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유스 / 이한령 기자] 일본 자유민주당 소속 현직 중의원(하원 격)이 한일 관계는 대등하지 않으며 일본이 지도적인 입장에 서야하는 형님 뻘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4일(현지시간)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외교부 회의에서 원로 의원 에토 세이시로가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일본이 (한국보다) 형님뻘”이며 “한국을 지켜보고 지도해야하는 큰 도량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 이후 아사이 신문 취재진이 발언의 진의에 대해 질의하자 “일본은 과거 한국을 식민지로 삼은 적이 있다. 그런 점을 고려했을 때 일본은 한국에게 형님과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또,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대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는 미일관계가 대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한일 관계가 대등하다고 여기고 있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며, “일본은 당연히 항상 지도적인 입장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토 의원의 발언이 있던 당일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일한의원연맹과 교류 확대 및 양국 관계 회복에 관한 회의를 가지고 있던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 소식에 강하게 반발했다. 윤호중(더불어민주당) 연맹 간사장은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어제) 합동간사회의에서 역사 인식에 후퇴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아베 신조 전 총리와 가까웠던 원로 의원이 그런 인식을 보여준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맹 차원의 사과 요구 계획에 관해서는 “개인 의견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의원들과 의논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방일 중인 연맹 위원들의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양향자 의원은 “이 발언은 쇠락한 나라의 정치인 허세”라며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일부 의원들은 “이 문제가 한일관계 개선 논의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에토 세이시로는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 소속으로 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측근이자 최고 고문이었던 13선 원로 의원이며 당 내에서 친한파로 분류되는 일한의원연맹 소속 의원이다. 1941년 전남에서 태어났으며 일본에서 방위청 장관과 중의원 부의장까지 역임한 바 있는 거물급 정치인으로,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경축 사절단 자격으로 방한하여 윤 대통령을 예방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도쿄올림픽 욱일기 반입 금지 결의가 채택되자 일본도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회원으로서 매년 집단 참배에 참가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면서, 국내 일각에서는 친한파가 맞는지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정권이 문재인 전 대통령 집권 시기 간 냉각됐던 한일 관계를 회복 및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지난 7월 19일 박진 외교부 장관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예방 및 한일 외교장관 회담과 이번 연맹의 방일 활동은 모두 4년 만에 재개됐다. 한일 관계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던 이 시점에 이번 에토 의원의 발언이 양국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