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기행 칼럼니스트이며 이순신 연구가인 이봉수 작가의 ‘섬에 있는 암자를 찾아서’는 구도 수필집이다. 그는 타고난 방랑자다. 일상을 잠시 접고 주말이면 걸망 하나 메고 섬으로 떠난다. 섬은 그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언덕이다. 그에게 섬은 고립이 아니고 큰 자유다. 그는 가끔 아무도 없는 원시의 섬으로 들어가 혼자 지내는 연습을 한다. 그래서 찾아다닌 곳이 섬에 있는 암자라고 한다.
그는 서해의 최북단 백령도에 있는 연화정사로부터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 기원정사, 동해의 외로운 섬 울릉도에 있는 성불사에 이르기까지 섬에 있는 절집들을 섭렵했다. 연화도 보덕암에서는 고기잡이배들의 불빛이 너무 아름다워 절벽에 매달린 암자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우기도 했다.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을 갖고 있는 섬은 싱그러운 계절 6월에 찾아간 청산도라고 한다. 거금도 송광암에서 친절한 스님을 만나 밤새 인생과 우주를 이야기했던 추억도 적고 있다.
섬 여행은 그 특성상 철저히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며 날이 저물면 잠자리가 문제다. 작은 섬에는 숙박시설이 없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아무 집에나 들어가 하룻밤 재워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필자는 자연스럽게 섬에 있는 암자를 찾았다고 한다. 그는 모두 20개의 섬에 있는 암자를 찾아다닌 여정을 아주 편안한 문체로 써내려 갔다. 전남 완도군에 있는 생일도 학서암에서 긴 여정을 마무리하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림자를 벗 삼아 철저히 홀로 다녔던 여정은 어쩌면 구도의 길이었다. 구도의 길에 서 있는 방랑자는 스스로 시인이 되기도 하는 것일까. 섬에 가면 그 감흥을 누를 길 없어 간간히 써 두었던 시를 여기 함께 싣는다. 오늘도 그 섬에 가고 싶다......”
자연과인문 刊 / 이봉수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