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출판 디자인 일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생 시절 교내 아르바이트로 매킨토시 실습실을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습실을 관리하려면 매킨토시 시스템과 프로그램들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필수로 갖춰야 했었기에 매일을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접하게 된 매킨토시 시스템의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윈도 기반에서보다 한발 앞선 구현 능력을 가진 프로그램들을 경험하며 차별화된 신세계로 향하는 비밀통로를 만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문서나 책을 HWP 형태로 작업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던 그 시기에 QuarkXPress와 Adobe의 프로그램들을 함께 활용하여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아이디어를 시각화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실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경험들은 짜릿한 충격이었습니다.
기존의 책을 내 취향대로 다시 디자인해서 나만의 책으로 만들어내 손에 쥐었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입니다. 그런 경험들이 저를 출판 디자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고 20년이 넘게 시간이 흐른 지금도 새 책을 손에 쥐게 될 때면 그 짜릿함이 느껴집니다.
2. 자신만의 경영 철학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출판 디자인은 정해진 틀에 내용을 집어넣는 것이 아닌, 보이고 싶은 각각의 콘텐츠에 가장 잘 맞는 틀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틀을 디자인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몫이라고 여기고 있고, 사람이 하는 일이니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좋은 책을 디자인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에게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갖게 하도록 노력하고 함께 일하는 이들 역시 일을 위한 소모적인 대상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일을 끌고 나갈 수 있게 하고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잃지 않게 하려고 애씁니다.
3. 2019년 계획이 있다면 간단하게 말씀해 주세요.
책은 단지 종이로 만들어진 형태적인 책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고 양질의 콘텐츠를 한데 잘 모아둔 집합체의 하나입니다. 상당 시기까지는 그 집합체로서의 역할을 종이책이 가장 효과적으로 해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세대와 기술이 달라지면서 콘텐츠의 집합체인 책이 발전해나가야 할 방향이 무엇일지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 고민에 대해 2019년 실천해보고 싶은 계획은 ebook과 종이책의 경계를 낮추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다양한 디바이스의 발전으로 ebook의 접근이 점점 용이해지고 있지만 종이책이 친숙한 독자들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찾기 쉽지 않은 시점에, 독자들에게 디바이스가 달라져도 종이책에서의 느낌과 많이 다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