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국민의 민도와 품격

이태상

 

 

[ 전임 대통령이 남긴 편지 ]

 

1993120, 백악관에 입성한 신임 대통령 빌 클린턴(42)은 집무실 책상 위에 편지가 하나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전임자인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41)가 백악관을 떠나면서 남겨놓은 편지였다. 편지를 읽은 새 대통령은 전율에 휩싸였고, 새 퍼스트 레이디는 울음을 터뜨렸다.

 

<친애하는 빌. 나는 지금 집무실에 들어오면서, 4년 전 느꼈던 것과 같은 경이와 존경을 느끼고 있습니다. 당신도 느끼게 될 겁니다. 당신이 이곳에서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나는 몇몇 전임 대통령들이 묘사했던 외로움을 결코 느낀 적이 없습니다. 당신은 매우 힘든 날을 겪게 될 것이고, 부당하게 느껴지는 비판으로 더 힘들 수도 있습니다. 나는 훌륭한 조언자는 못 되지만, 그런 비판 때문에 용기를 잃거나 정도를 벗어나는 일은 없도록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고, 가족들도 이곳에서 평온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성공이 바로 나라의 성공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굳건히 지지하겠습니다. 행운을 빌며-조지.>

 

두 사람은 모든 면에서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인생 역정도, 철학도 달랐다. 부시는 명문가의 자제였다. 클린턴은 유복자로 태어나 계부의 가정폭력 밑에서 자라면서 불우한 성장기를 보냈다. 부시는 제2차세계대전이 일어나자 폭격기 조종사로 참전했고, 몇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부시의 아들뻘인 클린턴은 전후(戰後) 베이비붐 세대로 베트남전 반전(反戰)시위에 참여했던 반항아였다. 부시는 평생 아내 바버라에게 충실했고, 클린턴은 바람둥이였다. 부시는 보수주의자였고, 클린턴은 리버럴이었다. 아내도 정반대였다. 부시의 아내 바버라는 전형적인 현모양처형이었고, 클린턴의 아내 힐러리는 정치적 야심에 불타는 페미니스트였다.

 

1992년 대선은 당초에는 부시에게 유리하게 시작되었다. 연방하원의원, 주유엔대사, 주중연락사무소장(주중대사), CIA국장, 부통령 등 화려한 공직을 거친 후, 로널드 레이건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부시는 냉전 해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쿠웨이트를 침략한 사담 후세인을 몰아내면서 인기 절정에 있었다. 빌 클린턴은 미국에서도 작고 가난한 주() 중 하나인 아칸소주의 법무장관과 주지사 경력이 전부였다. 당시 민주당 후보들은 일곱 난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만고만한 사람들이었다. 부시의 재선은 따놓은 당상으로 보였다.

 

하지만 경제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빌 클린턴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유명한 슬로건으로 부시를 궁지로 몰았다. 부시는 우리 집 강아지가 저 두 멍청이(빌 클린턴과 앨 고어)보다 국제문제를 더 잘 알 것이라며 반격했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당초 경쟁 상대조차 못 된다고 생각했던 아들 또래의 천방지축 리버럴 정치인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고 재선에 실패했으니, 부시는 속이 꽤나 쓰렸을 것이다. 하지만 부시는 그런 아픔을 달래며 후임자의 성공을 비는 편지를 남기고 백악관을 떠난 것이다.

 

사실 후임자에게 편지를 남기기 시작한 사람은 조지 H.W. 부시의 전임자인 로널드 레이건(40)이었다. 레이건의 편지는 자신의 정부에서 부통령으로 8년간 봉직했고, 자신의 정부를 물려받게 된, 같은 당 소속 대통령에게 대한 기분 좋은 응원의 편지였다. 하지만 부시가 클린턴에게 남긴 편지는 자신과 정반대의 이력과 철학을 가진 반대당 소속 후임자에게 남긴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이후 조지 H.W. 부시와 빌 클린턴은 정당과 세대를 뛰어넘어 친구가 되었다. 두 사람은 2004년 동남아 쓰나미, 2005년 허리케인 카타리나 피해 구제를 위한 모금 활동을 함께 벌이기도 했다. 빌 클린턴은 조지 H.W. 부시의 아들이자, 논란이 많았던 2000년 대선에서 자신의 밑에서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를 꺾고 대통령이 된 조지 W.부시(아들 부시.43)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2018121일 조지 H.W. 부시가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자 빌 클린턴은 자신이 받았던 조지 H.W.부시의 편지 원본을 공개했다. 빌 클린턴은 누구도 이 편지보다 더 그가 누구였는지를 잘 드러낼 수 없다그는 미국과 우리의 헌법, 제도, 공동미래를 믿었던 존경스럽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고 추모했다. 그는 또 부시 전 대통령은 정치싸움에서 거칠기도 했지만, 거기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서 그는 정치보다 사람을, 당파보다는 애국심을 앞에 뒀다고 높이 평가했다.

