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컬로이드는 어떻게 나아가야할까?

보컬로이드 유니 사진은 캐릭터플래닛 제공.

 [미디어유스/안태준 기자] 위키백과에 따르면 보컬로이드는 실제 사람 목소리에서 수록한 목소리를 '가수 라이브러리'로 데이터화하여 저장하는 것으로, 야마하 사가 2003년경 보컬로이드 엔진을 처음 발표한 후 지금까지 수많은 회사들에서 보컬로이드 엔진을 통해 제품을 출시하곤 했다.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하츠네 미쿠'도 바로 이러한 과정 속에서 탄생한 소프트웨어 겸 캐릭터이다. 그런 점에서 이 보컬로이드라는 문화(?)의 강국은 '일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츠네 미쿠는 미쿠 엑스포라는 행사를 통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러 기업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광고도 진행한 바가 있다. 또한 이러한 보컬로이드를 조교 및 작곡까지 겸하는 이른바 ‘프로듀서’ 들이 여럿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진출한 사례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일본의 유명 아티스트 '요네즈 켄시' 이다. 그는 영상 플랫폼 사이트 ‘니코니코동화’에서 ‘하치’ 라는 닉네임으로 자신의 자작곡을 투고하며 보컬로이드 프로듀서로 활동을 시작했으나, 현재는 일본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났다. 그렇다면 왜 한국은 이러한 ‘보컬로이드’라는 문화가 생소한 걸까. 또한 왜 일본과 같은 케이스는 존재하지 못할까. 궁금해서 직접 알아보기로 하였다. 


필자가 만난 분들은 보컬로이드 관련 네이버 카페 <보컬로이드 제국>에서 꽤 오랫동안 활동해온 작품을 창작하시는 분들이었다. 한 분은 <보컬로이드 제국>에서 꾸준히 작사작품을 창작하시는 익명의 회원이었고, 한 분은 유튜브에서 400만 조회수를 돌파한 <장산범>의 원작자 50mang쏘망이었다. 깊은 대화를 나누다보니 내용이 상당히 방대해져 필자가 간략하게 요약해보고자 한다. 


-창작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때와 한국에서의 '음성합성엔진' 고전 이유에 대하여.

필자의 첫 질문은 보컬로이드 제국 내에서 회원들의 창작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언제였느냐는 질문이었는데, 익명의 회원은 지난 2017년 2월 14일, 보컬로이드 유니의 발매 이후 유니를 통한 한국어 조교 및 불러보았다 (다양한 곡들을 자신의 목소리로 부르는 사람들의 명칭) 등의 활동들이 많았다며 대략 2017년쯤을 기억하고 있었다. 또한 덧붙여서 한국어로 발음하는 최초의 보컬로이드 시유(SeeU) 관련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SBS의 시유 사업 백지화와 함께 큰 침체기가 왔었다가 다시 활발해진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그다음으로 필자가 궁금했던, 일본에서는 실력있는 보컬로이드 프로듀서들이 흔하게 메이저로 진출하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을까에 대한 질문도 물어보았다. 뜻밖의 답변이 나왔다. 일본 프로듀서들이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데에 활발해진 이유는 일본의 ‘라이브하우스’ 문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익명의 회원의 말에 따르면 일본은 우리와 달리 인디 밴드 문화가 발달했으며, 이는 미국의 밴드 문화와 비슷한데 (미국의 주요 밴드나 싱어송라이터들이 모두 첫 시작은 집의 차고에서 시작했다는 것) 일본은 미국의 이러한 점을 참고해 더 많은 인디밴드들이 라이브를 할 수 있도록 전국 각지에 ‘라이브하우스‘를 널리 알렸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라이브하우스의 경우, 체인점이 있는 라이브하우스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또한 일본은 이전부터 인디밴드 중 발전 및 인지도 상승 가능성이 큰 밴드를 선별해 OST 작업 제안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일본 대형 기획사들이 밀지 않는 밴드들이 많이 보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익명의 회원은 한국은 일본에 비해 선진화가 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음도 언급하였다. 그런 점에서 결국 오랫동안 쌓아온 ‘음악 환경의 인프라’가 중요한 관건인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한국은 어땠을까. 익명의 회원은 한국 최초의 사이버 가수 아담 때부터 거슬러올라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담의 경우, 아담소프트에서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사이버 가수이자 버츄얼 스타이지만, 당시 준비성이 없었던 기술력과 대중의 낮은 관심, 그리고 매우 희박했던 재정으로 인해 아담 프로젝트는 생각보다 매우 빨리 백지화가 되었다며, 이후의 사이버 가수도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한 듯이 시유(SeeU) 역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사업이 백지화된 사례도 존재한다. 이러한 실패로 인해 이러한 산업에 대해 장래성이 없다는 대중의 편견이 더 커진 것 같다고 익명의 회원은 언급했다. 


