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의 한 자루의 촛불] “사랑합니다” 인사말 유감

김관식

어느 초등학교에서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말을 학교장 방침에 따라 시행하는 학교가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말이 상당한 거부감이 일어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과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고, 아무에게나 사랑을 고백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요즈음은 옛날처럼 애틋한 사랑이 실종되었다.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처럼 소년과 소녀의 순정적인 사랑이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그 대신 대신에 싸구려 욕구분출의 동물적인 육체적인 사랑이 판을 치는 육욕의 시대가 되었다. 일회용 자판기처럼 성을 돈으로 사고 파는 시대다. 이런 시대 조류를 반영한 듯한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말은 사랑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훼손시키거나 사랑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되고 혹시 성충동을 유발하지나 않을까 염려되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자기 고백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이렇게도 쉽게 자기 고백을 해서야 쓰겠는가?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좋은 인사말을 놔두고 굳이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말로 바꾸는 이유를 모르겠다. 우리들도 시대 조류에 따라 사랑을 쉽게 고백하고 실천하자는 것인가? 사랑은 행동이 앞서야지 말이 앞서서는 안 된다. 말로만 사랑하고 행동은 사랑하지 않는다면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거짓말이요 위선이 아니겠는가? 자칫 잘못하면 사랑합니다라는 사랑이라는 말을 너무 사랑의 가치를 절하시키는 것이 아닐지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이런 사랑합니다라는 거짓된 위선의 말보다는 상대에게 관심의 표현으로 안녕하십니까?”가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어느 시인은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말로 표현하는 순간 사랑의 아름다운 마음이 깨어지니 사랑이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아야 함을 역설하기도 했다. 낯선 사람이 갑자기 사랑합니다라고 했을 때 당황스럽고 부담스럽다면, 그건 인사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랑이 없어 이웃끼리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고 다투고 날마다 신문지상을 시끄럽게 오르내리는 세상을 보면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거짓말이고 위선적인 말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말이다


물론 사람들끼리 서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어야 하겠지만 사랑은 말이나 구호가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과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에서 우려 나오는 작은 행동의 실천이 보일 때 사랑이 전달되는 법이다. 말이 아니라 사랑하는 행동과 실천을 보이면 사랑은 상대에게 전달되고 감동시킨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사랑의 구걸이요, 사랑의 강요다.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말은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어머니는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당신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셨다. 당신은 그런 어머님께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하셨습니까? 그 한마디를 말할 때 그 숭고한 어머니의 사랑 앞에 부끄럽지 않았나요? 사랑은 말이 아니다.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모습을 실천했듯이 실천하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인 것이다.

 

언어는 지시적 기능, 정보적 기능, 정서적 기능, 명령적 기능, 친교적 기능이 있으며, 자칫 이 기능이 왜곡될 때 의사소통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언어는 한 사회의 집단의 가치를 반영한 관습이다. 따라서 관습에 따라 언어가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관습이 변하지 않았는데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말 운동으로 바뀌어 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관습을 저버릴 때 의사소통의 문제가 발생하고 오해의 소지가 생겨난다


관습이 바뀌지 않은 사회에서 사랑합니다.”의 인사말은 상대에게 사랑합니다.”라는 자기 의사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이른바 성충동을 일으킬 개연성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오늘 날씨가 좋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안녕하십니까?”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네 관습이 되어온 좋은 인사말을 상용하도록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김관식 kks41900@naver.com

 

작성 2022.03.28 09:39 수정 2022.03.2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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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