 

조지 H.W. 부시가 빌 클린턴에게 편지를 남기고 백악관을 떠난 후, 퇴임하는 대통령이 후임자에게 덕담을 담은 편지를 남기는 것은 전통이 됐다. 이 편지는 바로 공개되지는 않지만, 몇 년이 지난 후 공개되어 국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곤 했다.

 

20011월 빌 클린턴은 8년 전 자신에게 편지를 남겼던 전임자의 아들 조지 W. 부시(공화당)에게 편지를 남겼다. 그는 당신은 자랑스럽고, 품위 있으며, 선량한 국민들을 이끌게 됐습니다. 바로 오늘부터 당신은 우리 모두의 대통령입니다. 당신에게 성공과 행복이 따르기를 기원합니다. 지금 당신이 어깨에 지고 있는 짐은 분명 무겁지만, 실제보다 과장돼 있을 때도 종종 있습니다. 당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행하는 순수한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라면서 당신과 당신의 가족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하늘의 축복이 있길!”이라고 축복했다.

 

조지 W.부시도 20091월 퇴임하면서 민주당 출신 신임 대통령 버락 오바마(44)에게 편지를 남겼다. 그는 힘든 순간들이 있을 것입니다. 비판이 계속되고 친구들은 실망을 시킬 것입니다라면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이 녹록치 않은 일임을 상기시키면서도 그러나 당신에게는 전능하신 하나님의 위로와 당신을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고 또 나를 포함해 당신을 성원하는 국가가 있습니다. 당신이 이끄는 국민들의 기질과 이해가 영감을 줄 것입니다라고 격려했다.

 

20171월 퇴임한 버락 오바마도 공화당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45) 앞으로 편지를 남겼다. 그는 놀라운 선거 운동을 축하합니다. 수백만 명이 당신에게 희망을 걸었고, 우리 모두는 당을 불문하고 당신 임기 중 번영과 안보가 확장되길 바라야 합니다라면서 우리는 이 자리를 잠시 맡을 뿐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선조들이 피 흘리며 싸워 지킨 법치, 분권, 평등한 보호, 시민적 자유 등의 민주적 제도와 정책의 수호자 역할을 합니다. 일상의 정치가 흔들리는 것과는 무관하게, 이러한 우리 민주주의의 수단들이 최소한 더 약해지지는 않도록 지키는 게 우리의 몫입니다고 당부했다. 마치 앞으로 시작될 트럼프의 폭주를 예견하고 견제하는 듯한 발언이었지만, 거기에는 품위가 있었다. 오바마는 미셸과 나는 이 위대한 모험을 떠나는 당신과 멜라니아의 행운을 기원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어떤 식으로든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주십시오라는 말로 편지를 끝맺었다.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이 남긴 아름다운 편지를 발견했다고 했다.

 

선거 부정 논란과 의회 의사당 폭력 점거 사태라는 소란 속에서 2021년 백악관을 떠난 도널드 트럼프도 후임자인 조 바이든 현 대통령(46)에게 편지를 남겼다고 하는데, 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54일 자기의 치적을 자랑하는 백서(白書) 발간을 자축하는 오찬 자리에서 다음 정부의 경우에는 우리 정부의 성과를 전면적으로 거의 부정하다시피 하는 가운데 출범하게 되었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 정부의 성과, 실적, 지표와 비교를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를 염두에 둔 소리였다. 문 대통령이 한 소리는, 대선 이후 감사원이나 공공기관에 기를 쓰고 자기 사람들을 박아넣고, 새 정권의 사정(司正)기능을 마비시키는 검수완박법까지 강행해서 국회를 통과시키고 공포한 것으로도 모자라, ‘그래, 윤석열이, 너는 얼마나 잘하나 두고 보자는 악담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치열했던 선거전의 기억과, 자신 혹은 자신의 뒤를 이어주기를 바랬던 같은 당 후보의 패배를 잊고, 정당을 초월해서 후임자를 축복하고 격려하는 편지를 남기고 물러가는 미국의 퇴임 대통령들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이는 대통령 자리에 있는 인물의 품격의 문제일까? 아니면 그 나라 정치문화, 아니 국민들의 품격의 문제일까?

