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청소년의회 기자단 / 임아영 인턴기자] 2017년, <겟 아웃(Get Out)>이라는 작품으로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제44회 새턴 어워즈 최우스 호러 상 등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 눈도장을 찍은 감독, 조던 필(Jordan Peele)이 오는 17일 세 번째 장편 연출작 <놉(Nope)>으로 돌아온다.
이미 지난달 7월 북미 등 해외에서 개봉한 <놉(Nope)>은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 미국 영화흥행 정보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닷컴에 따르면, 해당 작품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할리우드에서 가장 좋은 오프닝 성적을 기록한 오리지널 시나리오 작품이다. 이전까지는 2019년 조던 필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 <어스(Us)>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소설 원작, 기존 인기 영화의 시리즈물 등이 흥행을 주도했던 할리우드의 최근 추세를 환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이 매번 흥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참여한 작품들을 알아보며, 그가 우리를 향해 보여주는 작품 세계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충격적인 연출 데뷔작, <겟 아웃(Get Out)>
영화의 주인공, ‘크리스 워싱턴’은 여자친구 ‘로즈 아미티지’의 집에 방문하기로 한다. 크리스는 그녀 부모님을 만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바로 크리스는 흑인이고 로즈는 백인이기 때문인데, 우려와 달리 로즈의 부모는 크리스를 환영한다.
그러나, 로즈 집안의 사용인들이 모두 흑인이며 방문객들의 파티에는 흑인이 없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알게 모르게 크리스에게 인종차별적 언행을 했고 그런 와중, 크리스는 새로운 흑인 ‘로건 킹’을 만난다. 반가움에 크리스는 말을 걸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색함을 느낀다. 크리스는 흑인식 주먹 인사(Fist Bump)를 건네나 로건은 그 인사를 모르는 듯 그냥 크리스의 주먹을 붙잡아버린다. 흑인인 사용인들도 크리스의 흑인 슬랭을 알아듣지 못한다. 거기다 로즈의 어머니 ‘딘’은 자신을 최면 치료사라고 소개하며 크리스에게 최면술을 시도하고, 흑인 남자친구는 자신이 처음이라던 여자친구 로즈가 다른 흑인들과 마치 연인처럼 찍은 사진들을 발견하는데…
최면술, 뇌 이식으로 드러낸 차별과 착취
이 작품은 ‘조던 필 유니버스’라고도 불리는 그의 장편작 시리즈의 첫 작품이며, 귀신과 같은 시각적 공포 장치가 없으면서도 ‘인종 차별’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공포 영화로서 잘 녹여냈다는 평을 받는다. 알게 모르게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언행을 보여주는 등장인물들, 흑인의 신체적 이점을 부러워한 백인 집단의 흑인 착취 범죄를 통해 과거에도 만연했고 현재에도 사라지지 않은 인종 차별을 상기시켰다. 백인에 본체를 빼앗기고 싶지 않아 나가! (Get Out!)이라고 울부짖는 흑인들의 외침은 공포영화로서의 공포를 넘어 우리 사회의 현주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또 다른 ‘우리’가 ‘우리’를 뒤쫓는다, <어스(Us)>
미국에 사는 흑인 부부 ‘게이브’와 ‘애들레이드’. 이들은 아이들을 위해 휴가를 맞이해 샌타크루즈에 가게 된다. 휴가 첫날 밤, 아들은 숙소 앞에 어떤 가족이 찾아온 것을 발견한다. 의문스러운 가족은 붉은 의상을 맞춰 입고 있었으며 숙소 앞에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서 있었다. 그리고 그 가족은 곧 무력을 사용해 애들레이드의 숙소에 침입했으며 그들의 얼굴을 확인한 애들레이드네 가족은 화들짝 놀란다.
그들은 애들레이드네 가족과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레드’라고 소개한 애들레이드와 똑 닮은 여자는 정체를 묻는 애들레이드의 질문에 “우린 미국인들이야.”라고 대답한다. 애들레이드네 가족은 이들을 피해 도망치게 된다. 애들레이드는 뉴스를 통해 갑자기 미국 전역에 나타난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가위를 들고 다니며 시민들을 죽이고 있으며, 그들이 서로 손을 잡고 인간 띠를 만드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알게 된다. 애들레이드네 가족은 무사할까? 붉은 옷은 입은 ‘미국인’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복제인간’이라는 주제를 통해 드러낸 ‘우리’의 범위
조던 필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복제인간’을 주제로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인종 차별에 관해 이야기했다. 인간 복제에 성공했으나 여러 이유로 이 실험은 폐기되고, 이미 탄생한 복제인간은 지하 공간에 갇혀 방치되었다는 것이 큰 설정이다. 이 복제인간들은 지상의 본체가 하는 행동을 따라 하게끔 설계되었다. 지상의 본체가 춤을 춘다면 지하의 복제인간들도 춤을 춰야 했고, 지상의 본체가 결혼했다면, 지하의 복제인간도 결혼했다.
이러한 설정을 통해 조던 필은 사회에 존재하는 ‘소외 계층’을 이야기했다. 지하에서 온 레드가 눈물을 흘리며 애들레이드에게 그간의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에서 ‘우리’의 범위를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이 작품이 공개될 2010년대 후반, 미국은 증오범죄 등으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영화의 제목 Us는 ‘우리’와 ‘미국’을 모두 의미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를 미루어볼 때 복제인간 레드의 첫 대사가 “우리는 미국인들이야.”였던 것은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다. 당신에게 ‘우리’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익숙한 괴담이 현실과 멀지 않을 때, <캔디맨(Candyman)>
2019년, 사진작가인 미국의 흑인 남성 ‘앤서니’는 작품 영감을 얻기 위해 고향으로 간다. 그리고 우연히 고향에 ‘캔디맨’ 괴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울 앞에서 캔디맨을 다섯 번 부르면 한 손이 갈고리로 된 흑인 남성이 나타난다는 괴담인데, 앤서니는 이를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그리고 그의 전시회에서 실제로 캔디맨을 다섯 번 부른 사람이 다음 날 시체로 발견되는 일이 발생한다. 덩달아 유명해진 앤서니와 캔디맨. 그리고 앤서니는 어쩐지 자꾸만 캔디맨을 보게 되는 것 같은데…
유명 괴담을 통해 차별을 드러낸 <캔디맨(Candyman)>
조던 필이 직접 감독한 작품은 아니나 각본에 참여했다. 이 작품은 미국의 유명 영화 <캔디맨>의 공식 속편으로, 캔디맨이 흑인 노예 출신으로 부유한 백인 여자와 사랑에 빠져 팔이 잘려 갈고리를 끼게 됐고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는 설정이다. 이후 캔디맨이 사람들이 자신을 다섯 번 부르면 나타나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다는 괴담이 생겨났다.
캔디맨이 백인이었다면 이러한 죽음을 맞이했을까? 이런 괴담이 생겨났을까? 하는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어쩐지 캔디맨과 비슷한 앤서니를 통해 현재에도 차별이 또 다른 캔디맨을 만들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엔딩 크레딧에 과거 흑인이라는 이유로 강압수사를 받고 죽은 흑인 소년 ‘조지 스티니’ 등의 인종차별 사례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필모그래피 이후 오랜만에 등장하는 <놉(Nope)>은 예고편을 보아도 도통 어떤 내용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이 작품을 통해 조던 필 감독은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