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산정천리] 한여름에도 즐기는 태국의 지붕 도이인타논 트레일

여계봉 선임기자

코로나19로 꽉 막혔던 하늘길이 점차 열리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올해 여름, 색다른 해외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태국의 도이인타논 트레일을 소개한다.

 

태국의 지붕인 도이인타논은 미얀마와 태국을 나누는 산맥의 일부로, 히말라야 산맥의 끝자락이며 영화 아바타의 모티브가 된 산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치앙마이 시내에서 약 55km 정도 떨어져 있다. 정상은 해발 2565m로 태국에서 가장 높은 도이인타논은 태국 사람들이 어머니처럼 여기며 신성시하는 산이기도 하다.

 

연중 열대 지방인 태국과는 달리 이곳 기온은 최저가 6, 최고가 22, 연평균 기온이 12로 서늘한 편이다. 6월 초 치앙마이 지역의 평균 기온은 34를 오르내리고 있으나 도이인타논의 한낮 기온은 15수준이다. 겨울에는 0이하로 떨어져 얼음도 언다고 하니 긴 소매 옷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이다.


영화 ‘아바타’의 소재가 된 태국 도이인타논의 앙카 원시림


도이인타논 순례의 백미는 트레킹이다. 산 정상부에 고지대 습지와 울창한 숲이 형성되어 있어 더위에 지친 태국인들이나 외국 트래커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다. 이 지역의 앙카와 키우매판은 시원하면서도 습한 날씨와 관련 있는 운림(雲林) 생태계가 잘 발달 되어 있어 더위를 잊고 원시림 속에서 동식물의 다양성을 관찰하면서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도이인타논 트레일은 최소 30분에서 1주일까지도 있다. 하지만 깨우매판 트레일과 앙카 트레일을 함께 체험하는 1일 트레킹이 가장 인기가 많다. 거리도 길지 않고 난이도가 낮을 뿐 아니라 신선한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 희귀한 숲속 동물 등 도이인타논이 지닌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레킹에 참여하려면 일단 가이드를 동반하여야 하고 송태우를 타고 트레일 입구까지 이동하게 된다.

 

오늘 일정은 도이인타논의 명물 와치라탄 폭포에 먼저 들렀다가 깨우매판 트레일과 앙카 트레일을 끝내고 정상에 있는 왕과 왕비의 탑을 둘러보기로 하는데, 8km 거리를 5시간 정도 걷는다.

 

도이인타논 국립공원은 6월이지만 아침 기온이 9℃이다.


국립공원 입구에서 1009번 도로를 타고 깨우매판 트레일 입구로 향하는 길에 공원 입구에서 9정도 떨어진 와치라탄 폭포에 잠시 들린다. 폭포를 제대로 보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그곳 전망대에 서면 거대한 폭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80높이에서 부챗살을 펼치듯 우람하게 쏟아지는 폭포 앞에 서면 거친 물살이 만들어내는 물보라로 온몸이 다 젖을 정도다.

 

와치라탄 폭포 근처에 가면 코끼리 떼가 몰려오는 듯한 굉음에 놀라게 된다.


폭포를 보고 난 후 다시 송태우를 타고 도이인타논 국립공원 안으로 더 들어간다. 서쪽으로 10쯤 가면 1284번 도로와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그곳에 국립공원 관리본부가 있다. 이곳 관광안내센터에서 도이인타논 국립공원에 관한 안내자료를 얻을 수 있다.

 

공원관리본부에서 다시 송태우를 타고 깨우매판 트레일 입구로 이동하다. 깨우매판 트레일은 거리가 4km이며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도이인타논 트레일을 하고자 하는 독자께서 참고해야 하는 것은 깨우매판 트레일은 건기에만 체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기가 시작되는 시기에는 앙카 트레일만 할 수 있다.


깨우매판 트레일은 3Km의 열대 원시림 숲길을 2~3시간 정도 걷는다.


트레일 입구의 오솔길을 따라 숲으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원시림 트레킹이 시작된다. 숲길이 굉장히 습하고, 나무줄기고 바닥이고 온통 이끼가 점령한 열대우림 원시림이다. 이곳은 언제나 구름에 둘러싸여 있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비가 오지 않아도 나뭇잎에 맺힌 이슬방울이 똑똑 떨어진다. 이 코스에는 380종이 넘는 새들이 살고 있는데,  새 관찰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별도로 새 관찰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나무데크를 따라서 이끼로 덮인 태초의 원시림 속을 걷는다.