 

위의 글은 지인으로부터 받은 글이다. , 이제, 지난 20201210일자 코스미안뉴스에 올린 우생의 칼럼을 재음미해볼거나.

 

[이태상 칼럼] 우리 모두의 선택의 땅

 

“(이 분열된 시대에) 이야기와 문학이 그 언제보다 더 중요하고,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서로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In these divided times) storytelling and literature are more important than ever, (and) we need to explain to each other who we are and where we’re going.”

 

그의 최근 출간된 회고록 메뫄 약속된 땅(A Promised Land)’과 관련해 뉴욕타임스의 전() 수석 서평 전문 기자로 퓰리처 비평 분야상 (Pulitzer Prize for Criticism, 1998) 수상의 일본계 미국 문학 평론가이자 서평가 미치코 가쿠타니(Michiko Kakutani, 1955 - )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1961 - ) 44대 미국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는 지난 20165월 초에 백악관에서 영화와 브로드웨이 쇼에서 제36대 미국 대통령 린든 존슨(Lyndon B. Johnson 1908-1973)으로 분()한 배우 브라이언 클랜스턴(Bryan Cranston, 1956 - )과 가진 대담에서 이런 말도 했다.

 

린든 존슨 대통령 같은 사람이 그랬을지 모를 정도로 이 백악관 자리를 탐내지 않은 나로서 결코 잃지 않은 것은 내가 마지막 숨을 쉬는 순간 난 국민건강보험 법안을 서명한 것이나 유엔에서 연설한 것이 아니고 내 딸들과 보낸 순간을 기억할 것이라는 확신이다. The one thing I never lost, in a way that somebody like L.B.J. might have who was hungry for the office in a way that I wasn’t is my confidence that, with my last breath, what I will remember will be some moment with my girls, not signing the heath care law or giving a speech at the U.N.”

 

이 말에 내가 청소년 시절 읽은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Leo Tolstoy1828-1910)의 단편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The Death of Ivan Ilyich, 1886)’이 떠올랐다.

 

모범생으로 법대를 나와 판사가 되고 러시아의 상류사회로 진입, 출세가도를 달리던 40대 이반 일리치가 새로 장만한 저택에 커튼을 달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면서 마지막 순간에 그가 기억하고 위안받는 건 다름 아닌 그의 어린 시절 벗들과 과수원에 몰래 들어가 서리해온 설익은 자두를 입에 물었을 때 그 시고 떫은 맛을 감미롭게 떠올리는 것이었다.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 난 뭘 생각하게 될까. 얼핏 떠오르는 건 비록 내 피 한 방울 섞이진 않았어도 2008925일 조산아로 태어나면서부터 내 외손자 일라이자(Elijah)와 같이 보낸 순간순간들일 것 같았다. 천국이 따로 없었음을 너무도 실감하게 되리라. 그러면서 나는 문정희 시인의 시 세 편을 깊이 음미했다.

 

 

혼자 가질 수 없는 것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손으로 잡을 수 없게 만드셨다.

사방에 피어나는

저 나무들과 꽃들 사이

푸르게 솟아나는 웃음 같은 것

 

가장 소중한 것은

혼자 가질 수 없게 만드셨다

새로 건 달력 속에 숨 쉬는 처녀들

당신의 호명을 기다리는 좋은 언어들

 

가장 사랑스러운 것은

저절로 솟게 만드셨다

서로 바라보는 눈 속으로

그윽이 떠오르는 별 같은 것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나는 나의 문자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순간

 

찰랑이는 햇살처럼

사랑은 늘

곁에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 주지 못했다

쳐다보면 숨이 막히는

어쩌지 못하는 순간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보내버리고

그리고

오래오래 그리워했다.

 

 

몇 년 전 갭 이어(gap year)’란 단어가 매스컴의 각광을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큰 딸 말리아가 하버드대 진학을 1년 미루고 갭 이어를 갖는다는 뉴스 때문이었다. 갭 이어란 고교 졸업생이 대학 진학을 늦추고 한 학기 또는 1년간 여행을 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회경험을 통해 진로를 모색하는 기간을 말한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선 일반화가 된 제도지만 미국에는 2000년대 들어 하버드대, 예일대 등 아이비리그 학교들(ivy league schools)을 중심으로 도입되어 실시되고 있다.

