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구스타브 플로베르가 우리에게 전하는 순박한 마음

민병식

 

귀스타브 플로베르(1821-1880)의 유일한 단편집이자 마지막 작품인 세 가지 이야기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진실’, ‘헤로디아’, ‘순박한 마음이렇게 세 편인데 이 단편들은 모두 내용을 다르지만 구원이라는 하나의 테마로 엮여 있다.

 

그 중 '순박한 마음'은 첫 번째 실린 작품으로 펠리시테라는 불쌍하고 교육받지 못한 하녀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홀로 50년 동안 같은 여주인에게 봉사하며, 아무런 원망도 없이 다른 사람들의 삶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다. 그녀의 모습은 말랐고, 말이 없는 데다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절도 있게 행동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빠지지 않고 미사를 드렸고 저녁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근면과 성실, 알뜰한 그녀의 태도에 다른 하녀들이 시기할 정도였다.

책의 첫 문장이다. '퐁레베크의 가정주부들은 펠리시테를 하녀로 데리고 있는 오뱅 부인을 오십 년 동안 부러워했다.' 석공이었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자매와 헤어지며 가정부로서 생활해나간다. 어느 날 첫사랑인 테오도르가 청혼을 하지만 그는 군 면제 문제로 부유한 노파 르우세 부인과 결혼함으로써 사랑은 마무리된다. 오뱅 부인의 7세 아들 폴과 4세 딸 비르지스를 극진히 보살핀다.

 

어느 날 휴가차 지내던 날 황소로 인해 모두 놀라고 이로 인해 비르지스는 신경 질환을 앓게 된다. 우연히 언니와 상봉한 펠리시테는 조카 빅토르를 아낀다. 선원으로 항해를 떠난 빅토르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고 오뱅부인의 딸 비르지스도 사망하게 된다. 펠리시테가 사랑했던 두 번째 사람들과도 헤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오뱅 부인과 펠리시테는 더욱 의지하게 된다. 와중에 가난한 콜미슈 영감을 돕는 중에 그도 그녀의 곁을 떠나게 된다.


이 후 그녀는 더욱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신앙에 매달리고, 버림받은 노인을 돌보고, 거리에서 행진하는 군대 북소리가 들리면, 그녀는 사과주 단지를 들고 문 앞으로 나가서 군인들에게 마시라고 나누어 주었다. 콜레라 환자들을 돌보고 외국인들을 보호해 주었다.

어느 날 밤 라르소니에르 남작 부부와 가족이 오뱅 부인의 집을 방문하고 남작부인이 '룰루'라는 초록색 앵무새를 선물한다. 룰루가 귀찮은 오뱅 부인이 펠리시테에 주고 열심히 말을 가르치고, 자신을 알아본다는 그 사실이 그녀에게는 기쁨, 그 이상의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영원한 것은 아니었다. 앵무새도 어느 날 죽고 슬픔을 이기지 못하는 마음에 사람들의 권유로 어렵게 박제를 만들었다. 함께 마음을 나누던 주인도 죽었다.

 

주인의 아들은 재산을 처분하고 그녀는 이제 작은 거처와 주인이 남겨준 380프랑의 돈이 재산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녀도 얼마 안 되어 성당의 신부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을 마감했다. 그녀는 죽음 속에서 거대한 앵무새 한 마리가 자기 머리 위로 나는 것을 보았다. 바로 이 장면에서 펠리시테는 임종을 맞이하는 침상에서 앵무새로 강림하는 성령을 만나고 구원을 받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녀처럼 살 수 있는 사람이 몇 이나 될까. 다른 이들을 돌보며 사는 사람 들, 그들의 마음에서 펠리시테의 마음을 본다. 그녀는 이름 있는 종교인이나 성자들만큼이나 거룩한 삶을 살았던 것도 아니었다. 받은 것이라고는 배신과 사랑하는 대상들의 죽음뿐인 펠리시테, 그저 주기만 했던 펠리시테의 삶 속에서 우리는 배워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순박한 마음이다. 원래 우리 안에 있는 마음인데 우리가 외면하고 사는 것, 아예 생각하려고 하지도 않는 각박의 시대에 순박함과 성스러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때문에 어지러운 세상이 유지된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

민병식 sunguy2007@hanmail.net

 

전명희 기자
작성 2022.01.12 11:33 수정 2022.01.12 12:25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전명희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4월 25일
2025년 4월 25일
전염이 잘 되는 눈병! 유행성 각결막염!! #shorts #쇼츠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