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1990년대 후반에 출범한 인터넷 서점은 도매와 총판, 소매, 납품으로 이루어진 도서 유통 시장의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인터넷 서점이 성공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독자, 즉 소비자의 니즈를 잘 간파했기 때문이다. 당시 PC 통신에서 인터넷으로의 디지털 혁명을 맞이하고 있던 상황에서 인터넷 비즈니스 환경과 그 소비 행동을 잘 연구하여 도입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출판계에 만연해 있는 불투명한 지불 구조와 낙후된 출판 유통 구조도 인터넷 서점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물류 배송, 출판사 지불 구조, 공급가, 상품 런칭 등과 같은 모든 분야에서 변화를 따라 가지 못하면 스스로 도태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 힘은 빠르고 컸다.
각 출판사들은 2000년 초반에 이르러 마케팅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혁신의 목소리들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부서의 이름이 영업팀에서 마케팅팀으로 바뀌기도 했다.
그렇다면 출판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간단히 정의하자면 ‘출판사가 출판 콘텐츠를 기획, 제작, 유통, 판매함에 있어 독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일련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출판사의 업무 프로세스는 기획, 편집, 디자인, 제작, 마케팅으로 구분하는데, 마케팅은 출판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영역이다.
마케팅은 기획된 출판 콘텐츠가 표적 시장에 적확하게 포지셔닝되도록 하고, 타깃 독자들에게 책을 알려 고객층을 확보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시장 조사와 고객 분석은 이후 상품 개발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분야별 시장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최근 트렌드는 무엇인지, 향후 시장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 어떤 독자들을 대상으로 할 것이며, 그 독자들은 어떤 니즈를 갖고 있는지를 마케팅에서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마케팅은 시장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반응을 출판사 내부에 충실히 전달해야 한다. 이러한 자료는 편집팀에서 새로운 신간을 기획, 발굴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유통을 효과적으로 통제, 관리함으로써 상품의 원활한 판매와 물류, 배송, 채권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출판은 제품의 특성상 반복 구매율이 타 상품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상품 홍보와 광고, 다양한 프로모션이 매우 중요하다. 요즘은 출판 프로모션도 다양해졌기 때문에 창의적인 이벤트와 홍보가 필수적이다. 마케팅 기획, 전략, 전술(실행), 평가의 사이클을 잘 활용하고 핵심 독자 트렌드를 분석한 후 시장 세분화를 통해 기회 요인은 확대하고 리스크는 줄여 나가야 한다.
최근에 두드러진 현상으로는 독자의 자발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독자들이 선호하는 출판사의 서포터즈로 활동하기도 하고, 온라인에 서평을 올리거나 북 세미나를 열기도 한다. 출판 마케팅이 이전과 달리 독자와의 소통에서 적극적
이고 다이내믹해졌다고 볼 수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의 일상화가 출판사와 독자와의 간격을 더욱 좁혀주고 있는 상황에서 출판 마케팅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출판계 일부에서는 출판 마케팅 도입으로 인해 자본의 논리에 따라 시장이 재편되었다는 의견과 팔리는 책, 즉 베스트셀러 중심의 도서 시장으로 변질되었다는 의견이 표출되기도 하는데 일정 부분 수긍하지만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서 스스로 경쟁력을 가지고 독자들의 니즈를 충실히 반영하여 질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시장 경제성을 확보해 나가려는 노력들이 출판 마케팅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출판 마케터들은 자사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질 높은 콘텐츠와 창의적인 마케팅 기법들을 지속적으로 시장에 접목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 환경에 대한 조사 기법, 분석 툴을 개발하여 내부 상품 개발 시에 이를 충실히 반영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독자들과의 접촉을 늘려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일도 등한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야만 출판사의 브랜드 신뢰도가 높아지고, 향후 충성 독자층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경쟁이 불러온 폐해는 출판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사재기와 도서 정가제 붕괴, 반값 할인 등의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출판계 내부에서 불거졌다. 이 문제는 업계 이해 당사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고, 독자들의 불신으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공정한 유통 질서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과 더불어 출판사, 유통사 모두 과도한 경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문화 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문화 향유층의 확산이다. 책 읽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출판사의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다. 비록 현재의 출판계가 경기 침체와 독서 인구 감소로 장기 불황 속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함께 지혜를 모아 상생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료제공 : 투데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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