또한 이러한 실패의 이유 중 하나로 익명의 회원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은 2D보다는 3D를 더욱 지향하는 것이 큰 것 같다며, 단적인 예로 실제와 굉장히 비슷한 게임을 만들면 큰 화제가 되는 것을 들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2D에 관련된 장르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고증과 사실 기반, 그리고 실사와 매우 유사한 기술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다보니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을 적게 받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였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선 작곡가 50mang쏘망도 비슷한 생각이다. 보컬로이드가 아무래도 기계라는 점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꽤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한국 팬덤은 크지 않은것 같다고 언급했다. 특히 한국은 아이돌 위주로 K-POP 문화가 형성되서 캐릭터보단 사람 그 자체에 열광하는 것 같다고도 추가적으로 덧붙였다. 이런 면에서 종합해서 보았을 때는, 2D 관련 장르는 대중적으로 아직 완벽하게 주류가 아닌 것 같다는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실제로 ‘한국 애니메이션’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고전하고 있다는 점이 그러하다.


-K-Vocaloid의 미래?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보컬로이드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할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익명의 회원은 우리가 우리 K-POP에 대해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는 만큼 한국의 보컬로이드계 (=음성합성엔진계)도 우리만의 색을 살릴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보컬로이드의 정통성을 존중해 일본의 보컬로이드 오리지널 곡을 비슷하게 차용한 분위기의 곡을 작곡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은 달리보면 어디까지나 일본 따라하기밖에 되지 않는다며, 일본인의 시선에도 그렇게 비춰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다른 해외의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의 보컬로이드 곡은 모두 EDM이나 인디밴드에 기반한 곡이었기 때문에 팬들의 주목을 끌기가 가능했고 중국의 보컬로이드 곡은 얼후 등 중국의 전통 악기 사운드가 들어가는데 우리는 반면 우리만의 특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하기가 아닌 우리만의 노선을 걸을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편 작곡가 50mang쏘망은 일본의 기술을 따온 라이센스가 아닌 한국만의 기술을 가지고 새로운 음성합성엔진을 만들면 좀 더 편하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홍보를 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추가적으로 밝혔다. 한국도 점차 ‘사람’ 그 자체보단 ‘캐릭터’ 산업의 비중이 늘고 있어 이런 현상을 잘 활용하면 한국에서도 보컬로이드가 크게 거부감 없이 음악으로도 캐릭터로도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결국 한국 음성합성엔진계의 중요한 포인트는 '독자적인' 보컬로이드 생태계를 창조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작곡가 50mang쏘망은 요즘은 버츄얼 유튜버도 인기가 많고 프로젝트 세카이(하츠네 미쿠 등 보컬로이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도 흥행하면서 점차 다시 보컬로이드 부흥기가 오지 않을까 싶다고 하며 저번 해에 있었던 ‘시유 10주년 텀블벅 펀딩’도 꽤 좋은 새출발로 본다고 하였다. 2021년은 최초의 한국어 보컬로이드 ‘시유’의 10주년이었다. 그래서 시유의 10주년을 기념하는 텀블벅 펀딩이 진행되었는데, 1시간 만에 마감되는 굉장한 화력을 보여주었다.  


그는 1시간도 안 되어서 바로 목표금액을 달성해서 한국 보컬로이드 미래가 꼭 어둡지만은 않다고 느꼈다고 언급했다. 이런 점에서 한국 보컬로이드계는 새 탈바꿈을 해야 할 것이라고 보여진다. 외국의 보컬로이드와 차별화된 우리만의 특색을 살리고, 보컬로이드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홍보전략을 세워 적극적으로 홍보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보컬로이드를 좋아하는 팬이 더욱 더 늘어날 수 있도록 ‘외연 확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보컬로이드에 관심이 없던 이들이 우연한 계기로 보컬로이드를 접해, 나중에는 단순히 곡을 듣는 것만이 아닌, 자신이 직접 작사활동에도 참여해보고, 작곡 및 조교도 참여해보는 ‘창작형’으로 진화하여 더욱 더 보컬로이드 생태계를 넓히게 하는 그러한 일들이 언젠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이루어지기를 보컬로이드의 한 팬으로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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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2.08.23 11:28 수정 2025.09.0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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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