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와 니므롯

이 동 용 (수필가/인문학자)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로 변했습니다. 스승은 학생들을 어떤 그림 앞에 세워 놓고 운을 뗐습니다. “이 사람이 차라투스트라이다!” 순간, 뭐가 뭔지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로 수학여행을 떠났습니다. 알프스의 산자락을 지나가는 길목은 한마디로 장관이었습니다. 독일 친구들은 쏟아지는 햇빛 속에서도 잠을 잤지만, 나는 눈을 붙일 수가 없었습니다. 볼 게 너무도 많아서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비엔나에서는 전차를 타고 예술역사 박물관으로 갔습니다. 다른 지역보다 높아서 도시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곳저곳을 지나다가 스승은 우리를 어느 그림 앞에 세웠고, 특정 인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던 것입니다. “이 사람이 차라투스트라이다!”

그때 그 소리는 음악 용어로 크레센도 같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커지는 천둥소리 같고, 솟아오를수록 커지며 밝아지는 눈부신 태양 같습니다. 그 소리가 분절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흘러줘야 했습니다. 그 당시 스승의 설명은 그저 물속에서 듣는 소리처럼 웅웅 거리기만 했던 것입니다. “이 사람이 차라투스트라이다!” 뭐라고? 차라투스트라라고? 이 사람이?

모두들 떠난 뒤, 그림 옆 조그만 팻말 속의 글을 확인했습니다. ‘네덜란드의 르네상스 화가 피터 브뤼겔의 바벨탑 건축(1563)’이라 적혀 있었습니다. 스승이 가리켰던 왼편 아래쪽의 그 인물을 오랫동안 응시했습니다. 시간은 멎은 듯 했습니다. 그렇게 인식이 왔습니다.

바벨탑을 쌓았던 왕 니므롯은 르네상스적 인물이었고, 신에게 도전했던 그는 차라투스트라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이 공식을 이해하는 데 오랜 세월을 필요로 했던 것입니다.

‘1888년 가을을 니체는 혁명의 시간으로 간주했습니다. 우상의 황혼, 안티크리스트, 바그너의 경우, 니체 대 바그너, 이 사람을 보라, 디오니소스 송가, 9월부터 12월까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잉태와 출산을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188913, 그의 정신은 광기의 세계로 떠나갔습니다. 아무도 더 이상 따라갈 수 없는 네버랜드로.

디오니소스 송가에서 니체는 스스로 디오니소스가 되어 흥겹게 노래합니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향해 송가를 불러 댑니다. 신을 향한 찬송가입니다. 그런데 그 신이 디오니소스이고, 그 디오니소스가 니체 자신입니다.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송가였던 것입니다.

, 차라투스트라여 / 가장 잔인한 니므롯이여 / 신도 사냥했던 최초의 사냥꾼이여 / 모든 미덕을 포획했던 그물이여 / 악을 맞혔던 화살이여! / 이제는 / 자신에게 쫓기고 / 자신에게 먹잇감이 되며 / 자기 안으로 뚫고 들어가는구나.” 1882질스마리아라는 시를 썼을 때 이미 니체는 즐거운 마음으로 하나가 둘이 되며 차라투스트라가 된 터였습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가 되었고, 그 차라투스트라는 디오니소스가 되었으며, 그 디오니소스는 다시 니므롯이 되었습니다. 사람은 한 사람인데, 그 사람을 의미하는 내용은 다양한 이름과 이념으로 분산됩니다. 이것들이 모두 한 데 모여 주어야 인식의 그물이 형성됩니다.

신까지도 찾아 죽이는 신의 사냥꾼이 니므롯입니다. 신 앞에서도 두려움이 없습니다. 오히려 신이 있어 그도 있습니다. 그를 주인공으로 하여 하나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가 피터 브뤼겔입니다. 그는 인간미를 그리며 네덜란드의 르네상스를 이끈 선구자였습니다.

이런 인식과 함께 나의 정신에도 르네상스가 일어났습니다. ‘다시 태어난다는 그 중생重生 이론이 나의 생각 속에서도 예상치 못한 기적처럼 실현되었습니다. ‘신은 죽었다고 선포하는 사람은 니므롯이고, 그가 화살로 쏘아 죽인 자는 과거에 자기라 불렸던 신이었으며, “신은 죽었다고 말한 사람은 결국 자기를 죽인 살해범, 즉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작성 2022.10.24 09:20 수정 2022.10.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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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