 

1978년 여름, 내 세딸들이 여섯, 여덟, 아홉 살 때 영국을 떠나 우리 가족이 하와이로 이주, 한국과 미국 각지로 6개월 동안 여행하고 애들 음악교육 때문에 영국으로 돌아갔을 때, 한 학기 학교 수업을 몽땅 다 빼먹었었는데 학업성적이 뜻밖에도 전보다 뒤지기는커녕 더 좋아져서 놀란 적이 있다.

 

어떻든 우리 달리 좀 생각해보리라. 이 지구별에 태어난 사람이면 얼마 동안 머물게 되든, 우리 모두의 삶이 갭 이어라 할 수 있지 않으랴. 이 지상의 세상 경험을 쌓으며 각자의 우주적 진로를 탐색해보라고 주어진 기회가 아닌가.

 

최근 역사에서 극히 대조적인 삶을 살다 간 한두 사례를 생각해보자. 같은 서유럽이라는 공간(영국과 오스트리아)과 엇비슷한 시간(1889416일과 20)에 출생한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 1889-1977)과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 그리고 일제 강점기인 식민지 치하 조선인으로 1917년 태어난 윤동주(1917-1945)와 박정희(1917-1979) 얘기다.

 

천국은 네 안에 있다고 예수도 말했듯이 우리가 이 지상에서 천국을 보지 못한다면 지구 밖 우주 어디에서도 천국을 찾을 수 없으리라. 보라,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고 신약성서 누가복음 1721절에도 쓰여있지 않은가.

 

조물주 하느님이 이 지구별을 포함해 우주의 모든 별들과 그 안에 있는 만물을 창조하셨다고 할 것 같으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땅 자체가 하느님 나라이고 인간은 물론 만물이 하느님의 분신심혼(分身心魂)이 아니면 무엇이랴.

 

흥미롭게도 이 하느님의 분신심혼이었을 히틀러를 소년 크기의 조형물로 표현해 뒤에서 보면 무릎을 꿇고 있는 어린이 형상이지만 앞에서 보면 두 손을 맞잡고 콧수염을 기른 우울한 모습의 이탈리아 행위예술가이자 조각가 마우리치오 카탤란(Maurizio Cattelan, 1860 - ) 작품이 지난 201658일 뉴욕 경매에서 1,719만 달러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우리 돈 원화로 약 2008,650만 원)에 낙찰됐다.

 

그런가 하면 2016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1946 - )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을 때부터 트럼프가 미국의 히틀러가 되지 말라는 법 없겠다고 우려했었다.

 

진실로 만물이 하느님의 심신혼이라 할 것 같으면 어떻게 히틀러나 김정은 같은 폭군이 될 수 있을까? 절대로 그럴 수 없이 모두가 착하게만 살도록 미리 프로그램화되어 있었다면, 그건 결코 하느님의 분신심혼이 아닌, 너무도 재미없는 로봇에 불과할 것이다.

 

다른 모든 우주 만물과 달리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전과 특혜가 있다면 우리 각자가 각자의 삶에서 성군(聖君)도 폭군(暴君)도 될 수 있는 선택의 자유가 주어졌다는 것 아닐까. 인간 이상의 신격(神格)으로 승화(昇華)될 수도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짐승만도 못한 악마(惡魔)로 전락(轉落/顚落)할 수도 있는, 다시 말해 각자의 삶을 지상천국으로 아니면 지상지옥으로 만들 수 있는 자유 말이다.

 

그럼 어떤 삶이 천국이고 어떤 삶이 지옥일까? 모름지기 후회 없는 삶이 천국이라면 후회스러운 삶은 지옥이 되리라. 깊은 이해와 용서와 사랑의 삶이 후회 없는 것이라면 오해와 분노와 증오의 삶은 후회만 남기는 것이리라.

 

이 대상은 다른 인간에게만 아니고 동, , 광물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리라. 얼마 전 친구가 보내준 순간의 분노가 평생 후회를이라는 글을 통해 그 예를 들어보자.

