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3일 문재인 정부 당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처리와 관련, 국가안보실·통일부·국방부·국가정보원·해양경찰청 등 5개 기관에 소속된 20명에 대해 직무유기·직권남용·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이들 가운데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핵심 안보라인이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국방부, 해경 등 9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이날 밝혔다. 감사원이 지난 7월19일부터 10월13일까지 국방부, 해경 등 기관의 업무처리 과정을 정밀 점검한 결과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엔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 국방부, 해경 등이 공무원 이대준씨 실종 직후 초동 조치에 미흡했으며 그 사이 이씨가 북한군의 총격에 의해 사망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월북을 단정할 수 없는 월북 의사 표명 첩보와 부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자진 월북’을 속단했다고도 판단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가안보실은 이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소각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일단 제외한 채 보고했다. 해경은 이씨를 월북으로 속단하고 실험 결과를 왜곡하고 불필요하게 사생활 정보를 공개했다. 국방부는 60건의 군 첩보 관련 보고서를 삭제하고 대외적으로 이씨의 피살 사실을 숨겼다.
감사원은 서 전 실장 등에 대해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를 적용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감사위원회의의 의결 등을 거쳐 관련 공무원에 대한 엄중문책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검찰은 감사원 요청 이전부터 서해 피격 사건 관련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서해 사건 관련 군사 기밀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서 전 장관을 소환했다. 장관급 인사 중엔 첫 검찰 소환이다. 이씨 유족이 지난 7월 서 전 장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9월엔 해당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해경 전 형사과장을 소환조사한 바 있으며,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기도 했다.
감사원의 서해 피격 사건 관련 감사는 ‘정치감사’ 논란을 받아 왔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 5일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에게 “오늘 또 제대로 해명 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고 문자를 보내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돼 의혹이 커졌다. 서해 피격 사건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감사원이 해명 자료를 발표하기 이전 시점으로,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 존립 근거에 걸맞지 않은 행동이란 비판이 나왔다.
감사원이 해당 사건과 관련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했을 때도 논란이 있었다. 야당은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감사원 감사로 밝혀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진실, 국민의 이름으로 실체규명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처음부터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사실관계를 비틀고 뒤집은 조작 감사로, 대통령실에 주파수를 맞추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만들어낸 청부 감사"라고 반박했다. 앞서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해경에 대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 해경이 해당 사건 수사 결과를 번복한 데 대한 질타가 줄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