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은수정은 조금만 화장해도 화장을 많이 한 것처럼 보이는 화려한 얼굴을 가졌다 한다. 짝꿍은 진한 립스틱만 바르면 말도 아끼는 사람이 툭 던진다. 쥐 잡아먹은 것 같다고. 제 입술도 아닌 내 입술에 내가 발랐을 뿐인데 새삼스레 관여한다, 평상시는 말도 없던 남자가 새삼스레 상관하는 밉상이 된다.
치기 어리지만 처음 듣는 소리도 아니고. 좀 색깔을 조금 옅은 색으로 바꾼다. 좋은 게 좋은 거다. 누가 샤넬 립스틱을 줘서 진한 핑크를 발라보았다. 서양 것들은 핑크를 나에게는 창백한 피부를 모친께서 친히 탑재해 주셨다.
영업장 찾은 아주머니들이 시골에서는 귀한 하얀 희귀 생물을 만난 고로, 말도 안 되는 미스 코리아가 왔다고 난리이다. 아니 백육십 센터 신장 미스 코리아 본 적 있었남유. 미스 코리아가 다 죽었네유. 이건 이곳 말투다. 난 서울 년 같은 말을 쓴다.
하지만 흥분하면 점점 빨라지는 혀가 짧은 것인지 점점 숨이 차오른다. 어쩌면 아관파천을 기준으로 러시아의 피가 조금 묻은 것인지도 모른다. 믿거나 말거나. 한동안 이곳 말투가 나도 모르게 스미어 빼낼 때 고생 좀 했더랬다.
어느 날부터 큐피드가 편지를 배달한다. 처음 그 편지를 읽었을 때 얼마나 웃겼는지 눈 삔 이가 궁금했으나 찢어버린다. 난 비혼주의자. 오직 책 속에서만 로맨스가 있을 뿐이다. 멈추지 않는 사랑의 화신 큐피드는 지치지도 않고 5번째는 꽃을 시동으로 데려온다.
얼마 후 전화가 왔다. 안 나오면 영업장에서 크게 사랑 고백을 할 거라고. 숙맥인 난 직장이 아직 필요악이라 나선다. 그에게 하나 달고 오라하고 나도 이곳 출신 아가씨 선발 대회 출전 경험이 있는 나름 남자들이 혹할 후배를 데리고 갔다.
어라? 실망한 눈치다. 앉아서 응대하는 것만 봤나 보다. 이에 굴하지 않고 이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참 재수가 없다. 나를 보고 나서의 첫말이 참 배려가 없다고나 할까. 주둥이를 방망이로 쳐야 한다. 글래머가 아니란다. 미친, 너는 마른 멸치 주제에 글래머를 논해. 네 주제를 알라는 명언도 모르더냐.
진한 핑크가 착시 현상을 일으킨 거다. 실제보다 더 부풀려서 보이게 말이다. 날씬함이 퍼져 보인 거다. 핑크가 죄인이다. 그리고 눈이 뼜었던 웃기는 놈, 주제도 모르고 비쩍 마른 생선 토막이라 저하곤 다른 걸 찾는 안하무인아, 매너가 남자를 만든다, 시간 날 때 문화생활 좀 해라.
갑작스럽게 개가 싸 놓은 똥 밟았다고 생각하며 돌아오는 길. 참 뭐 같은 날이다. 지우자. 00구 출신 00사단 박 대위. 그 바로 후배 떨거지로 나온 00 출신으로 00 졸업생인 최 대위를.
다음 날, 또 나를 찾는 전화가 온다. 직원들이 이곳에서 몸값 비쌀 때 고르면 어떠냐 한다. 군인들 사이에서 먹히는 것 같다나 뭐라나 참. 말이요 달리는 말이요? 다시 지난번 장소로 쳐들어간다. 이번에는 최 혼자다. 이미 기분이 상했으므로 할 말이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배려받지 못했는데 나만 배려하고 싶지 않은 것은 이심전심이리라.
제 경력을 원하지도 않았는데 어필하려나 보다. 줄줄이 랩으로 읊는다. 끝맺음은 스타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 00 나왔으면 그 정도 포부는 해야지. 덧붙이기를 나를 보고 맘에 들었는데 선배가 먼저 선수를 쳐서 참고 있었다고 한다. 어제 진입조차 못 한 걸 알게 되어 추진한다고 말했다. 돌격 앞으로 하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말이다. 그래. 네 선배보단 그나마 매너가 있구나. 그건 좋다.
그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실감 나게 현장을 겪은 자로서 말해 준다. 저녁이면 현관문을 잠그고 공포에 떨었다고. 임신한 여자이건 할머니이건 닥치는 대로 상명하복 명령에 따라 인간은 죽이고 군인만 살린 역사라 한다. 선택적인 삶이기에 그래서 00를 갔다고 말이다.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된다고 한다.
졸지에 나타나서는 원하지도 꿈꾸지도 않는 복잡한 관계를 만든 웃기지도 않았던 00인과 00인과의 사이에 낀 양다리. 쓰리 다리 걸친 계곡 살인과 보험사기의 주인공 논란의 이슈 속의 그녀가 참 위대해 보인다. 죽었다 깨어나도 그 짓은 못하겠다 나는. 내 세포 또한 그런 것은 면역이 없다.
[민은숙]
충북 청주 출생
제6회 전국여성 문학 대전 수상
2022 문화의 도시 홍성 디카시 수상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열린동해문학 사무국장
이메일 sylvie7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