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의 본질은 공격적 폭로가 아니라 공감과 연대의 운동

미투를 거점으로 한국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계기 되어야

<대구여성의 전화 김정순 대표>

 

#미투 이후, 우리사회를 이야기하다

 

                        김정순 대표(대구여성의전화)

 

 

지난 1월 검찰청의 미투 이후 정치권과 학계, 문화예술계, 스포츠계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성폭력에 대한 피해 고발이 이어졌다. 우리 지역에서도 정치계를 시작으로 대학내 교수에 의한 성폭력, 문화예술계, 스쿨미투까지 권력이란 방패 뒤에 숨은 가해자들의 폭력들이 속속 드러났다.

 

미투의 대상이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유명 인사들을 지목하는 사이에, 평범한 시민들도 하나둘 '#미투' 해시태그를 달고 과거의 성폭력 피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우리 단체를 찾는 내담자들도 늘어났고 내담자들의 피해상담의 양상 또한 미투운동에 힘입어 오래된 성폭력사건들에 상담이 늘어났다.

 

모르는 사람, 아는 사람, 친구, 선후배, 교사, 교수, 직장 상사, 동료, 연인, 가족, 친척 등 실로 다양한 범주의 가해자에게 성폭력을 당했던 수많은 피해자가 익명일지라도 자신의 피해 경험들을 상담실에서 털어놓으며 미투에 연대했다.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용기에 다른 시민들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라고 댓글을 달며 '위드유'운동으로 지지를 보냈다. 대학교수나 초중고 교사를 향한 미투 폭로는 가해자의 징계나 처벌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우리지역의 학내미투는 명백한 피해사실이 있었고 1인시위를 비롯한 오랜 투쟁에도 공소시효 만료와 학내에서는 징계시효 도과, 학교당국의 미온적인 태도로 어떤 징계나 처벌도 받지 않은 나쁜 선례를 남기기도 하였다. 초중고의 '스쿨 미투'는 여름방학 때 잦아드는 듯 보였다가 우리지역에서는 최근까지도 계속되면서 학교 공간의 폐쇄성과 권력관계를 말해주고 있다.

 

유명인사들을 향한 미투가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했던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문제를 일깨웠다면 일반 시민들의 익명 미투는 직장과 학교 등 생활주변 젠더에 의한 권력관계로 인한 성폭력과 성차별의 문제를 고발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투를 통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릴 수밖에 없는 우리사회가 한편으론 안타까움을 다가왔다. 왜냐하면 #미투를 통한 성폭력 피해사실의 폭로는 이후의 수없이 많은 2차 가해를 감내해야하며 때로는 자신의 인생을 거는 힘겨운 결단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투 운동은 일터와 학교 곳곳에서, 연인과 상·하급자 모든 관계와 위계에 거미줄처럼 얽힌 성별 권력의 실상을 드러냈다. 남성중심적인 가부장적인사회가 그 모든 폭력의 방조자임을 알게 해주었다.

 

 

#미투는 폭발적이었지만 법과 제도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였다. 미투를 촉발하고 고발한 성폭력 문제를 뿌리 뽑을 법과 제도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강간죄의 구성요건은 여전히 피해자의 항거 여부에 맞춰져 있고, 조직문화 내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처벌할 법안도 신설되지 않았다. 미투운동을 위협하고 공포에 떨게 만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도 폐지되지 않았고, 성평등 관련 인력·예산 배정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미투에 대한 공격, 저항인 백래시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흔한 말이 왜 이제 와서 그러느냐”. “사적인 복수 아니냐”, “가짜 미투다” “피해자가 너무 예민하다, 이제 그만 잊어라등 편견, 잘못된 성에 대한 통념들로 피해자다움을 여전히 강조하고 가해자 중심의 판단등이 여론을 통해서 난무하기도 하였다. 피해자에 대한 위협으로 무고죄, 명예훼손죄로 역고소를 하는 사례들은 미투운동이 일어나는 와중에도 어김없이 각본처럼 등장하기도 하였다.

 

그 속에서 몇가지 결실도 있었다. 국민적 관심 속에 업무상위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처벌강화를 목적으로 한 '형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이 개정됐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및 성희롱·성폭력 발생기관의 재발 및 2차 피해 방지가 추진될 수 있었다. 내년부터 여성폭력 관련상담소의 인력이 부족하나마 충원 배치되는 것도 성과라는 평가다.

 

일선 직장과 조직문화의 변화도 감지되었다. 팬스룰과 같은 또다른 성차별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위계질서와 ·권위주의 등 잘못된 형태의 폭력이 퍼져있던 한국 사회의 일상이 미투로 큰 변화를 맞이하였다. 회식문화의 변화와 당연시 되던 권력관계속에서의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말과 행동에 대해 점검하고 젠더감수성과 민감성을 스스로 체크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결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투는 또한 한국 사회에 진정한 연대의 힘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자매애로 미투에 위드유로 답해주었고 이는 한 성에만 국한된 연대의 목소리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사회적 연대로 연결되는 경험을 하였다.

 

이제 미투를 거점으로 한국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사회전반의 폭력과 차별을 철폐하고 성평등하고 안전한 사회로 가기 위해 우리들은 이제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뿌리 깊은 성차별적 위계 문화와 사회구조가 바뀔 때 까지 #미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미투의 본질은 공격적 폭로가 아니라 공감과 연대의 운동이다!’ 라는 당연한 사실을 되새기면서 이제 우리의 과제는 힘겹게 미투를 한 피해경험자들과 함께 우리사회의 변화 방향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고민들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이영재 기자
작성 2018.12.31 10:27 수정 2019.01.1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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