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현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가을꽃은 수수한 누님과 닮아있다. 소박한 웃음을 머금고 얌전하게 앉아 햇살과 노니는 가을꽃을 보고 있으면 세상의 근심이 사라지는 듯하다. 가을이 내게로 온 것이다. 가을이 도시로 오고 가을이 하늘로 왔다. 그렇다. 가을은 다시 우리에게 오고야 말았다.
푸른 하늘이 경복궁 안으로 들어와 가을빛을 맘껏 부려 놓았다. 발길미다 눈길마다 꽃길이다. 꽃은 인간의 정서 안쪽으로 들어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 가슴에 뭉친 삶의 근육을 풀어준다. 마치 어머니의 미소처럼 누님의 눈길처럼 누이의 따뜻한 손길처럼 경복궁엔 가을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햇살 산산이 부서지는 날에 경복궁으로 가을소풍을 떠나자. 맑고 아름다운 가을이 거기 있을 것이다. 힘들었던 마음 다 내려놓고 한바탕 가을과 뒹굴어 보자. 꽃들과 이야기 나누고 새들과 인사 나누자. 먼먼 시간 속을 거닐며 태종도 만나고 세종도 만나고 왕비도 만나고 공주도 만나고 신하도 만나면서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