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전야

- 무슨 쓰레기가 오늘 이렇게 많이 나온 거야



「성탄 전야」 

어린 나이에 사역을 시작했으니, 20대 초반부터 12월이면 성탄 준비로 늘 바빴다. 주일학교 어린이부터 청소년까지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며, 가끔은 화난 척 반협박을 하며 무대에 올려야 했던 시간들. 빨간 목도리 하지 않겠다며 버티는 남학생들 설득하느라 얼마나 진을 뺐던지. 거의 이십여 년 가까이 그리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말 안 듣고 도망 다니는 아이들이 없다. 매년 진행했던 식상한 프로그램도 하지 않는다. 개척 후 첫 성탄은 성탄주일예배로 모여 예배드리는 것으로 끝. 성탄 당일과 성탄 전야는 가족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시라는 광고로 넘어가 본다. 매년 반복되는 행사로 아이들이 동원되며 고생하는 것이 내 기준에는 탐탁지 않았다. 무엇을 위한 성탄인지, 그 모든 것이 본질과 얼마나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준비하는 행사가 예수님께 드리는 선물이 되는 걸까? 아무튼 당분간은 이렇게 지내볼 생각이다.

12월 25일. 빨간 날이다. 예배 모임이 없으니 가족과 따뜻하고 행복한 공휴일을 보내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시간이면 늘 아이들 순서 챙기며 분주했던 손길은 지금 다른 일로 바쁘다. 일기예보의 한파 주의에 동파 방지를 위해 수도관을 확인하고 보온재를 채운다. 불안한 곳은 전열선을 감아 보강한다. 능숙할 리 없다. 어설프다. 평소에 해본 일이 아니니 당연하다. 하지만 이거라도 해둬야 할 것 같아서 할 뿐이다.

“무슨 쓰레기가 오늘 이렇게 많이 나온 거야?”

치운 지 얼마 되지 않은 분리수거장에는 유난히 케이크 상자와 스티로폼 상자가 많이 나와 있다.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생크림이 묻어 있는 종이 상자를 펴서 정리한다. 스티로폼 상자는 스티커를 제거해 묶어 둔다. 무거워진 허리를 펴 분리수거장에 잠시 주저앉아 쉬어본다. 집마다 칸칸이 불이 밝게도 켜져 있다. 씁쓸하지만 왜 웃음이 나는 걸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 시려오는 손발은 나를 재촉하지만 복잡한 생각은 몸을 일으킬 생각이 없다.



작성 2022.08.01 08:10 수정 2022.08.0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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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