원시림 속 나무데크로 잘 조성된 길은 지나면 전망이 트인 초원지대가 나온다. 트레일 중에 21개의 절경 포인트가 있는데 포인트마다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트레킹 내내 숲의 하모니를 즐기다가 원시림을 벗어나니 산을 둘러싼 아름다운 운해가 인상적이다. 능선에서 보이는 산들은 전형적인 육산이다. 산자락에서 나는 연기는 고산족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풀을 태우기 위한 작업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해준다. 지금은 사라진 우리네 화전민의 풍습이 여기서는 아직도 남아 있다.

 

트레킹 내내 운해가 인상적이었던 깨우매판 트레일


능선에 펼쳐진 초원지대를 지나면 2,400m 고지에 위치한 전망대에 도착한다. 맑은 날이면 첩첩이 이어진 2,000급 봉우리들이 만들어낸 태국 북부지역의 고산 능선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여기저기 주변을 둘러봐도 산 너머 또 산이다. 저 멀리 군데군데 고산족 마을들이 보인다. 맑은 날에는 여기서 50km 이상 떨어진 치앙마이 시내까지 보인다고 한다.


2400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항공뷰와 마운틴뷰는 단연 최고다.


전망대에서 트레일 상부로 더 오르면 산 정상에 있는 왕과 왕비의 탑이 보인다. 정상 아래쪽에는 몇 년 전 서거한 태국 푸미폰 국왕과 시리낏 왕비의 60회 생일을 기념해 1987년과 1992년에 세운 두 기의 장수 기원탑이 있다. 산 정상 가까이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탑은 태국 사람들에게는 왕실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깨우매판 트레일은 올라가는 길과 내려가는 길이 구분되어 있다. 산 아래로 내려와서 고산족 전통 가옥에서 토속 음식으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옛 방식으로 내린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여유를 즐긴다.


트레일 중간에 들린 고산족 전통 가옥에서 잠시 힐링을 즐긴다.


식사를 마친 후 앙카 트레일 입구로 이동한다. 앙카 트레일은 정상부 부근의 원시림에서 3km의 숲길을 2시간 정도 걷는 코스이다. 코끼리상이 반기는 앙카 트레일 입구로 들어서면 나무 데크로 조성된 오솔길이 이어지는데 숲은 온통 진초록 이끼로 뒤덮인 거대한 나무들이 빼곡하고 가지마다 열대식물 덩굴이 가득하다. 마치 우리나라 제주 곶자왈이 연상되는 숲을 걷다 보면 숲속에서 사람은 얼마나 절망적이고 취약한 생물 인가를 깨닫게 된다. 자연에 대한 방자함은 사라지고 처연히 서 있는 고목들을 바라보면서 마음은 어느 순간 겸허해진다.


앙카 트레일의 출발점


그도 그럴 것이 카메론 감독에게 아바타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영감을 준 곳이 바로 앙카 트레일이다. 새소리와 물소리 그리고 초록의 색만 존재하는 이곳을 걷노라면 저절로 몸과 마음이 정화됨을 느낄 수 있다. 환상적인 숲 중간에는 예쁜 카페도 있어 트레킹을 하면서 숲속의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앙카 트레일의 우림은 영화 ‘’아바타의 장면과 오버랩 된다.


숲을 벗어나면 정상 봉우리가 저 앞에 우뚝 솟아 있다. 마지막 힘을 내서 정상을 향한다. 제일 봉긋한 봉우리에 마침내 올라선다. 정상에는 불상이 모셔져 있고, 그 앞에는 불교 국가 답게 각종 음식과 음료와 물 등 공양물이 바쳐져 있다. 앙카 트레킹을 마친 후 푸미폰왕과 왕비의 탑에 들린다. 왕의 탑이 더 높게 세워져 있고 규모도 더 큰 반면에 왕비의 탑은 아담하지만 벽과 천정은 좀 더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탑 주위에도 아름다운 정원을 조성하였는데 탁 트인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도이인타논의 전경 역시 아름답기 그지없다.

 

도이인타논 정상에 조성된 왕의 탑


우리 몸도 습한 곳이 중요하듯이 지구의 습지는 지구 생태계에 있어 절대적으로 소중한 기능과 역할을 담당한다. 이런 의미에서 수천 년의 원시가 그대로 이어져 오는 생태계의 보고 도이인타논을 경험하는 트레일은 색다른 체험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상황 때문에 그동안 여행의 걸림돌이 되었던 타일랜드 패스제도가 71일부터 폐지되고 한국과 태국의 항공편도 매주 증편되어 운항한다. 올여름 코로나의 망령과 한여름의 무더위를 잊고 이색적인 밀림 트레킹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이인타논 트레일은 멋진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여계봉 선임기자

yeogb@naver.com

 




작성 2022.06.29 11:19 수정 2022.06.29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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