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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볕
머루포도 까만 얼굴
분단장 시켜주고요
아기 고추잠자리
빨갛게 익혀주거든요
푸르다 지쳐버린 들
황금 색칠해 주고요
눈치 빠른 까치 가까이서
홍시 훔치게 해주거든요
도깨비바늘 미늘 돋워
멀리 시집가게 해주고요
게으른 황소 끝물 콩 두렁 헤쳐도
고삐 당기지 않게 해주거든요
새순 때도 단풍졌다 놀림 받던
홍단풍 투명함 더해주기까지요
가을볕이 좋아요
[양숙]
시집 : 『당신 가슴에』,
『하늘에 썼어요』
『염천 동사』,
『꽃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