 

중국을 통일하고 유럽까지 정복한 칭기즈칸은 사냥을 위해 매를 한 마리 데리고 다녔습니다. 그는 매를 사랑하여 마치 친구처럼 먹이를 주며 길렀습니다. 하루는 사냥을 마치고 왕궁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그는 손목에 앉아 있던 매를 공중으로 날려 보내고 자신은 목이 말라 물을 찾았습니다. 가뭄으로 개울물은 말랐으나 바위틈에서 똑똑 떨어지는 샘물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바위틈에서 떨어지는 물을 잔에 받아 마시려고 하는데 난데없이 바람 소리와 함께 자신의 매가 그의 손을 쳐서 잔을 땅에 떨어뜨렸습니다. 물을 마시려고 할 때마다 매가 방해하자 칭기즈칸은 몹시 화가 났습니다. 아무리 미물이라도 주인의 은혜를 모르고 이렇게 무례할 수가 있단 말인가라고 말하면서 한쪽 손에 칼을 빼 들고 다른 손으로 잔을 들어 물을 받았습니다. 잔에 물이 차서 입에 대자 다시 바람 소리와 함께 매가 손을 치려고 내려왔습니다. 칭기즈칸은 칼로 매를 내리쳤습니다. 그가 죽은 매를 비키면서 바위 위를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죽은 독사의 시체가 샘물 안에 썩어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화를 내서 그만 매를 죽인 것에 대해 크게 후회했습니다. 화를 내는 것은 자칫 일을 그르칠 뿐만 아니라 대의(大義)를 이루지 못합니다.”

 

우주의 축소판이 모래 한 알이고, 물 한 방울이며, () 인류의 축소본이 한 사람이듯이 영원의 축약형이 순간이라면, 우린 모두 순간에서 영원을 살고, 각자는 각자 대로 누구든 무엇이든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통해 온 우주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리라. 그러니 우리에게 주어진 이 지상의 갭 이어를 잘 활용해 그 더욱 경이롭고 신비스러운 우주여정에 오르게 되는 것이리라.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8년 임기 중 매일 저녁 열 통의 편지를 읽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회신한 편지는 0.1 퍼센트였다는데 천만뜻밖에도 내 셋째 막내딸 성아(星兒)가 보낸 편지에 서명된 그의 사진과 함께 그는 답신을 보내왔다. 딸 아이의 편지를 아래에 옮겨본다.

 

(If you wrote a letter to Barack Obama during his presidency, there is a 0.1 per cent chance he wrote back to you.

 

Those might not sound like great odds but compared to his predecessors, Mr. Obama made public correspondence a priority in the White House.

 

He read 10 letters every evening a selection dubbed the "10Lads", or "10 letters a day".)

 

Dear Mr. President,

 

I can’t imagine that you have surplus free time to read all the letters from your fans, but as it is Father’s Day, it is also perhaps the best time to share something with you that happens to be very important to my own father.

 

My father, Tae-Sang Lee, is one of life’s rare treasures, an uncannily passionate and warm soul, an idealist and visionary. And obviously, my sisters and I think he is quite special. He is an immigrant from Korea, via England where we were all brought up, and while English isn’t his first language, he has considered it of utmost importance to compose and share a version of his memoirs in English. He says this is his only legacy to us. This isn’t one’s typical memoirs, however; it chronicles my father’s very unique spiritual journey from childhood through adulthood, often through the eyes of characters like The Little Prince. At times quite fantastical, it truly shows my father’s childlike innocence, as well as his connection to literature that reflects his love and connection to this innocence.

 

One may ask, How could any of this connect to President Obama?

 

My father has seen you, since your speech at the 2004 Democratic Convention, as a real kindred spirit. He immediately connected with your brave and noble disposition and message, along with your trials, your beliefs, your wisdom, and your character. As much as he wanted to share this cherished memoir with his children (my two sisters and myself), he has asked me to please forward it to you as well, to share with his kindred spirit.

 

Now, please understand that my sisters and I are not delusional! We know how much of a long shot this is and that getting past any screening processes must be quite a challenge. However, I know how important this is to my father, and I feel it is the right thing to do to honor his simple wish, and compose this cover letter to send along with his manuscript. It means a lot to him that his kindred spirit would have a chance to discover his story. I appreciate you reading this letter and hope that you also have a chance to read his manuscript. He is a special man with a special story told in a very special way.

 

My sisters, Hae-a and Su-a and I thank you profusely for taking some precious moments of your time to read this letter. My father Tae-Sang will be most honored, as well. Thank you for sharing your gift and passion with the world and with us.

 

Sincerely,

 

 

Song-a Lee

On Father’s Day

June 19, 2011

 

[내 막내 딸 성아가 이상의 Cover Letter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우생의 영문 원고는 'Cosmos Cantata: A Seeker's Cosmic Journey'로 미국 출판사 Mayhaven Publishing, Inc.에서 2013년 출간되었음]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1230ts@gmail.com

 

작성 2022.05.10 10:29 수정 2022.05.1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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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