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편지] 할머니의 털장갑

우리가 모르는 중에도 받아왔던 '내리사랑'

 

저는 노인요양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법이지만,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은 자꾸 늘어나는 데 저희의 일손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원하는 날짜에 쉬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어느 겨울, 연휴를 포함해서 3일을 쉴 수 있게 되었고
저는 모처럼의 휴식에 몸과 마음을 다시 다잡고
출근했습니다.

저희 시설에는 저를 너무 좋아하시는
할머니가 한 분 계시는데 노환으로 인해 힘들어하시지만
항상 저를 보시면 환한 웃는 표정으로
반겨주셨습니다.

그렇게 며칠 만에 저를 보신 할머니는
왜 이제야 왔냐면서 저를 보시더니 뜬금없이
털장갑을 건네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제야 왔어.
아무 말 말고 이거 한번 끼워봐."

"할머니, 이거 생신 선물로 받으신 거잖아요.
할머니 이름까지 미싱으로 작업해서 붙어 있는데
이걸 제가 미안해서 어떻게 써요."

할머니는 거절하는 저에게 인자한 표정으로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종일 방 안에 있는 내가 장갑이 무슨 소용이야.
추운데 돌아다니는 젊은 사람 손이 따뜻하고 예뻐야지.
내가 이거 주려고 밤새 이름표를 장갑에서 땠어.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끼고 다녀."

미싱으로 꼼꼼하게 박은 할머니의 이름표를
잘 보이지도 않으시면서 쪽가위 하나로
밤새 안간힘을 써 뜯으셨을 할머니 모습을 상상하니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깊어진 주름만큼 깊어진 사랑
갖가지 형태를 가진 사랑 중에는
'내리사랑'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사랑이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중에도 받아왔던 '내리사랑'
그 따뜻하고 예쁜 사랑을 기억하고
세상에 나누어 주세요.

 

작성 2022.11.22 10:31 수정 2022.11.2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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