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산다는 것

고석근

 

생명은 괴물이다. 생명은 잔인한 존재이며, 만일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 없을 것이다.

- 조셉 캠벨

 

 

시골에 살 때, 집에서 오리 칠면조 토끼 닭을 길러 잡아먹었다. 손에 피를 묻히면서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어릴 적 부모님은 토끼나 닭을 잡으면 나를 부르셨다. “종원(어릴 적 이름), 간 먹어라!” 나는 부모님이 주시는 생간을 소금에 듬뿍 찍어 먹었다.

 

그런데 요즘 곰곰이 생각해 본다. ‘왜 내게 생명을 죽이는 죄의식이 없었을까?’ 어릴 적 많이 봐와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금 같으면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죄의식에 그렇게 쉽게 다른 생명들을 죽이지 못할 것 같다.

 

아마 그때는 내 안의 분노가 많이 쌓여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오면서 쌓아온 분노들이 다른 생명을 죽이는 에너지로 화한 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 분노들은 결국 신경증으로 나타났다. 나는 그 뒤 오랫동안 그 분노들을 바라보는 명상을 했다.

 

눈은 햇빛에 내놓으면 녹는다고 한다. 나의 분노들도 햇빛 아래서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분노들이 사그라져가자 내 맑은 마음이 드러났다. 나에 대한 연민과 다른 생명에 대한 연민이 느껴졌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말했다. “생명은 괴물이다. 생명은 잔인한 존재이며, 만일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 없을 것이다.”

 

, 생명으로 산다는 건 얼마나 무섭고 슬픈 일인가! 그는 이어 말했다. “삶을 긍정하기 위해서는 그 가혹하고 끔찍한 밑바닥까지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원시인들은 생명은 생명을 먹어야한다는 끔찍한 생명의 실체를 보여주는 잔혹한 의례를 수시로 행했다고 한다. 이런 생명의 원리에 대해 무심한 현대인들은 벌레를 잡아먹는 새에 대해서는 분노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치킨을 너무 많이 먹어 비만에 걸린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인도의 자이나교도들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뽑는다고 한다. 칼로 머리카락을 자르면 머리카락에 붙어살던 작은 벌레들을 죽일까 봐 그런다고 한다. 그들의 목표는 생명의 윤회에서 해탈하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는 생명으로 태어나지 않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남에 대한 분노가 적어져야 다른 생명을 사랑하는 힘이 커진다. 산에 가면 운동한다고 나무에 등을 탁탁치는 사람들을 본다. 나무 의자에 앉아 앞에 있는 나무에 다리를 올려놓는 사람들도 본다.

 

우리는 무심코 남의 생명을 죽이고 있다. 우리 마음속에 남에 대한 미움이 많아서라고 생각한다. 동양의 수많은 성현들과 현대양자물리학자들은 삼라만상은 거대한 하나의 유기체라고 한다.

 

우리는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게 나를 죽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 마음속의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 우리는 이런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잔혹한 살인범에 대해 짐승 같은 놈이라는 말을 한다. 짐승은 절대로 무모한 살생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인간의 실상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 마음에 악이 쌓이면 악마가 된다는 것을. 우리의 악을 애꿎은 짐승에게 뒤집어씌우지 말아야 한다.

 

 

산호수나무 꼭대기에서 우짖는 저 쬐그만 새

시발시발시발……

누굴 욕하는 것 같다.

 

......

 

저 맑은 욕먹지 않고

어찌 세상이 맑아지며

만물의 귀가 파릇파릇해지겠는가.

 

귀 있는 자는 들으라

시발시발시발……

 

저 욕 한 사발 꿀꺽 삼키고 오늘 아침은

밥 안 먹어도 배부르느니.

 

 - 고진하,새한테 욕먹다부분

 

 

시인은 신의 전령, 새의 욕을 듣고 있다. ‘시발시발시발……

 

시인은 노래한다. ‘저 맑은 욕먹지 않고/ 어찌 세상이 맑아지며/ 만물의 귀가 파릇파릇해지겠는가.’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6회 민들레 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hanmail.net


작성 2022.03.10 11:31 수정 2022.03.1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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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