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VOW=현주 기자]
[세상소리뉴스=VOICE OF WORLD] 검찰 조사를 마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말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조사 핵심 사안인 ‘첩보 삭제 지시’는 하지 않았다는 기존 주장에서다.
삭제 지시 여부 논점과는 별개로 국정원 메인 서버에 “원본이 남는다”는 말로, 이제까진 ‘서버 확인하면 될 것이 아니냐’는 기존 입장을 검찰 조사 후 번복한 것이다. “오늘 수사를 받으면서 보니까 삭제가 되더라”는 얘기다.
언뜻 들으면 자신은 몰랐다는 얘기다. ‘국정원장이 몰랐으리 있나’는 상식선에 보면 거짓말을 하거나, 오랜 정치적 감각에 따라 어떻게 하면 핵심 혐의 부분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을 잘 안 듯하다.
이어 “중대한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는 농치는 성격의 발언도 잊지 않아서다. 첩보 보고서 자체 삭제 사실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라는 중앙 매체 논평이다. 그럼에도 이번 수사에 알게 되었다는 능청은 여전하다. “삭제 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고는 있지만, ‘어? 이제 보지 삭제됐네!’라는 뜻의 인정은 검찰이 재판 과정에서 입증하란 얘기로 들린다.
검찰이 14일 박 전 원장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성과로, 해수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 관련 첩보보고서 45장을 삭제한 혐의는 박 전 원장 경우, 검찰 기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검찰 안팎 전언을 매체가 전했다.
다만, ‘월북 몰이’ 혐의에 대해 박 전 원장은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가 서훈 전 안보실장이 모두 다했다는 주장을 펴서다. “월북으로 결론 내린 최종 의사결정 기관은 국가안보실이었다”고 떠 넘겼다.
중앙 매체 인터뷰에 응한 박 전 원장 측 소동기 변호사 말에 따르면, 자신은 “판단 근거가 되는 첩보 분석만 보고”했을 뿐이고, 월북 관련해선 “‘월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내용”과 빚 문제 등 사생활 정부 발표는 “좀 과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그는 실제 월북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 ‘결정권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박 전 원장 주장은 “소관 업무가 아니라서 결정 경위를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지난 13일 노영민 전 비서실장과 같은 맥락이다. 결과적으로 ‘청와대 안보 라인’ 중 책임자인 서훈 전 안보실장 홀로 책임을 지게 되었다.
지난 10월 27일 서 전 실장이 국회 기자회견을 빌어, 있는 그대로 정치적 고려없이 최선의 판단을 내렸다며, “북한군 감청 자료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월북이 가장 유력했다”는 얘기를 꺼낸 게, 그가 ‘월북 몰이’ 혐의 중심에 서게 된 셈이다.
서훈 전 실장의 지침을 따라 군 당국 요청으로 “실무진이 알아서 삭제했다”는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을 낸 박 전 원장 경우, 검찰은 직무 편제상 박 전 원장을 통해야 비소로 첩보가 삭제되는 일이라며, “국정원이 그렇게 허술한 조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고 이대준 씨 북한군 피살 다음날 2020년 9월 23일 새벽 1시쯤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서훈 전 실장이 모두 주관해 결정했다는 얘기로 들려, 사건 핵심인 ‘월북 결정’에 서 전 실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발을 빼는 형국이다.
‘국가정보원법’에 ‘직권남용죄’에다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죄’로 조사를 받은 박 전 원장은, 당시 관계 장관 회의에 참석했지만, 같은 날 오전 8시 반쯤 서훈 전 안보실장과 노영민 전 비서실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한 부분에는 빠져 있다.
현주 기자 sockopower@outl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