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청소년의회 뉴스 / 한승혜 사무국원 인턴 기자] 당신은 무단횡단을 해 본 적이 있는가? 급한 일이 있는데 신호가 빨리 바뀌지 않을 때, 차도에 차가 없어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종종 무단횡단을 하고는 할 것이다. 일부 어르신들의 경우 횡단보도가 없고 육교만 있는 경우 육교를 이용하는 것이 힘들어 무단횡단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무단횡단을 한 경험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무단횡단이란 법적으로 횡단보도처럼 도로를 건널 수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도로를 횡단하거나 횡단보도의 신호를 지키지 않고 건너는 행위를 지칭한다. 무단횡단은 교통사고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의 무단횡단 사고는 도로교통공사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1년 5,086건으로 2019년 9,041건, 2020년 6,224건에 비해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백 명의 사망자와 수천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실정이다.
무단횡단은 법적으로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료 또는 과료에 처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무단횡단 후 실제로 처벌을 받은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알쓸행잡에서는 우리가 무단횡단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 이유를 정책학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무단횡단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 이유는 바로 정책집행의 '강도'와 관련이 있다. 정책집행의 강도란, 법을 어느 정도의 강도로 집행할지에 대한 것으로 그 목표와 비용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완전한 순응이 목표인 경우, 둘째, 적당히 받아들일 만한 수준의 순응이 목표인 경우, 셋째, 한계 집행비용과 비순응을 잡아내는 데서 나오는 편익이 일치하는 점까지 집행을 추구하는 방법, 마지막 한계 집행비용이 비순응을 찾아내는 데서 오는 편익뿐만 아니라 그 집행노력이 없을 때 생겨날 법 회피를 억제하는 데서 나오는 편익도 고려하는 방법이다.
가장 먼저 '완전한 순응'이 목표인 경우이다. 이는 집행의 강도가 최고 수준으로 법규 불이행에 들어가는 비용에 상관하지 않고 법규 불이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모든 법규 불이행을 잡아내고 처벌함으로써 완전한 순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나 완전한 순응을 목표로 하는 집행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의도적인 반발이 생겨날 수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 법규 불이행을 '0'으로 만드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 소모된다. 이를 보완하여 고안된 집행 강도는 바로 '적당히 받아들일 만한 수준의 순응'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식적인 대규모 불법파업과 소규모 비공식적인 파업이 일어났다고 해보자. 정부는 공식적인 대규모 불법파업에는 개입함으로써 법규 집행과 순응을 끌어내지만, 소규모 비공식적인 파업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예산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소규모 비공식적인 파업에 개입하는 것은 사회적 자원을 낭비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바람직한 수준의 순응을 기대한다.
셋째, '한계 집행비용과 비순응을 잡아내는 데서 나오는 편익이 일치하는 점까지 집행을 추구'하는 경우이다. 이는 앞선 두 가지 방법과 달리 '비용'을 고려하는 것이다.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탈세자를 잡기 위해서는 몇 명의 관리자가 필요할까? 아마도 지금보다는 엄청나게 많은 관리자를 고용해야 할 것이다. 즉, 탈세자를 적발하는 관리자를 고용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한 사람을 고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금전적 편익이 그 관리를 고용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작지 않는 지점까지만 고용을 지속하는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 방법은 비순응을 찾아내서 나오는 편익뿐만 아니라 집행 노력이 없을 때 있게 될 회피를 억제하는 데서 나오는 편익까지 고려하는 방법으로 세 번째 방법보다 더 정교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법 집행의 강도는 어떠할까? 세 번째 방법과 네 번째 방법은 편익을 금전적으로 표현할 경우 용이하게 활용된다. 하지만 공공 서비스의 대다수는 금전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반면, 금전적 편익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 앞의 두 가지 방법이 활용된다. 하지만 '완벽한 순응'을 끌어내는 첫 번째 방법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실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회 내에 존재하는 모든 법 집행의 불응을 잡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불응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관리자의 수를 늘려야 하며 이는 집행 강제기관의 팽창으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제한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커진 집행 강제기관을 관리하는 것도 어려워질 것이다. 또한, 법 집행에 기반한 중요한 가치가 파괴될 수 있다. 불법행위자를 잡아내어 사회적 안전을 도모하겠다는 처음의 좋은 목적은 혹여 '낙인'효과를 찍어 그 목적을 훼손할 수도 있다.
우리가 무단횡단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 것은 바로 우리의 법 집행이 '완전한 순응'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완전한 순응을 목표로 법 집행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무단횡단을 할 때마다 20만원 의 벌금을 내야 할 것이다. 즉, 법 집행과 법규 위반자의 처벌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단지 법규위반자의 처벌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 법 집행에 기반한 중요한 가치를 고려한 감시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알쓸행잡 예고> 법 집행의 '민영화' 가능성?
*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 ‘무단횡단 교통사고‘ 통계자료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