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형 칼럼] 아버님, 강아지 키우지 마세요

하진형

사진=하진형


그 아이는 동물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특히 강아지와 고양이를 돌보는 것을 큰 기쁨으로 삼았다. 제주의 섬에 살 때는 백구를 두 마리나 키웠고 그것도 모자라서 유기견들을 보호하는 곳에 기부도 하며 즐거워했다. 또 작은 소품들을 만들어 파는 일을 하면서 펀딩에 참여하여 꽤 큰 돈을 기부하지만 정작 지금도 대출 전셋집에 살고 있다.

 

그래도 그 아이는 옆집 강아지를 보면 비비고 쓰다듬으며 좋아하고 자신을 귀여워하는 것을 아는 강아지는 더더욱 꼬리를 바삐 흔들며 뛰어 안긴다. 그뿐만이 아니다. 길을 가다가 졸고 있는 고양이라도 만나면 한참 동안 지켜보다가 눈을 맞추곤 더 좋아하며 손을 흔든다. 그리고 고양이 간식을 사기도 한다. 그 아이의 소망 하나는 작은 주택에 살게 되면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다. 완전한 가족으로.

 

내가 30여 년 다닌 직장을 퇴직하고 다른 일을 찾으면서 도시 외곽의 주택과 감나무농장을 관리할 기회가 생겼다. 물론 가족 전체가 이주하는 것은 아니고 나 홀로 기거하면서 서재 겸 요즘 말하는 자연인 비슷한 형태의 삶을 살고자 했다. 그러면서 혼자 사는 적적함(?)을 피하고자 강아지를 한 마리 살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더니 그 아이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우선 작은 강아지를 사서 아기 때부터 키우고 너무 많이 크는 개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나는 나대로 지인들을 통하여 예쁜 강아지를 구하려고 알아보기도 했다. 마당도 있고 지나가는 차도 많이 다니지 않으니 강아지를 키우기에도 좋은 환경으로 보였다.

 

그런데 새집을 정리하며 이삿짐을 하나둘 옮기기 시작하자 그 아이는 강아지에 관계되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옆집 강아지가 오면 여전히 좋아했다. 어느 날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붙여왔다.

 

혜리가 북면 집에 키울 강아지 살 거냐고 물어왔어요. 눈치가 사지 않았으면 하는 것 같던데.”

? 강아지 좋아하잖아, 희망이(옆집 강아지)도 좋아하고 지난번에 데려오려고 한 구룡농원 강아지도 좋아했었잖아?”

맞아요, 그땐 그랬는데~~”

 

아내가 늘어놓는 얘기를 듣고 그 아이의 깊은 속을 한 번 더 알게 되었다. 마음씨가 착하고 따뜻한 혜리가 그러더란다. ‘아버님이 강아지 키울 즐거움에 빠져 계신 것을 보면서 차마 말씀드리지 못하겠는데, 제주에서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있는 자신이 보기에는 아버님이 매일 그곳에서 지내실 거면 괜찮지만 가끔씩 집을 비울 수도 있을 거면 강아지들이 외로워 할 수도 있다면서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강아지가 혼자 지내야 하는 환경이라면 키우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단다. 제주에 살 때 버려진 강아지들을 볼 때마다 너무 불쌍했고, 가끔씩 봉사활동 갈 때면 제발 저 좀 데려가 주세요라고 애원하는 강아지들의 눈빛이 너무 안타까웠다면서.

 

당장 고민이 생겼다. 이미 인근에 있는 구룡농장 주인과는 새끼강아지 두 마리를 분양받기로 약속까지 해 놓은 상황인데 그 강아지가 우리집에 오면 곧 가족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나 하나 즐겁자고 아무것도 모르는 강아지를 외롭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혜리 의견대로 하기로 했다.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웠다. 혜리는 역시 속이 깊다.

 

며칠 전에 가족끼리 넷이서 식사를 하면서 말했다. 우리집에서 착하고 속 깊은 사람 일등이 혜리다. 그 말을 하면서 곁눈으로 아내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지만 꼴찌는 당연히 나다라고 생각하니 아내도 겁나지 않았다.

 

외동으로 자란 혜리는 때론 청순한 소녀였고, 노랑나비였고, 때론 말괄량이 삐삐 같았지만 흔히 말하는 요즘 아이들과는 완전히 다른 속마음이 유난히 깊은 아이였다. 재활용품 분리수거는 단 하나도 놓치지 않았고 바르지 않은 길은 쳐다보지도 않으며 집안 분위기를 밝게 이끌었다. 아들만 둘인 우리에게 혜리가 온 것은 그야말로 크나큰 행운이었다.

 

혜리 덕분에 오늘 또 작지만 귀한 깨달음 하나를 얻었다. 구룡농장 복슬강아지는 늘 같이 지낼 수 있는 가족을 만나 즐겁게 딩굴면서 살아가길 소망한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여도 가족은 늘 같이 있어야 하고 지지고 볶아도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럴 때 봄바람을 탄 아지랑이는 더 빨리 우리 곁으로 올 것이다. 혜리의 따뜻한 마음을 생각하며 이웃 농장 강아지 간식이라도 사야겠다고 했더니 고양이 간식도 같이 사면 좋겠다며 길고양이까지 챙긴다. 혜리는 참 착하고 따뜻한 아이다.

 


[하진형]

수필가

칼럼니스트

행정안전부 등록 범죄안전 강사

이순신 인문학포럼 대표(이순신 국제센터)

3회 코스미안상 금상

이메일 bluepol77@naver.com

 

작성 2022.01.21 11:29 수정 2022.01.2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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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