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78개 시민사회 단체가 2일 대구시청 앞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대구경북행동’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현재 여성가족부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정치권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1소위가, 1일에는 여야 정책협의체가 이를 위한 첫 회의를 시작했다. 이는 모두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당시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여성가족부 폐지’ 단 일곱 글자로부터 시작됐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제시하는 개편안의 요지는 보건복지부 내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의 재편이다. 부처의 이 해괴한 이름만 보아도 여성을 인구 ‘생산’의 도구이자 가족 돌봄의 영역에 묶어 놓겠다는 의도와 독립부처로서의 위상이 사라지게 되어 성평등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후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경제규모 세계 10위의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성평등 현실은 참혹하다. 올해 7월, 세계경제포럼이 전 세계 146개국의 정치·경제·교육·건강 분야의 성 격차 현황을 조사·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22’에 따르면 한국은 99위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신당역 여성노동자 스토킹 살해 사건’에 이르기까지 심화되는 젠더기반폭력, 성별임금격차를 비롯한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 사회 전 영역의 유리천장, 청년 여성 자살율의 증가 등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체감하고 있는 차별과 폭력은 전사회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성평등과 여성정책 실종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공약이 없었으니 민선8기에 성평등 정책이 있을 리 만무하다 것. 국민의힘 지자체 장들은 여성정책 연구기관과 여성 관련 기관을 조직 효율성 증대 명목으로 폐지하거나 통합하고 있다.
특히 대구는 홍준표 시장이 들어서자마자 대구여성가족재단이 대구청소년재단, 대구평생학습진흥원, 대구사회서비스원과 함께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으로 통폐합, 여성가족본부로 재편되었다. 채무 상환을 명목으로 양성평등기금 또한 없앴다. 여성회관은 고유의 교육과 문화 영역 기능이 있음에도 도시관리본부로 통폐합되어 시설이 되었다.
이렇게 지역은 수도권보다 훨씬 보수적이고 성차별 관행이 만연해 있다. 여성을 출산과 육아 담당으로 대상화하는 정책도 여성 정책이라고 할 뿐 아니라 결혼 특구를 지정하고 아직도 우량아 선발대회를 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 성평등 정책 실종 현상은 대구뿐만이 아니라 경남, 부산 등 여러 곳에서 심화되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성평등 실현은 모든 국가의 과제이자 인류가 실현해야 할 보편적 가치이다. 성평등 민주주의는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을 위한 필수 의제로서 우리 사회를 건강하고 발전적으로 구성하고 운영할 수 있는 근본이 된다”면서 “성평등 정책 후퇴는 약자와 소수자를 주변화시킴으로써 민주주의와 인권 등 우리 사회의 주요한 가치를 전반적으로 하향시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정책의 전담부처로 더욱 확대 강화되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정치적 도구로 삼고 혐오와 배제를 부추기는 성차별적 정치 전략을 당장 멈춰야 한다”며 “지금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철회하고 성차별과 젠더기반폭력 해소를 위해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의당 대구시당도 성명을 발표하고 “여성가족부 폐지 철회를 위해,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해 연대하고 투쟁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철회하고 국가를 넘어 인류의 보편 가치인 성평등 실현을 위해 전담 부처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