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모파상 단편 '행복'에서 느끼는 행복을 향한 모순 심리

민병식

기 드 모파상(1850-1893) 프랑스의 소설가로 에드거 앨런 포, 안톤 체호프, 혹은 오 헨리와 함께 단편소설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작가다. 1880년 6명의 젊은 작가가 쓴 단편 모음집에 ‘비곗덩어리’를 발표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으며 약 300편의 단편소설과 기행문, 시집, 희곡 등을 발표했다. 잘 알려진 작품은 단편 '목걸이', 장편 '여자의 일생' 정도가 있지만, 다양한 장르의 소설들도 많이 썼다. 

 

작품 속의 ‘나’는 코르시카섬을 방문해서 프랑스 로렌 지방의 명문 가문인 시르몽 집안 출신 쉬잔 드 시르몽 아가씨를 만난다. 쉬잔 아가씨의 아버지는 대령 출신으로 연대장을 지냈고 남동생인 앙리 드 시르몽은 장군인 지역에서 잘 알려진 소위 명문 가문이다. 이런 쉬잔 아가씨가 코르시카섬에 와서 살고 있는 것은 사랑 때문, 50여 년 전 당시 연대장의 딸이었던 아가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지휘한 연대에 근무하는 기병대 하사관과 사랑에 빠진 것이다. 군복이 잘 어울리는 잘 생기고 멋진 군인, 기병대의 분열식에서 그를 보고 사랑에 빠졌으나 당시 통념상 도무지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다. 

 

결국, 쉬잔 아가씨와 하사관은 야반도주를 한다. 당시 로렌 지방의 상류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랑의 도피였다. 그런데 두 사람이 어떻게 마음을 주고받았는지, 그녀는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그 하사관에게 전했는지, 어떻게 두 사람이 함께 도망갈 결정을 내렸는지 아무도 모른다. 일과를 마친 어느 날 저녁 하사관과 연대장의 딸이 사라졌다. 연대장은 백방으로 수소문해서 그녀를 찾았지만 끝내 찾지 못했고 모두 쉬잔 아가씨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쉬잔 아가씨를 외딴섬 코르시카의 골짜기에서 만난 것이다. 쉬잔 아가씨는 지난날을 회상하며 아픔을 품고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자신 곁에 있는 하사관을 소개하면서 눈이 반짝이는데 너무나 늙어 이제 초라하기까지 한 향한 그임에도 그녀의 눈에는 한없는 사랑이 담겨 있었다. 행복했냐는 질문에 그녀는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로 “그래요! 아주 행복했습니다. 저분이 저를 행복하게 해 주었습니다.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대답한다. 그녀는 진실로 온 천하를 얻은 듯 행복에 휩싸여 있었다.

 

그녀의 행복은 무엇일까, 사랑을 위해 화려한 사교계의 삶도 부모와 형제를 비롯하여 친구들도, 자신에게 보장된 안락한 생활도 버렸다. 그리고 가난한 그 남자와 거친 계곡에 사랑하며 충만한 행복을 구가하고 있었다. 자신을 따라 낯선 곳으로 따라와 준 여인을 더 없이 사랑했던 늙은 병사는 이런 아내의 사랑과 행복의 고백을 듣지도 못할 만큼 귀가 먹어 있었음에도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무엇이 행복이고 무엇이 불행인지는 타인을 자기의 기준에 맞추지는 말자. 자신이 행복할 수 없는 이유에 초점을 맞추고 타인도 마찬가지로 불행하다고 섣불리 판단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 책의 주인공 쉬반 드 시르몽이 보여주었다. 재산, 가족, 좋은 환경을 포기하고 사랑을 선택함으로 그녀는 평생 행복하게 살았고 지금도 행복하다. 즉, 행복은 타인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해서 행복한 것이다.

 

"물질도 무시할 수 없지요" 맞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물질이 행복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노력해서 부를 얻자. 자신은 부유한 상대를 원하면서 반대로 가난한 연인을 위해 내가 부유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인간의 이기는 그것을 모른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2.12.21 12:04 수정 2022.12.2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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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