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금음(金音)마을과 용강(龍岡)마을 이야기

광산에서 쇳소리가 났다 하여 쇠 금(金)에 소리 음(音)을 쓰는 마을

사진=남해군 설천면지 / 금음 마을
사진=남해군 설천면지 / 용강 마을


나는 2811월부터 395월까지 남해군 설천면 금음마을에서 살았다. 정확하게 199211월부터 20025월까지 만106개월이다. 사람들 머리를 매만지면서 아침 6시면 일어나서 저녁 6시까지 일했다. 어떤 날은 저녁 12시까지 온종일 서서 일해야 했다.

 

지치고 힘들어서 혼자 운 날도 많았다. 그런 날들 속에서도 위안이 된 날이 있다면 한 달에 두 번 정기휴일 날이다. 정기휴일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지친 일상에 에너지를 넣기 위해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유적지를 찾았다. 그곳의 자연과 역사 속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었고 그것이 살아가는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에너지를 얻어서 보름을 참고 또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꼬박 10년을 근검절약하고 성실하게 살면서 미래를 위해 경제적 기반을 탄탄하게 잡았던 마을이 금음마을이다. 내게 10년 만에 삶의 기반을 탄탄하게 잡게 했던 금음마을은 예전에 금을 캐던 광산이 있었고 그 광산에서 쇳소리가 났다 하여 쇠 금()에 소리 음()을 쓰는 마을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부부가 둘이서만 10년 넘게 금을 캤다고 한다. 금을 캐던 마을에서 금을 캐듯이 열심히 일해서 경제적인 자유를 얻었던 사람으로서 지금도 금음마을을 지날 때면 마을 이름과 내 삶을 연관 지어 보고는 한다. 또 금을 캐는 광산이 쇳소리가 난다 하여 금음이라고 한 이 마을에 설천면 농협도 자리하고 있어 설천면의 모든 돈들이 다 모여 있는 곳이다. 이래저래 부()와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마을인 듯하다.

 

용강마을의 용은 용 용()에 산등성이 강()이다. 뱀이 산등성이를 넘은 오는 형국의 마을이라 하여 예전에는 뱀 사() 고개 재()를 써 사재라고 했지만 행정구역 개편하면서 용강이라고 하였다 한다.

 

금음마을에서 남의 머리를 매만지면서 살던 그때 사재라고 했던 용강마을 사람들은 내게 참 따뜻했었다. 내 태몽은 황금구렁이가 배속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용강(사재) 사람들은 변함없이 내게 머리를 맡겼다.

 

돌 지난 큰 딸아이를 데리고 시작하면서 작은 딸아이를 낳았다. 아이가 울면 업고 서서 일하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어느 날 용강에 사시는 분이 민희 엄마 고생한다. 언젠가는 떵떵거리고 살 때가 있을기다.”며 위로해 주었다.

 

먹고 사는 일에 바빴던 그런 날들 속에서 금음이란 이름값을 하는 마을에서 돈을 벌었고 용감마을 사람들이 주었던 따뜻함 참 고마웠다. 일을 그만두고 해설사를 하는 내가 간혹 신문에 기고를 하면 글을 읽고 용강마을 분 중에 민희 엄마, 오늘 신문에 난 글 잘 읽었다. 내는 옛날부터 민희 엄마가 보통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당신 자식이나 된 듯이 전화하고 좋아해 주셨다.

 

젊은 날에 금음마을에서는 돈도 벌고 황금구렁이 태몽을 꾸어서 그랬는지 사재(용강)’분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호의적이었다. 얼마 전에도 약국에 갔다가 용강(사재)’ 분을 뵈었는데 민희야, 잘 살재? 참 반갑다야, 궁금하더마는 이렇게 보네 잘살아라.”하시며 말없이 두 손을 꼭 잡아 주셨다.

 

사람이나 사물이나 알아주는 곳에서 빛이 난다. 일을 그만둔 지 2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우연히 만나면 애틋하다. 부모, 형제보다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았던 그 시절 금음동네에서 살았고 용강(사재)‘분들이 고마웠다.

  

[서재심]

시인

남해군문화관광해설사

코스미안뉴스 객원기자

서재심 alsgml-2@hanmail.net

 

작성 2022.09.01 10:24 수정 2022.09.0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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