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으로 가득 채워진 동양화와 같은 담박한 시조
마산문인협회에서 활동 중인 이정숙 시조시인이 창연시선 시리즈 스무 번째로 시조집 『홀로 남은 노래』를 창연출판사에서 펴냈다. 1부에는 ‘장사도’ 외 15편의 시조, 2부에는 ‘홀로 남은 노래’ 외 13편의 시조, 3부에는 ‘상족암에 핀 소금꽃’ 외 15편의 시조, 4부에는 ‘사라진 나루터’ 외 14편의 시조 등 총 61편의 시조와 정용국 시인의 시조집 해설 ‘담박한 시어가 피워 낸 무미의 시학’이 실려 있다.
정용국 시인은 해설에서 “이정숙의 시조는 여백으로 가득 채워진 동양화와 같아서 담박하다. 음식으로 치자면 느끼하지 않고 간도 약해서 무슨 맛인지 알아채기 어려운 무미의 지경에 가깝다. 여기에서 무미는 맛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깊은 맛을 느끼는데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어떤 작품에는 자신의 감정을 조금도 넣지 않고 주변의 풍광이나 작은 움직임을 끌어들여서 조촐한 상을 차리는데 그것만으로도 독자는 시의 배경과 세태나 분위기를 아주 천천히 읽고 감흥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시치미를 뚝 떼며 건성건성 주워 담은 것 같은 장면들이 모여 따듯하고 오붓한 삶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시인이 자신의 감정을 감추기는 참 어려운 일이지만 작품 안에서 열정을 토로하는 것 또한 아주 위험한 일이다. 더구나 율격을 지키며 응집을 통하여 최소한의 뼈대로 깊고 간결한 표현을 지향하는 시조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과다한 조미료나 향신료를 자제하려는 격조 높은 음식이 바로 시조라고 한다면 이정숙의 행보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정숙 시조시인은 시조 「홀로 남은 노래」에서 “제망매가 읽던 밤 문득 다시 떠오르는/ 영취산 단풍에 기댄 그의 잠을 생각한다/ 바람이 꿈꾸던 이슬 털면서 떠나가고// 그가 가고 나는 가슴에 뻐꾹새를 길렀다/ 때가 되면 한 소절 슬픔을 읽어주는/ 그 새를 나는 아직도 벽 속에 가둬 놓았다”라고 노래했다.
이정숙 시조시인은 부산 출생으로 가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졸업했다. 《한맥문학》 으로 시조 등단하고, 시와늪문학회 창립 회장 및 발행인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경남문인협회, 마산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경남시조시인협회, 경남현대불교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디카시집 『바람이 불면 피는 꽃』 시조집 『홀로 남은 노래』가 있다.
이정숙 지음 / 창연출판사 펴냄 / 96쪽 / 국판 변형, 양장 제본 / 값 13,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