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미움받을 용기

고석근

공부 모임에서 친지의 결혼식에 다녀온 한 회원이 신랑을 극찬했다. 

 

“잘 컸어요. 어머니가 남편을 사별하고 혼자서 두 아들을 길렀는데요.”

 

이런 것을 덕담(德談)이라고 한다. 반대는 악담(惡談)일 것이다. 왜 다들 가까운 사람들을 좋다고만 할까? 그것을 또 덕이라는 말로 미화하고. 실제는 그렇지 않을 텐데. 그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은데, 사회가 이 모양일 수 있겠는가?

 

공자가 말한 ‘친친이친(親親而親)’ 때문일 것이다. 가까울수록 친해야 한다. 친정에 간 딸은 남편 흉을 보기 힘들다. 가장 가까운 사람하고도 잘 못 지내는 딸이라니? 그래서 다들 화목한 가정으로 보이려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가해자들은 거의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그만큼 피해자들이 있을 테고. 가까울수록 친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낳는 폐해는 너무나 크다. 나도 가까운 사람은 정말 친한 줄 알았다가 몇 번 당했다.

 

‘이럴 수가?’ 정신이 아득했다. 도무지 수습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가까운 또 다른 사람들과 상의해 보면 그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또 내게 피해를 주었다. ‘호구네?’ 상처 입은 짐승은 먹잇감이었다.

 

공자가 친친이친을 말했을 때는 춘추전국시대였다. 철기의 등장으로 천하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때였다. 그동안 강고한 보호막이 되어 주었던 가족, 친족이 붕괴되던 시기였다. 공자는 가족, 친족의 공동체 복원이 시급하다고 보았을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어머니의 따스한 품 같은 조직, 단체, 사회, 국가가 있어야 한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공동체 속에서 살아왔다. 공동체가 무너진 아비규환의 세상,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제자백가(諸子百家)가 등장했다. 묵자는 겸애(兼愛), 차별이 없는 사랑을 설파했다. 그 당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상이었다고 한다. 현대 인류가 처한 전 지구적인 위기도 ‘차별을 두는 사랑’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다.

 

공자의 바람과는 반대로 현대사회에서는 친친이친은 혈연, 지연, 학연의 카르텔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가까울수록 친해야 한다는 사고에 젖어 있을 때, 이러한 이익의 공동체들은 점점 강고해진다.

 

최상위 이익의 공동체에 편입되기 위해, 우리는 어릴 적부터 영어 과외를 받고, 명문고, 명문대를 향해 용맹정진을 한다. 우리의 친친이친의 마음이 공동체를 복원하는 에너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우리는 먼저 ‘개인’이 되어야 한다.

 

개인은 개성이 있는 인간이다. 개체로 있는 인간이 아니다. 개성을 가진 개인들의 친친이친은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런 공동체들이 서로 연대하는 세상, 우리가 꿈꾸는 세상일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는 자연스레 차별 없는 사랑이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줄 것이다.  

 

우리는 이제 친친이친의 미신에서 벗어 나야 한다. ‘덕담’의 마법에서 풀려나야 한다. 온갖 가까운 사람들과의 모임에서도 개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자신만의 눈으로 그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미움받을 용기를 가져야 한다. 미움받을 말과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진정으로 화목한 가족, 친족, 이웃을 위하여.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2.12.08 11:41 수정 2022.12.0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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