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여계봉 [기자에게 문의하기] /
항동철길에서
기차가 떠난
녹슨 철길에는
초록의 풀들만 무성하고
철길 위로 내려앉은
한낮의 여름은
기찻길을 따라 흘러간다
나란히 마주보며 달린
수십년 애증의 동행도
첫사랑 설렘이 깃든 추억도
멈추어 선 지 이미 오래
해가 뜨고 지고
계절이 수십번 바뀌면서
흘러간 세월만큼
얼마나 많은
만남과 이별이 쌓였던가
이제
지난 세월 부여잡고
섬처럼 들어앉아
시간마저 멈추어버린
너는 시를 닮았다
비록
종착역에 내리지 못할지라도
너를 따라 타박타박
하염없이 걸으리
*'항동철길’은 1호선 오류동역을 출발해서 경기도 부천시 옥길동까지 이어지는 6km의 지선철도로 화물철도의 기능만을 수행하는 철도였는데, 지금은 군수열차가 1주일에 한두번만 운행한다. 철로 옆에는 서울시 최초의 수목원인 '푸른수목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