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의 탄생과 비극의 탄생

이 동 용 (수필가/인문학자)

 

지난주 칼럼에 대해 왜 갑자기 비너스이야기냐?”고 묻는 독자가 있어서, 또 나의 관심사와 의도를 더욱 선명하게 밝혀 놓기 위해, 오늘도 이 주제로 글을 이어가려 합니다.

1485년경 보티첼리가 비너스의 탄생이란 그림을 그리면서 중세의 어둠을 뚫고 새로운 빛으로 세상을 밝혔다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거의 400년이 흐른 뒤인 1872년에 철학자 니체는 비극의 탄생이라는 책을 집필하며 근대를 떠나 현대로 들어서는 길을 열게 됩니다. ‘탄생이란 개념이 미술과 철학이라는 서로 다른 두 개의 형식을 이어놓고 있습니다.

근대의 한계는 교회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교회는 아담에 의한 원죄를 가르쳤고 회개를 강요했습니다. 보티첼리도 비너스의 자태 속에 이런 모습을 남겨 놓았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신이 명한 것을 지키지 않아서 부끄러워한다고 보았을 것입니다. 몸을 가린 두 손이 가려야 할 것이 있음을 의식하게 해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비너스가 근대 르네상스와 함께 자신의 탄생을 알린 것은 역사적 사건입니다. 다시 태어남, 즉 재탄생은 말 그대로 역사적 사실입니다. 재탄생은 같은 자아의 연속을 증명하는 데 주력했던 그리스도의 부활 개념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부활 대 재탄생, 이 대립 구조를 깨달아 주어야 합니다. 부활이 신적인 것이었다면, 재탄생은 인간적인 것입니다.

고대의 비너스 축제는 디오니소스 축제와 함께 쌍벽을 이뤘습니다. 여성들의 축제와 남성들의 축제가 서로 즐겁게 경쟁했습니다. 이런 고대의 현상을 영상에 담아낸 영화도 있습니다. 2008년에 제작된 맘마미아가 그것입니다. 어머니와 딸이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숙박소 마당에는 비너스를 상징하는 돌고래가 그려져 있고, 영화의 말미 부분에는 바로 그곳이 터지며 분수가 치솟고 오르가슴과 카타르시스, 황홀지경과 무아지경이 연출됩니다. 쿠키 영상에는 구름 위에 디오니소스와 함께 여러 신들도 등장합니다.

맘마미아는 감탄사입니다. 좋은 느낌을 담아 내뱉게 되는 말입니다. 우와! 어머나! 아이 좋아라! 등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감정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이성으로 통제하려 해도 감정은 통제가 안 됩니다. 감정과 이성의 대결은 늘 인류의 문제로 남을 것입니다.

니체는 고대를 동경했습니다. 신들이 등장했던 비극과 함께 신들의 세계가 다시 탄생해 주기를 원했습니다. 비극이 축제가 될 수 있는 수수께끼 같은 현상을 밝히려 했습니다. 그런 철학적 시도와 함께 사람이 신이 될 수 있었던 그런 세계가 출현해 주길 기대했습니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입니다. 신들은 다양한 신들의 형상으로 이야기를 엮어내고 풀어냅니다. 모든 신들에게는 각자 나름대로의 개성이 부여됩니다. 개인이 개인과 관계를 맺으며 이야기가 형성됩니다. 중세의 형이상학적 유일신, 즉 신이 유일한 명령권자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중세의 그런 전지전능한 신의 형상으로는 고대의 신들이 해명될 수 없습니다.

고대에는 신들이 존재했습니다. 그 존재는 실존이었습니다. 중세가 등장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고대를 이교로 판단했을 뿐입니다. 고대는 그런 이기적이고 편파적인 태도가 등장하기 전의 일입니다. 신들의 존재를 사실로 이해할 수 있어야 니체의 철학도 재밌어집니다. 그의 철학으로도 공자가 말했던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즐거운 학문을 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스스로 신이 되고 나면 해야 할 일도 많아집니다. 자유가 많을수록 책임도 많아집니다. 모든 것을 신에게 맡기면 편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맡겨도 안 되는 건 안 됩니다. 결국에는 스스로 책임지고 살아야 합니다. 그때가 되면, 니체가 마치 아담에게 손을 내밀었던 하나님처럼 성스럽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입니다. 그의 철학은 삶을 위하기 때문입니다.


작성 2022.12.19 08:41 수정 2022.12.1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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