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가면

이길원


가면



나는 여러 개의 가면을 가지고 있다

아내나 아들 앞에서

친구 시인 아이 어른 남자 여자

때마다 등에 지고 다니던 가면을 재빨리 바꿔 쓴다

민얼굴을 본 사람은 없다


어느 날이었나

가면을 벗고 편안한 자세로 누워 있는데

그만 아내가 보고 말았다

아내는

추악하고 징그럽다며 몸서리치는 게 아닌가

아차, 싶어 얼른 다시 썼다

다시는 잊지 말아야지 하며


이 가을

처연하도록 밝은 달빛 아래

보는 이 없을 것 같아

살며시 가면을 벗고 하늘을 보았다

별을 보았다


내 얼굴 익히 아는 하느님

달빛 따라 비스듬 내려와

내 눈물 닦고 있다


 

 


작성 2022.01.18 10:01 수정 2022.01.18 10:49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정민기자 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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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