 임진강의 금단의 땅을 넘는 재두루미 등 생생한 삶의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포토포엠의 스토리텔링 구조를 담고 있는 ‘시를 걷다’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시적 긴장감 속에서 진정한 시인의 노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연과인문 刊 / 전승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