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청소년의회 기자단 / 김민정 인턴기자] 희곡을 연상하면 셰익스피어의 4대 희곡이 먼저 떠오른다. 수많은 희곡이 저술되지만 가장 많이, 그리고 흔히 접하게 되는 것이 바로 셰익스피어의 희곡일 것이다.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인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당시의 시대상과 가치관을 담고 있다. 그래서 그 작품을 통해 우리는 당시의 시대상, 특히 셰익스피어가 보았던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이처럼 사회 현상과 인간 존재에 관한 관심이 분명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작품을 보며 흥미 이상의 어떤 가치를 찾을 수 있게 된다.
「달릉개」 역시 셰익스피어의 희곡과 마찬가지로 흥미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다. 특히, 「달릉개」는 향토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희곡을 저술하였다는 점이 인상 깊다. 한국인이라면, 그리고 그 지역에 사는 지역주민이라면 「달릉개」를 통해 한국인만이 갖는 독특한 정서들을 느낄 수 있다. 「달릉개」는 전라도 방언으로 ‘달래’라는 뜻이 있다. 또한 「달릉개」의 주인공 부채 장수의 이름이자 희곡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전주대사습에서 장원을 해 참봉의 벼슬을 얻어 아버지의 한을 풀어주고자 했던 달릉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꿈을 포기하고 부채를 팔러 다니던 달릉개는 서예가인 이삼만, 소리꾼 주명창을 만나 유쾌한 일들을 함께 겪게 된다. 전주대사습, 소리꾼, 서예가와 같은 전통적인 소재임을 쉽게 인식할 수 있다. 한국인의 역사, 정서를 희곡에 담아내어 새로운 즐거움을 주고 있는 작품이 바로 「달릉개」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모두가 함께 모여 판소리를 하는 것이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를 「달릉개」가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판소리라는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를 소재로 한 것도 인상 깊지만, 우리나라 고유의 공동체 문화의 가치를 희곡을 통해 유쾌하게 드러낸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는 공동체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기주의와 물질 만능주의가 만연한 사회 속에서 함께 하는 공동체의 가치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현대 사회의 어려움 속에서 「달릉개」는 함께 하는 것의 가치, 특히 전통적으로 우리 조상들이 ‘함께’의 가치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여러 문화, 그리고 한국인만이 갖는 가치와 민족성을 「달릉개」는 새로운 시선으로 가치 있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역의 역사를 문화 콘텐츠와 연결하여 제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고유의 잊혀가는 공동체 문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달릉개」에는 또 다른 희곡들이 포함되어 있다. 다른 작품들도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가치들을 담아낸다. 「녹두장군 한양 압송 차」도 마찬가지이다. 녹두장군이라는 말을 들으면 한국인은 누구나 동학농민운동의 ‘전봉준’을 떠올릴 것이다. 동학농민운동은 전라도에서 시작돼 확대되어 가는 모습을 보였다. 「달릉개」의 작가인 최기우가 동학농민운동과 전봉준을 희곡의 소재로 삼은 것이 돋보인다.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가던 지역에 대한 애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녹두장군 한양 압송 차」에서는 전봉준이 한양으로 압송이 될 때 전라감영이 위치한 전주에 들렀음을 가정하여 상상력을 더해 희곡으로 재탄생 시킨 작품이다. 이 작품에도 전주의 고유한 문화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정성스러운 음식을 대접하고자 했던 당시 정 많은 백성의 모습부터 전주비빔밥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후 전주의 유명한 관광지이자 문화재인 전동성당을 건설한 보두네 신부를 만나기도 한다. 이렇게 「녹두장군 한양 압송 차」는 전라도, 전주의 독특하고 따뜻한 문화를 잘 그려내고 있다.
「녹두장군 한양 압송 차」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동학농민운동이 갖는 의의를 표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동학농민운동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다. 백성에 의한 혁명,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개혁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이 희곡은 유쾌하고 즐겁게 전개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동학농민운동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그 가치를 드러내고자 한 작품이다. 경쟁이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잊고 살았던 역사의 한 사건들이 희곡으로 되살아난다. 동학농민운동을 그대로 재현해 낸 희곡은 아니지만, 동학농민운동의 정신, 그리고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던 지역사회를 배경으로 향토적 느낌을 충분히 주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희곡이라고 할 수 있다.
「달릉개」에 등장하는 모든 작품이 유쾌하고 행복하다. 희곡을 읽고 있지만 마치 머릿속에서는 연극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그만큼 「달릉개」 속의 작품들은 실감 나고 몰입감이 있다. 아마도 자신이 태어나 성장한 고향에 대한 애착, 그리고 한국의 여러 고전 작품과 역사에 관한 관심을 둔 작가의 고민과 노력이 그대로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애정을 가지고 저술한 작품은 그 감동이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지기 마련이다. 문학작품은 작가와 독자 간의 대화라고 하지 않는가.
특히, 「달릉개」는 향토적이고 전통적인 가치들이 잘 묻어나 있어 뜻깊다. 많은 희곡이 창작되고 있지만, 「달릉개」는 셰익스피어의 희곡과 같이 느껴진다. 사람에 대한 고민이 담긴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가치가 있는 것처럼, 한국에 대한 사랑, 지역에 대한 사랑, 그리고 한국인이 갖는 고유한 문화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작품이 바로 「달릉개」이다. 「달릉개」를 읽는 내내 유쾌하고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이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더 나아가서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함께 하게 된다.
하루를 경쟁 속에서 살아가느라 나와 주변, 그리고 지역사회를 되돌아보지 못하는 우리네 삶에 「달릉개」는 나와 우리, 그리고 지역사회, 더 나아가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잠시 멈춰서서 우리가 가지고 있으나 잊고 살아가고 있는 소중한 것들, 특히 한국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읽는 내내 행복감과 웃음을 멈출 수 없는 작품, 「달릉개」! 따뜻한 정을 잊고 살았던 모두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작품이기에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행복을 전해 줄 것이다. 한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이렇게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음을 「달릉개」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달릉개」는 이렇게 잊혀가는 우리의 삶을 새롭게 배우게 하고 소통하는 창구가 되어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