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대구본부(본부장 이길우)가 ‘가칭) 대구 전태일기념사업회 설립을 위한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원회) 활동에 대해 지난 15일 운영위원회 명의로 대구에서 전태일 정신이 특정 정치세력의 도구로 전락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지역본부는 전태일의 삶과 정신은 노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남한 사회에서 배제되고 차별받고 노동으로부터 소외된 모든 이들이 본받을 소중한 유산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지역본부는 “전태일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착취와 억압을 받아 온 노동자•민중의 삶 속에서 지난 40년 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부활해 왔고, 지금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저임금 노동자, 여성•장애•이주노동자들의 울부짖음이 도처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면서 “전태일을 다시금 다양한 부문과 영역에서 부활시키고 아픈 이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궂은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역본부는 “준비위원회 추진과정에서 민주노총과 조직적 논의가 한 차례도 진행된 바 없다”며 “모든 사업계획과 구체적 일정이 확정된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참여여부를 묻는 방식은 일방적 소통일 수밖에 없고, 형식과 절차에 하자가 있다면 아무리 사업취지나 내용이 의미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에게 오해와 불신을 남길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시민단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전태일정신을 살려내려는 노력을 존중하지만 전태일정신을 조형물 속에 박제화하거나 일회용 행사를 통해 기념하기에는 생존의 벼랑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처지가 너무나 절박하다”면서 “지금도 장시간•저임금, 기본적인 노동3권마저 보장받지 못하며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 넘쳐 나고 있어 이들 노동자들이 스스로 투쟁의 주체가 되어 일터와 거리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이 민주노총에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지역본부 운영위원들은 ‘준비위원회’의 활동을 존중하지만, 전태일열사의 정신을 지금 현재 어떤 방식으로 살려낼 것인가에 대해 ‘준비위원회’와 시각의 차이가 존재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준비위원회’가 향후 명칭을 결정하기로 하면서 ‘전태일 기념사업회’란 명칭을 다수 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태일 기념사업회’란 명칭을 사용한다면 특정 단체의 기념사업회로 독점될 우려가 있다고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밝혔다. 그 이유는 전태일은 특정단체와 특정인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역본부는 전태일의 정신을 상징물에 가두는 사업방식에 대해 꾸준히 반대의 입장을 표명해 왔다. 또한 ‘준비위원회’에 소속된 시민단체도 전태일열사 생거지 보존(복원)사업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거지 보존운동’과 시민 모금을 진행하기로 한 것에 대해 최소한의 해명이나 설명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민주당 대구시당이 공개된 행사를 진행하면서 “생거지 보존과 기념관건립사업에 민주당이 앞장서고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지역본부는 전태일정신을 복원하는 일에 민주당의 개별당원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반대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본부는 “ 민주당이 ‘앞장서고 있다’는 발언은 민주노총의 입장에서 불쾌하지 않을 수 없다”며 “노동법과 최저임금법 개악도 모자라 탄력근로제 확대 및 자본의 영리추구의 길을 넓혀가고 있는 민주당이 전태일열사를 입에 담는 것은 기만”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한편 최근 ‘가칭) 대구 전태일기념사업회 설립을 위한 준비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준비위원회 모집과정에서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의 입장을 확인하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고, 이에 대해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와 혼선을 최소화 하고자 운영위원들이 공식적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